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평생 동안 길을 걷는다. 아주 험난한 산골짜기도 지나가고, 사람이 붐비는 도시도 건너고, 혼자 외따로이 걷기도 한다.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무르기도 하며, 좋은 사람도 만나고 나쁜 사람도 만난다. 사람은 끊임없이 길 위에 있다. 사람은 이 길을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 멈춘다고 생각해도 걸어가고 있고, 뒤로 간다고 생각해도 앞으로 가고 있다.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든 걷는다. 걷지 말라고 해도 걷고 남들과 경쟁이 붙어 더 빨리 걷기도 하며 아주 느긋하게 걷기도 한다. 멈춰서 쉬던 사람도, 옛 길을 되짚어 가던 사람도 결국 길로 돌아와 걷는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가파르고 힘든 길이고, 누군가에는 행복하고 편안한 길 같다. 실은 다 똑같은 길이지만.
그러면 사람은 왜 멈추지 않는 걸까. 멈추려고 해도 걷고 있는 건 무슨 일일까. 그건 이 길이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앞으로만 흘러간다. 사람의 길도 앞으로만 간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가게 된다. 가고 싶지 않아도 멀리 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아주 열심히 해도 시간은 흘러간다. 그걸 붙잡으려고 해도 안되고, 신경쓰지 않아도 소용없다. 그래서 사람은 초조해지기도 하고, 더 남들과 비교한다. 시간을 비교하고, 가진 걸 비교하고, 차라리 더 우월하다는 걸 확인하면서 괜찮다는 걸 알고 싶은 것이다.
왜 우리는 그렇게 걷고 있는 걸까. 왜 힘이 드는데도 끝없이 걷고 있을까. 그 걸음을 하는 발과 다리는 무엇일까. 두 발과 다리는 우리의 육신을 의미한다. 영혼이 깃들어 있는 살아 있는 육체가 두 발이다. 밥을 먹고 그림을 그리고, 공부를 하고 직장에 가는 걸 수행하는 육체가 시간을 걸어가는 발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서 하는 모든 행동이 걷는 게 되고, 우리는 시간이란 길 위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강물을 상상해 보자. 아주 큰 강물이 흘러간다. 파랗고 윤슬이 많아 반짝이기까지 하면 좋겠지만, 그저 강물이다. 대신 아주 크고 넓다. 그 강물은 앞으로만 흘러간다. 모든 사람은 강물 속에 들어 있다. 강물이 시간을 의미하는 비유이기 때문에, 사람의 육신은 강물 속에서 함께 흘러간다. 물론 모든 사람은 각자의 발로 서로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걷는다. 누군가는 축구를 하러 가고, 누군가는 경찰이 되어 시민을 지키고, 누군가는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역행자가 있기도 한데, 그들은 강물의 흐름을 거꾸로 따라간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점차 뒤로 가면서 강물에 더 빠르게 휩싸인다. 어느 순간 힘이 풀릴 것이고 두 발이 아니라 강물의 흐름대로 걷고 마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 이 사회에서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달콤한 맛을 놓지 못해서 역행자가 된다. 삶이 너무 괴로워서 어린 시절을 잊지 못하기도 한다. 책임과 부담이 덜하던 시기를 잊지 못한다는 건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을 역행자라 이름 붙였다.
그러면 시간의 강물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무한히 흘러갈 뿐이다. 사람은 그 무한히 흐르는 강물 속에 잠시 들어 왔다가 빠져나간다. 탄생이란 이름으로 강물에 들어왔다가 죽음이란 이름으로 강물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강물 밖으로 나간다는 건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영원히 멈춘 시간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죽은 사람에게는 시간의 강물이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빈 손으로 강물에 와서 많은 걸 쥐고 시간의 강물을 여행하다가 결국 빈 손으로 떠난다. 강물은 떠나는 사람에게 말이 없다.
왜 시간의 강물은 거꾸로 갈 수 없을까? 간단하게 시계와 나이가 든다는 걸 떠올려 보자. 시각을 알려주는 시계가 없고, 사람이 나이가 들지 않고 죽음마저 사라진 세계라면 우리는 시간의 강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시간이란 변화이기 때문이다. 위에 말한 게 없어진다고 해도 공기는 움직이고, 잎사귀는 흘러가고, 숨은 쉬어진다. 아주 작은 것들이 움직이고 있고,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무수히 많은 게 변한다. 멈추는 건 죽음 뿐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면 결국 강물 밖 무지의 세계로 들어가 멈춰버리는 것이다. 아무것도 흐르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은 죽은 사람뿐이다.
시간은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흐른다. 시간은 살아있다는 것의 가장 강력한 증명이다. 살아있기 때문에 변화를 맞고 나이가 든다. 이는 살아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강물이 흘러간다는 것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시간의 강물이 오직 살아있을 때만 주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변화는 곧 생명이고, 그래서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자신의 길을 찾아 걸어가는 건 변화의 범주에 들어간다. 함께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시간의 강물은 우리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주기도 한다. 바로 기억이다. 기억을 남기면서, 소중하게 추억을 아끼고 좋은 인생을 살자. 느리게, 멈추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