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 일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우유에 오레오오즈를 타서 먹었다. 샤인머스켓도 몇 알 먹었다. 오늘은 아빠가 오신 날이라서 같이 11시에 시올돈에 가기로 했다. 기다리면서 나는 오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마저 다 보았다. 너무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여운도 많이 남았다. 10시쯤에 남동생과 수업도 잘 했다. 느리게 알려주는 게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여동생 남동생이랑 나가서 아빠를 만나 같이 시올돈에 갔다. 다행히 바로 앉을 수 있었다.
나는 치즈나베에 치즈카츠를 추가해서 먹었다. 남동생은 김치나베, 아빠는 등심카츠, 여동생은 특등심카츠였다. 남동생은 김치찌개처럼 먹을 수 있는 김치나베가 좋은 것 같았다. 나도 치즈가 많이 올라간 카츠와 나베가 좋았다. 여동생이랑 치즈 카츠 한개와 특등심 한 조각을 나눠 먹었다. 치즈 카츠는 맛이 좋았고, 특등심도 부드러웠다. 아빠도 아침에 스팸이랑 라면을 드시고 배가 부르다고 나에게 등심을 나눠 주셨다. 남자친구가 선이 있는 곳이 비계가 있는 부분이라고 알려줬는데 그 부분에서 기름진 맛이 났다. 치즈 나베를 먹다가 슬슬 돈카츠가 부드럽지 않고 질기다고 느껴질 무렵, 식사가 끝이 났다. 여동생이 느리게 먹는 편이라 오래 먹다가 남겼는데 주인 분이 불편하신 것 있었냐고 물어봤다. 여동생은 나와서 사장님이 정말 열심히 일하시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런 곳이 잘 된다는 말도 했다.
여동생과 남동생은 각자 학교와 학원으로 가고, 아빠는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 블루클럽으로 가셨다. 놀이터 근처에 있는 곳은 7000원이고, 블루클럽은 11000원이라고 하셨다. 그 놀이터 근처 가게도 블루클럽에서 일하다가 나온 사람이 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아빠는 블루클럽이 비싸다고 하셨는데, 우리 세대 사람들은 블루클럽을 좋은 미용실로 보지는 않는다. 심지어 학교 다닐 때, 머리를 잘못 자른 아이에게 너 블루클럽에서 잘랐냐, 하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아저씨들이 가는 곳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빠한테는 블루클럽이 비싼 곳이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따가 아빠랑 외출하려고 했는데, 브런치 글을 읽다가 재미있기도 하고 나른하기도 해서 그대로 잠들었다. 배도 부르고 편안해서 쉬고 싶었다.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아빠도 머리카락을 자르고 와서 집에서 낮잠을 주무셨다. 그렇게 한참을 잠을 자며 쉬다가, 이렇게 나른하고 잠이 많은 게 약 때문인지 헷갈렸다. 약 덕분에 사고가 빠르지 않고 느긋해졌지만 머리가 잘 돌아가지는 않는다. 토익 시험을 잘 보았을 때도 약을 잠시 중단했을 때였다. 그때 사고가 잘 돌아가서 좋았는데 다시 약으로 인해 멍청해졌다. 내 이십 대는 약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았다. 너무 힘들었는데, 약에 의존해서만 정상일 수 있는 건 슬프다. 약을 끊을 수 있게 되면, 머리는 더 잘 돌아갈 거고 그러면 글도 잘 써질까? 그게 제일 궁금하다. 아니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또 아프게 될까.
잘 쉬고 학원에 갔다. 남자친구 추천으로 요거트 아이스크림도 메가커피에서 사먹었는데, 정말 맛이 좋았다. 복사 돌리면서 기다리다가 수학과 팀장님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추석때 여행 가는지, 애들 시험은 잘 봤는지. 그때 복사기 고치는 분이 오셨다. 고치던 분한테 작은 종이가 끼었었네요, 하니 그분이 양옆부터 열고 가운데를 열어야 종이가 이렇게 작게 찢어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고생 많으셨어요 한 마디 했는데, 그러자 그 분이 다른 복사기들도 꼼꼼하게 봐주셨다. 그리고는 나중에 3층에 있는 복사기를 완전히 들어내고 깨끗하게 오랜 시간 걸려서 청소까지 해주시고 가셨다. 나때문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살면서 고맙습니다, 감사해요 라는 말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알게 되었다. 엄마도 저번에 고생하셨어요, 고맙습니다 말 덕분에 사람의 신임을 사고 결국 중국 티벳 여행까지 다녀오게 되셨는데, 엄마가 고맙다는 말이 참 크다고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오늘 복사기를 고쳐주신 분은 확인만 하고 가셔도 되었는데 다른 복사기들까지 점검을 다 해주고 열심히 일하고 가셨다. 나는 감동을 받았고, 앞으로도 사람 사이에서 살면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고생하는 걸 알아주는 게 말뿐이라도 참 크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 일을 잘 했다.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알려주고 특히 대체 수업을 잘 했다. 문법도 하고 독해도 했는데 느리게 해야 아이들이 이해한다는 걸 한 번 더 깨달았다. 조급하게 하면 안된다. 여유롭게,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질문도 던지고 하는 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