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깐 밖으로 나갔는데 날이 선선하고 시원했다. 하늘도 파랗고 맑아서 오늘은 나들이를 가야겠다 싶었다. 계속 집에서 책을 읽고 공부하거나 글을 썼는데, 오늘은 가을날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안국쪽은 직장과 멀지 않아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가서일까, 항상 1번출구로 나갔는데 이번에는 북촌이라고 쓰여 있는 2번출구로 나갔다. 나가고서야 내가 항상 가는 길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좋았다.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는데, 돌아다녀보니 재미있는 길을 볼 수 있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도 보이고, 사람들이 많았다. 2번출구에서 앞으로 쭉 걷다가 오른쪽으로 돌아보니 익숙한 소금집 델리와 런던베이글 뮤지엄이 보였다.이 길까지는 아주 익숙했는데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가 보니 처음 보는 가게들과 거리가 나왔다. 이 길로는 오지 않았던 것 같아서 바로 네이버 지도를 보았다. 내가 저장해놓았던 가구 인테리어점 파스닙스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파스닙스에 들어가서 구경했다. 통유리로 된 가게 안에 작은 소품들이 있었다.
밖으로 나와서 경로를 어떻게 짤지 생각해보았다. 일단 나는 양말가게에 들를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걸어가다가 왼쪽으로 틀고 안국역 쪽에서 골목길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한옥집들이 보이고 내가 걷고 있는 게 북촌 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골목에 북촌 들르는 사람을 통제하는 표지판도 보이고, 통제하지 말라고 써 놓은 현수막도 보였다. 주민들은 관광객이 오는 게 싫고 상인들은 관광객이 더 많이 올 수 있도록 통제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고 재미있어 보이는 가게가 있어서 들렀다. 오브젝트 삼청점이었다. 이곳 말고도 다른 지점도 있는 것 같았다. 신기한 소품도 많고 볼 만한 것이 많았다. 나와서 북촌여행에 들렀다. 양말 6개를 골랐다. 원래 더 특이한 걸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예쁘고 얌전한 것들을 샀다. 눈이 가는 게 많았다. 양말이 너무 예쁘고 특이해서 내 취향과 잘 맞았다. 그리고 면 양말이라서 편안하고 발에 닿는 느낌이 좋다. 내가 키티 자켓을 샀던 옷가게도 들르고 싶었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그 다음에 뭔가 마실 게 필요해서 찾다가 수박을 썰고 있는 카페를 발견했다. 보통 수박 시럽으로 만드는데 여자분 둘이서 수박을 썰고 수박 자체를 통에 담아서 팔고 있는 걸 보니까 신뢰가 갔다. 6000원이었는데, 한 잔을 주문하자마자 내가 보는 앞에서 바로 수박을 얼음과 함께 믹서기에 갈아 주셨다. 설탕도 넣지 않고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정말 맛이 좋았다. 적당히 달 줄 알았는데 아주 달았다. 수박과 얼음만으로도 이렇게 맛이 좋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는 오고 싶었던 삼청동 문화거리로 들어갔다. 이 길이 걷고 싶었다. 날도 좋고 상쾌해서 이곳이 생각났다. 걸어가면서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고, 너무 살이 쪘다고 생각을 했다. 어린 아이용 발레복을 파는 가게도 보고 빙수 가게도 지나쳤다. 항상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간 적이 없었던 츄로101 삼청점에 들렀다. 츄러스 한 줄이 4000원이 넘어서 너무 비싸다 싶었는데, 초콜릿을 듬뿍 묻힌 것이라 맛이 좋기는 했다. 은은하게 탄 맛이 나는 것 같았기는 했다. 그래도 녹은 초콜릿과 쫀득하고 부드러운 츄러스는 맛이 좋았다. 이렇게 놀고 나는 출근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