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집에서는 추석이나 설 당일 전날 다같이 전을 부친다. 전을 부치는 순서는 두부와 호박이 먼저이다. 고기에서 기름이 많이 나오고 냄새가 밸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깔끔한 두부와 호박을 먼저 부치는 것이다. 그 다음이 동태전이다. 전을 부칠 때는 갈색빛이 많지 않게 적절하게 부쳐야 한다. 튀기듯이 부치는 게 아니고 자글자글하게 노릇노릇 부쳐지면 쟁반 위 기름종이에 올린다. 방금 부쳐진 걸 올릴 때는 펼쳐서 두고 적당히 식으면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놓는다. 동태전에 밀가루를 잔뜩 입히고 계란물을 입혀서 한 사람이 큰 팬에 올리면 그걸 다른 사람이 뒤집어가며 부친다. 동태전은 생선 두어 조각을 한데 붙여서 크게 만들기도 한다. 계란물 덕분에 동태살은 잘 붙어서 하나가 된다. 타지 않게, 적절하게 익혀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는 밀가루와 계란물 입히는 걸 하다가 부치는 걸 처음 해봤는데 너무 많이 익혔다.
그 다음에 동그랑땡을 부친다. 동그랑땡이 가장 어렵다. 두툼하고 고기라서 잘 익혀야 하지만 그만큼 타기도 쉽기 때문이다. 계속 뒤집으면 아예 타는 건 아니어도 팬에 늘어붙은 조각들이 까맣게 되어서 동그랑땡에 묻어나기도 한다. 그건 정말로 탄 자국이어서 주의해야 한다. 중간중간 기름을 흠뻑 넣어주고 계속 뒤집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약한 불에 오래 뭉근하게 익혀서 속까지 고르게 익혀야 한다. 이번에는 부치기 힘든 동그랑땡을 많이 하지 않고 다진 고기와 고추, 양파 등을 섞어 놓은 속을 깻잎 사이에 넣어서 깻잎전도 꽤 만들었다. 이 전은 깻잎의 쌉싸레한 맛 덕분에 덜 느끼하고 맛이 좋다. 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지는 건 언제나 최고다. 깻잎에 입힌 계란물도 노릇하게 익혀지는데, 이것도 안에 고기가 들어서 어디까지 익혀야 하는지 몰랐지만, 둘째 큰엄마가 노릇노릇해지면 꺼내라 하신 말씀대로 적당히 익히고 꺼냈다. 다 익었는지 확신이 없었는데 나중에 먹고서 다 익은 걸 알았다.
그러고 나서는 막전을 부쳤다. 막전은 인기가 좋아 둘째큰엄마가 양을 많이 만드셨다. 조개살도 풍성하게 들어가고 홍고추, 청고추, 양파, 대파 등이 들어갔다. 그건 부침개처럼 국자로 적당히 떠서 부어 동그란 모양을 만드는데 계란물이 흐느적거리며 쉽게 펼쳐지고 여러 모양이 된다. 그걸 적당히 감싸서 만들면 동그랗게 되기도 한다. 뒤집을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안 익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오면 뒤집다가 실패를 한다. 물론 겉면이 바삭해지고 가운데 물기가 줄어들었을 때 뒤집어야 한번에 잘 뒤집히기는 한다. 그렇다고 해도 뒤집을 때 많은 생각을 하면 안되고 한번에 휙 뒤집어야 전이 깨지지 않는다. 숟가락으로 앞을 붙잡고 홱 뒤집으면 잘 뒤집을 수 있다.
그 다음에는 깨끗하게 씻고 기름도 덜어낸 뒤에 양념에 재운 산적을 팬에 모두 붓는다. 이쯤 되면 허리가 많이 아프고 쑤시는데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다. 산적은 잘 펼쳐야 한다. 이번에는 다져서 넓게 편 산적 고기가 아니라 소 등심이라서 쉽게 부서지고 찢어졌다. 아쉽기는 했지만 나중에 먹을 때는 퍽퍽한 산적용 고기보다 훨씬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둘째 큰엄마가 조금 짜게 했다고 걱정하셨는데, 막 구웠을 때는 짠 맛이 났지만 나중에 밥과 먹으니 간이 적당했다.
큰집에서 자고 7시 쯤에 일어나서 이제 차례상 차릴 준비를 돕는다. 아직은 할일이 없다고 하시지만 부엌에 서 있다 보면 할일은 계속 생긴다. 쫌쫌따리로 설거지는 계속 나온다. 큰엄마는 먼저 밤을 깨끗하게 씻었다. 그리고 크기가 알맞게 동일한 대추를 씻었다. 그 다음에 사과와 배를 뻑뻑 씻고 물에 한 번 더 헹구셨다. 그 다음에 약과와 정사각형 한과의 껍질을 까고, 내가 가져온 한과 상자도 열어 놓았다. 넷째 작은 엄마가 오시고 본격적으로 차례상 준비에 들어갔다. 삼신 할머니께 올릴 상과 할아버지에게 올릴 상을 준비한다. 삼신 할머니께 올리는 건 일반 흰 그릇이고, 할아버지와 조상님들께 올리는 건 목기다. 나는 작은엄마와 큰엄마가 설거지를 해놓은 그릇들의 물기를 모두 제거했다. 그리고 목기를 모두 닦고 물기까지 제거하는 건 항상 사촌 오빠 몫이었다. 병풍이 준비가 되고 행주를 빨아서 드리면 큰아빠와 작은 아빠가 차례상을 한 번 닦고, 음식이 나가기 시작한다. 제기에 하나씩 음식을 담아서 쟁반 위에 올려 걸어가면 큰아빠와 작은아빠가 차례상 위에 놓는다. 여자는 차례상에 그릇을 올릴 수 없다. 원래 들고가는 것도 남자가 해야 하는데 이제 우리 큰집은 그냥 아무나 한다. 예전에 사촌 오빠가 여자인 나에게 제기를 옮기는 걸 시켰다가 할아버지에게 혼났다고 했다.
밤과 대추, 곶감이 먼저 나가고, 사과와 배가 나갔다. 음식은 항상 홀수로 제기에 올라가야 한다. 한창 전을 나르고 있을 때 둘째 큰아빠가 순서가 이상하다고 하셨다. 나물이 와야 한다고 했다. 내가 아는 건 홍동백서 뿐인데 아마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의 순서도 정해져 있나보다. 산적도 나가고 떡도 올리고, 병어와 홍어도 올라갔다. 한과도 홀수로 예쁘게 모양을 잡아 만들어 나가고 술을 따르는 퇴주잔도 챙겼다.
음식이 모두 나가면 큰아빠와 작은아빠들이 절을 한다. 나이 순대로 할아버지가 음식을 잡수실 수 있게 술을 올리고 젓가락의 위치를 바꿔드린다. 남자들이 다 끝나면 여자들이 절을 한다. 나도 해보았다. 술을 퇴주잔에 따르고 세 번에 걸쳐 술을 받고 향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세 번 돌리고 놓는다. 나는 젓가락을 상 위에 세 번 두드리고 동그랑땡 위에 올렸다.
모든 차례 절차가 끝나면 목기 위에 있던 음식들을 그릇으로 옮기고 상의 위치를 바꿔서 식사를 할 수 있게 준비한다. 그 동안에 짬짬이 나온 설거지를 처리하고 같이 식사를 한다. 상에 올라가지 않았던 갈비와 수육, 그리고 등심으로 만든 산적까지 고기 종류가 많고 전도 많아 기름졌다.
밥을 먹고는 일어나서 설거지칸을 차지하고 있으면 그릇이 계속 들어온다. 넷째작은엄마가 세제를 묻혀 닦아주면 헹구는 게 내 몫이다. 그렇게 설거지를 하고 나면 한숨 쉬어도 된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어른들이 이야기 나누시는 동안 큰엄마는 포도와 귤, 깎은 배와 사과를 준비해서 내놓는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쉬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