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by 신하연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을 보았다. 나는 암울하고 어둠이 가득한 숲 아래 집을 비추는 가로등을 보고 한순간 숨을 참았다. 머물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가슴에 무겁게 내려앉는 감정을 헤아렸다. 사람이 놀라면 눈이 커지고 입을 벌려 감탄을 하는데, 내 가슴 속에 내려앉은 것은 무게였다. 이 무게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숨을 내쉬었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집과 숲을 볼수록 고요해지는 마음과, 더욱 가라앉는 것이 있었다. 나의 시선은 어두운 나무 잎사귀들의 모양으로 가 닿았고, 그 잎에 찔리는 것만 같은 아픔이 있었다. 한없이 어두운데 존재하고 있다는 게 나의 마음 속에서 점점 형체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깨끗한 어둠이었다.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어둔 공간이 나를 압도했다. 그러나 이 압도감은 편안하고 너그러웠다. 나를 감싸는 것만 같은 어둠, 점차 사로잡듯이 공간이 넓어지는 걸 느꼈다. 가슴 속에 들어 있는 무게는 더욱 답답해지고 말았다. 심장이 뛰는 대로 떨림이 어둠 속으로 전해졌다. 참을 수가 없어서 하늘로 눈을 돌렸다. 규칙적으로 보이는 흰 구름, 새벽 어렴풋한 한기가 전해지는 하늘, 그러나 결코 밤은 아닌 그 밝은 곳으로. 사라라, 흩어지는 파란 기운이 나부끼고 다시 어둠 속에서 가로등만이 으스스한 기운을 뿜어댔다.

나는 이 그림을 보고 흩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어둠은 빨아들이고, 하늘은 나를 거부하는 그림을 보면서 가로등이 무엇일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나라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언어가 논리를 잃어버렸다. 선명하지 않은 요소들이 융합했다가 섞이고, 뒤죽박죽 되었다가 어떤 선으로 나오기도 하고 폭발하기도 하는 것을 눈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지켜보았다. 규칙이 없어지는데도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달빛만큼 멀고 존재하지 않으며 관념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걸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글을 적고 있는 것도 어떤 설명을 위해서가 아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담을 필요도 없다. 믿지 않을 필요도 없고, 한껏 들이쉬면서 나의 요소가 되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떠올렸다. 모순도 답이 아니고, 논리도 답이 아닌 세상에서 내 가슴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주 먼 곳에서, 내가 살아오는 동안 본 아주 희미한 어떤 요소가 울림을 만든 것이다. 그 울림이 정결하고 깔끔한데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서 결국 놀라고 감동을 받은 것 뿐이다. 이렇게 하찮은 언어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시원하기도 하다. 찬란한 빛이 부서지는 걸 볼 때 느끼는 쾌감. 시간이 끊기지 않는 걸 알 때 느낄 수 있는 명랑함. 그리고 다시 가로등은 말이 없다.

르네 마그리트는 시간을 들여서 이 작품을 만들었고, 수많은 관람객 중 한 사람인 나는 그 시간이 아니라 순간을 보고 몇 마디 글을 더한다. 그마저도 진짜가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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