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the world: 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을 끌어안는가
2025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 갔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너라는 세계 You, the world: 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을 끌어안는가”이다. 전시 소개를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나라는 세계와 너라는 세계 둘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나와 너가 서로를 통해 확장하고 인식하는 걸 이야기하며, 포용디자인을 내세운다. 포용디자인이란 사회, 문화, 감성적 요소를 아울러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존중받는 포용 사회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한 갈래로 이해할 수 있겠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동그랗게 생긴 문 손잡이를 열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아래로 당기는 일자형 손잡이를 만들어낸 걸 볼 수 있었다. 색이 다양한 방에 들어가서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그것을 관람객들이 찬찬히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간단하고 쉽게 전시의 분위기와 기조를 공간적으로 설명해둔 것이다.
이 사진에는 세 가지 디자인 제품이 담겨 있다. 왼쪽부터 보면 디지털 세대를 위해 만들어진 모듈형 가드닝 시스템을 볼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야외에 나가서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습득하게 하려고 만들어진 블록형 화분이라고 생각해보면 된다. 씨앗을 심고 기르면서 아이들은 다시 자연 속에 들어가고 가족과 함께 하면서 포용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딛는다.
가운데 있는 것은 고성능 스포츠 의족이다. 현재까지의 의족은 걷고 재활하는데 치중해 있지만, 이 의족은 단순하게 회복을 넘어서 더 큰 성취를 하고 스포츠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진정한 포용이란 남들보다 못한 걸 비슷하게 채워주는 것만이 아니라, 똑같은 기회를 제공해서 다같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에 있다는 걸 느꼈다. 저 사람은 다리가 없으니 걷게 해줘야 해, 라는 도움의 손길을 넘어 같은 권리를 갖고 장애가 없는 일반인들과 경쟁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진정한 포용이었다.
가장 왼편의 것은 청소도구인데, 만든 모양새가 특이하고 색채도 장난감처럼 진한 편이다.
그 다음의 것은 건축 디자인이었다. 공간을 설계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더불어 살 수 있는지를 치밀하게 연구하고 소통의 길을 열고 있다. 평범한 일상이 공간의 변화만으로도 포용의 길로 나아갈 수 있고, 그걸 설계하는 사람들이 디자이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학생들이 교수님과 협업하여 만들어낸 작품들이 굉장히 많았다.
이러한 건축 설계 모형도 학생들이 각자 만들어낸 것이다. 굉장히 독특한 편인데 위쪽에 이미지로 구현한 사진이 있다. 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에 있는 파르테 노페 같은 경우는 수상 도서관인데, 사이렌의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유선형의 몸체가 음악의 선율을 표현한 것 같고 상당히 유려하다. 악보와 음원등을 보관하여 예술과와 음악가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공간적 프로젝트라고 한다.
패션 디자인도 볼 수가 있었는데 패스트 패션이 주류인 사회에서 업사이클링과 비슷한 기술을 통해 만들어낸 디자인이라고 한다. 기하학적인 무늬와 평범하지 않은 옷의 형태로 인해 디자인으로서 한번 더 나아간 느낌이 든다.
이건 폐도자기를 찾아서 공정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는 단계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망가지면 버리고 마는 물품들이 기술자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기술이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 쓰인다면 무한 발전만을 향해 가면서 환경 파괴를 가속화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도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로봇 공학 작품도 볼 수 있었는데 신체 소실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뇌와 연결해서 신체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로봇이 발달한다면, 몸을 잃거나 제어력이 떨어지고 나서도 사회적으로 움직이고 행동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부유하고 돈을 많이 지불하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다. 신체적으로 어려움이 있거나 남들과 동등하게 시작하는 게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더불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디자인이다. 힘이 드는 사람들을 더 배려하고 함께 가는 사회가 진정한 포용력이 있는 사회이며, 우리는 그런 사회에서 살 때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다.
여동생이 다니고 있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의 포용적 주거 환경 디자인도 볼 수 있었다. 노숙인이나 자연재해로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대피소인데, 더 존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공간적으로 배려하였다.
다른 관으로 이동하면 인테리어와 집안에서 사용하는 소도구를 볼 수 있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들이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와 손길로 더 유용하고 편리하게 탄생하였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분석해서 적절한 실내 온도와 공기청정 기능을 제공하기도 하고, 목욕할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잡을 수 있는 지지대도 있다.
자동차 디자인도 볼 수 있었는데, 실제 크기의 제품들을 볼 수 있었다. 소리가 나기도 하고 깜빡이는 전조등을 켜기도 했다. 이것 역시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만든 자동차이다. 이렇게 큰 비엔날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니 동생이 다니는 학교가 정말 디자인적으로 유명하고 실력이 있다는 게 느껴져서 자랑스러웠다.
로봇 강아지도 볼 수 있었고, 귀엽게 생긴 인공지능 장치와 시소도 보았다.
촉각으로 소리를 느낄 수도 있는 장치도 체험할 수 있었는데 손을 갖다대면 음악에 맞게 진동이 느껴졌다. 청각으로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 음악을 손끝으로 느껴보니 상당히 신기했다.
이번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여러 전시품들을 보고 포용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디자이너들의 수고와 노력도 들겠지만, 우리 시민들의 포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 관점과 시야를 이렇게 넓혀준 좋은 전시였고, 많이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