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짐박스

by 신하연

우리 동네에는 여느 동네와 마찬가지로 짐박스가 있다. 짐박스의 장점은 많은 개월을 끊을 때 더 할인을 해주는 등의 판촉을 과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월마다 구독식으로 결제가 되어 훨씬 편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그리고 3일째 나가는 동안 피티를 하라고 강요를 하지 않아서 점점 마음에 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녔던 헬스장에서 피티 권유를 너무 심하게 하고 개인적으로 연락까지 와서 기분이 많이 나빴다. 운동하러 간 건데, 이렇게까지 호객 행위를 당하면서 불쾌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헬스장은 다 비슷하겠지 싶어, 좋아하고 재미있던 헬스를 그만두고 오래 하지 않았다. 실망이 컸다.

어느 순간부터 짐박스가 우후죽순 생기더니 동네마다 한 자리씩 차지했다. 심지어 우리 동네에는 두 지점이나 있다. 이렇게 많이 생겨서 어느 순간 분기점을 넘기고 나서는 망할 줄 알았는데 헬스 업계를 잡아먹더니 잘 되고 있다.

다녀보니 좋은 점을 알 것 같다. 결제가 간편하고 언제나 그만둘 수 있으며 홍보를 과하게 하지 않는다. 좋은 서비스, 좋은 기구와 깔끔한 지점 관리로 잘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회원 관리를 과하게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좋게 느껴진다. 그 정도로 절박하지 않다는 것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3일 연속으로 나가면서 전혀 불쾌하지 않고 편리했다. 기구도 다양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괜히 긴장했던 헬스장의 무거운 분위기도 별로 없었고 내가 즐겁게 기구를 이용하며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동네에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서 다니기도 편하다.

오늘은 러닝을 무척 하고 싶은 날이었다. 명절이 지나고 나서 살이 많이 찐 탓이 컸다. 사실 광주 여행과 명절 쇠는 게 끝나고도 아주 급격하게 살이 찌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긴장이 풀려 버렸는지 어제 저녁에 조금 편하게 먹었더니 살이 너무 많이 쪄버렸다. 지금 거의 나의 표준 몸무게에서 3-4킬로는 쪄 있는 상태이다. 너무 충격적이고 외모와 몸도 마음에 들지 않아 얼른 가벼워지고 싶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바깥이 더 좋을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러닝머신에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이고 뛰고 싶어서 러닝머신에 가볍게 올라봤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속도 7정도로 15분 달리면 지치던 게 내 몇 년 전 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9의 속도로 25분 정도 달렸는데 아무렇지 않고 편안했다. 마직막 5분은 15 속도로 올려서 달리려고 했는데 2분 만에 심폐가 딸려서 포기하고 내려왔다. 이런 내가 신기했다. 내가 짧게나마 무지막지하게 달리고 내려오자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나중에서야 15 속도면 400 페이스인 걸 찾아보고 알게 되었다. 예전 크루에는 더 빠른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아주 엄청나게 빠른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뿌듯했다.

러닝 크루 활동을 그만두는 동시에 러닝도 잠정 중단하고 체력이 깎이고 산소 투과율도 떨어져서 예전처럼 달리지는 못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에 국제국민마라톤에서 10km를 49분 20초에 통과했었는데 이제 그렇게 4분대 페이스로는 오래 달리지 못한다. 아쉽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오늘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러닝을 1년간 하기 전에 위에 써놨듯 나는 러닝머신 7의 속도로 15분도 힘들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러닝에 푹 빠져 1년을 보내고 나니, 아직도 체력이 엄청나게 증가해 있다는 걸 느낀다. 몸이 한 번 그렇게 발전하고 나면 기억을 한다고 했다. 기쁜 일이었다.

러닝 크루 활동은 정말이지 좋았고, 내 삶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금 남자친구도 크루에서 만났으니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까. 러닝 인구가 천만이 넘었다고 한다. 내가 그만두고 나서도 사람들은 더 과열되어 집중적으로 러닝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

가끔 그 속도를 즐기기 위해서, 앞으로도 러닝 머신을 자주 이용해야겠다. 달리기 체력을 유지하고 원래 실력으로 높여놓고 싶다. 오늘 러닝 머신을 이용한 것도 아주 좋았고, 짐박스가 점점 마음에 든다. 러닝머신에서 내려와 근력 운동도 조금 더 하다가 집에 왔다.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씻고 나니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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