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에 대하여

by 신하연

제니와 정국이 춤을 추는 영상을 보았다. 충격을 받았다. 나는 이전까지는 연예인들을 그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 정도라고 생각했다. 엔터테이너이니까, 옛 우리 땅에는 없다시피 한 직업이었고 비슷하게 비교할 만한 게 광대 정도나 될까. 그런데도 일반적으로 공부한 많이 한 사람들보다 수배를 넘게 벌고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 본 영상에서 내 머리를 딱 친 것은 전문성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성공한 것은 남들이 따라가기 힘든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분야가 춤과 노래인 것이고 그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정도로 뛰어나고 멋이 있어서 이렇게 성공한 것이다. 당연한 사실을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미숙하게나마 자리하던 나의 생각이 부끄럽게 물러났다. 큰 무대가 얼마나 떨릴까, 그런데 제니와 정국은 정말 최고의 무대를 펼쳤고 그들의 숨과 춤에 신들린 듯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노래는 또 어떻게 그렇게 잘 할까. 라이브 무대를 하며 소리와 움직임이 공중을 찢고 나오면서 관중들의 환호성을 잠재웠다. 그렇게 파괴적일 정도로 힘을 가진 두 가수의 모습을 보며 정말 제대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 시대가 그렇게 노래와 춤에 재능있는 사람을 옭아메는 게 아니라, 응원하고 띄워주는 세상이라서 저들이 저렇게 빛나고 기예를 뽐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 스스로를 포함한 많은 우리 사람들이 전문성을 갖추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했다 해도, 어릴 때 우리 세대를 귀엽게 봐주던 어른들만큼 직업적으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건 어른인 척 하는 어린아이인 짤로도 많이 돌아다닌다. 나는 이제 이 짤이 우리 세대를 대변하고 있어서 웃음이 나는 게 아니라 한없이 부끄럽다.

나는 공부를 잘 한 편이지만, 그게 책임감과 직업에서의 전문성을 같이 안겨 준 것은 아니었다. 어떤 분야든 한 분야에서 뭔가를 해내려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그게 성공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사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많은 노력과 실력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이게 얼마나 묵직한 것인지 인지하고 싶지 않아서 회피하기도 하며 보낸 어린아이 같던 날들에 작별을 고하고 싶다.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회 안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그 안에서 전문성과 실력을 키워간다는 것과 비슷한 문맥이다. 진정한 어른은 사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대학 때 은근히 무시하던 공부들도 떠올랐다. 나는 초반에 대학공부가 무척 싫었고, 이런 걸 해서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서 대충 다니고 학사경고를 받았다. 아무런 교수님도 존경하지 않았고 대학 공부는 지루했고 학우들은 멍청해 보였다. 그러나 나는 학문의 문턱 앞에서, 아주 귀한 학문의 세계를 놔두고 혼자 길을 걸어가겠다고 박차고 나온 것이었다. 내가 혼자 하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하고 학문적으로 파고드는 석학들의 연구를 무시하던 것이었다. 이런 오만방자한 나의 생각은 아픔으로 이어졌고, 나는 그 생각을 극복하는데 이토록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진정한 학문의 세계는 학문의 보고인 대학에서 열린다. 함께 연구하고 연구를 나누며 발전해가는 공간이 대학인 것이다. 이런 귀한 곳에 들어가서 수업을 들으면서도 그저 좀 재미있네, 이런 생각만 하고 별로 필요 없다고 여기던 나의 1학년이 이제서야 얼마나 애송이 상태였는지 알게 되었다. 그저 수능 좀 잘 봤다고 세상 다 가진 것처럼 뻐기던 내 청년기 초반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물론 이런 상태가 평생 간 것은 아니다. 나는 1년 반 휴학을 하고 복학한 뒤에, 약으로 인해 많이 멍청해진 머리를 이끌고 힘겹게 대학 공부를 따라갔다. 근데 이렇게 힘겹게 버티면서, 남들보다 뒤처지면서 따라가던 때가 훨씬 보람있고 재미있었다. 굉장히 힘겹게 세계사 수업에서 16페이지의 공책 필기를 달달 외우고 쓰던 게 내가 가장 잘 기억하는 복학 후 첫 시험이었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되었다. 대학 시험이 별로 어렵지 않게 변한 것도 그 수업 덕분이었다. 약이 줄면서 머리가 점점 깼다. 여전히 어떤 수업들은 쌩까고 대충 들었지만, 가끔 눈이 번쩍 뜨이는 수업들이 있었다. 그게 아니라도 피피티도 제대로 못 만들던 내가 그럴 듯하게 남들처럼 발표를 하게 되고, 적응을 해나갔다.

오랜 시간이 걸려 졸업을 하고도 대학원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계속해서 대학에서 학문을 깔짝대어 봤으니 이제 혼자 공부해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싫어한 게 아니라 혼자 공부하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는 여전히 기고만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학문을 할려면 학문의 보고로 가야지 된다는 것을. 대학교를 거쳐 대학원에 가는 게 학문의 세계로 깊게 들어가는 길이란 것을 안다. 잘 모르면서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책만 여러 권 읽는 것보다 학문의 기틀이 잡혀 있고 수없이 연구하며 탐색하는 교수님 아래서 배우는 게 더 크다. 교수님, 대학원생을 비롯한 학자를 모두 존경한다.

내가 하지 못한 일, 자신만의 학문적인 전문성을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을 굉장히 존경한다. 그러니 부족한 나도 더없이 열심히 나의 전문성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직업적으로든, 학문적으로든. 부단히 연구하자. 쉴 때는 쉬더라도 즐겁게 공부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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