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춘이 두려웠다. 청춘이 가장 좋은 시절이라는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청춘이 지나면 어떻게 되길래, 이 청춘이 가장 좋다고 하는 건지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는 걸 감당하기 어려웠다.
만개한 꽃이 지는 걸 두려워하듯이 나는 병들고 시들어버리는 게 무서워서 몸부림을 쳤다. 내가 치는 몸부림의 방식은 젊음을 하찮게 보는 것이었다. 나의 머릿속에는, 이렇게 별 것 아닌 걸 두고 좋다고 하다니, 이런 생각이 자리했다. 아주 평범하다고 생각하였다. 아무런 특별할 게 없었다.
그게 나의 몸부림이었다. 실은 보내기 싫어서, 지금 시간이 끝나버리는 게 두려워서 아예 파괴해버리고 두 손으로 놓아버리고 가지려고 애쓰지 않는 게 내가 청춘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청춘을 놓기 싫어했고, 그렇게 고고한 체하며 청춘 앞에서 당당하고자 애썼다. 그런 허영심만이 내가 부릴 수 있는, 한껏 부풀린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청춘은 내가 아무리 애쓰든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가버렸다. 내가 평범하게 보든, 특별하게 보든 청춘은 지나가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청춘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평범하게 보려 애쓴 시간들이 청춘이었다. 그때보다 내 삶이 흐려져서도 아니고, 그때보다 찬란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보내든 청춘, 가장 만개한 아픔은 한 번뿐이고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될 뿐이다. 모두에게 그렇듯이.
나에게 청춘은 이제서야 한 시절이 청춘이었다는 걸 알게 한다. 잠시 쓸쓸한 기분이 지나갔다가, 다시 일상이 돌아와서 나를 거두어간다. 일상의 손에 맡기어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며 안식을 찾는다. 그러나 잠시 지나갔던 쓸쓸한 기운을 한 번 훑어본다. 이번에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주 큰 슬픔이 담겨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청춘을 한 번 쓸어 본다. 내 기억의 손으로 살살 쓸어 보니, 청춘 안에 담겨 있던 건 빛과 파랑,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내가 평범하게 보았던 모든 것들이 특별해지는 순간이 들어 있었다. 내가 잃어버리고자 했던 시간들이 그 순간 나의 곁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때란 걸 인식하고서, 나는 청춘을 한 번 더 불러 보았다. 청춘, 어찌 그리 잃어버리고 싶었나.
평범하게 웃고 사람들 틈에서 지낼 수 있었다면 다른 의미로 슬펐을 것 같은 청춘아, 내가 평범함을 거부하면서 평범하다고 외치던 청춘아, 어찌 그렇게 준비도 되지 않았을 때 와서 시간이 지나고서야 왔었던 걸 알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청춘을 보내면서 성숙에 이를까. 치기 어린 미숙이 아프고 격렬했다. 이런 성숙의 마음으로 청춘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고 하릴없이 중얼거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