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거북이 인형을 선물로 주었다. 뜨개질로 만든 정말 예쁜 인형이다. 인형뽑기를 해서 뽑았다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뽑기 어려운 건데 나를 생각하면서 뽑고 그걸 성공해서 나에게 주었다니 너무 행복하고 기뻤다. 내 핸드폰에는 이미 토끼 인형이 달려 있지만 거북이도 같이 다니까 훨씬 풍성하고 예쁘다. 토끼와 거북이라는 우화도 생각나서 더 좋기도 했지만, 지금에서야 거북이를 지긋이 바라보며 의미 하나가 무럭무럭 생성된다.
내가 분홍 토끼를 좋아했던 건 사랑스럽고 귀엽고 공주님 같기 때문이었다. 그게 어리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래도 좋았다. 그런데 거북이가 같이 있으니까, 왠지 다정하고 편안하다.
“조금 느리게 가.”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그렇게 사랑만 받고 똑똑하고 영리하게 살고 싶은 너, 폴짝폴짝 뛰다가 지쳐버리지 말고 한 번 나의 속도로 가봐. 이 세상이 얼마나 느리게 보이는지 아니? 그러면 네가 살던 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보이게 될 거야. 한 번 나와 같이 걸어 봐. 그러면 너는 이제 지치지 않을 거고, 힘이 들지도 않을 거고, 남들을 이기려고 아주 빨리 가버릴 필요도 없을 거야. 그냥 천천히 꾸준하게 끝까지 나와 함께 걸어 가. 이제 혼자가 아니야.
한땀한땀 뜨개질로 예쁘게 뜬 이 인형이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이 선물을 준 남자친구 덕분에 나는 핸드폰을 볼 때마다 이 메시지를 기억하고, 느리게 가려고 할 것이다.
행복하고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