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스페인 식당 방문기
이수역 근처에 있는 뽀르께노 스페니쉬 카페앤펍에 다녀왔어요. 이곳은 골목길에서 좀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었어요. 골목을 두리번 거리다가 겨우 찾았어요. 들어가는 입구는 외국 식당처럼 생겼어요. 지중해의 거리에 있을 법한 식당이었어요. 연한 개나리색 건물이었어요. 나무로 지어진 바닥 위에 테이블도 여럿 놓여 있었고, 벽에는 아이비 같은 식물이 걸려서 잎을 늘어뜨리고 있었어요. 햇빛이 잘 들어오는 마당을 지나 현관문을 열면 역시 이국적으로 생긴 테이블과 좌석이 보여요.
예약제로 운영되는 것 같았는데 저희는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도 11시 오픈 시간에 와서 그런지 자리를 안내해 주셨어요. 전신 거울도 고풍스럽게 생겼어요. 테이블 위에 놓인 조명도 아래쪽으로 갈수록 퍼지는 우아한 모양이에요. 의자에 앉아서 바로 주문을 할 수 있었는데요, 음식 주문과 상관없이 꼭 1인 1음료를 주문해야 하더라고요. 둘러보다가 저희는 꿀대구와 이베리코 하몬 샐러드, 시그니처 그릴드 갑오징어, 시그니처 꿀가지튀김을 주문했어요. 음료는 복숭아 에이드와, 석류 오렌지 에이드를 주문했지요.
식기도 정갈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어요. 저희가 빨리 와서 그런 건지 생각보다 음식이 빨리 나왔어요. 에이드가 먼저 나왔는데 섞을 수 있는 수저 끝부분이 나뭇잎 모양이어서 예쁘고 신기했어요. 음료가 담긴 컵도 이제 보니 파란색으로 독특한 꽃무늬가 들어가 있네요.
서비스로 타파스를 주셨는데, 부드러운 빵 위에 먹물에 구운 것 같은 양송이 버섯과 흰색 크림, 플레이크가 올려져 있어요. 흰 크림이 사워 크림과 비슷한데 조금 더 달고 부드러웠어요.
이게 꿀대구와 이베리코 하몬 샐러드에요. 꿀대구 위에 벌집 모양 과자가 올라가 있었는데 고소하고 바삭했어요. 쿠키 같았어요. 꿀대구가 흰살이 참 풍부하고 맛이 좋더라고요. 두꺼운 생선이었나봐요. 하얀 크림도 잘 어울렸어요. 타파스에 올라갔던 거랑은 조금 다른 것 같았고 좀 더 생선하고 어울렸어요. 레몬을 뿌려 먹으면 좋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냥 먹었어요. 크림에 발라 먹는 대구 맛이 좋더라고요. 고기를 먹으면서 메뉴 이름을 까먹고 하몽일까 아닐까를 계속 생각했어요. 스페인에서 먹은 것보다 향이 부족했거든요. 생긴 건 하몽인데 말라서 그런지 특유의 향이 나지 않아서 고민이 되었죠. 이젠 하몽인 걸 알게 되었네요.
그 다음에 시그니처 꿀가지튀김이 나왔어요. 시나몬 가루가 섞인 튀김옷을 입히고 튀긴 것 같았어요. 시나몬 향이 가득했고, 그래서 고소하고 맛이 좋았죠. 가지 튀김은 참 맛있는 요리 같아요. 물렁한 맛이 없고 튀기면 부드러운 질감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튀김 옷과 잘 어울리고 고기를 튀긴 것보다 느끼한 맛이 적죠. 꿀도 들어갔나봐요. 그래서 과자를 먹는 것처럼 달콤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릴드 갑오징어가 나왔는데 소스가 무척 특이했어요. 초록색이에요. 파래일까 매생이일까 계속 고민했는데 답은 찾지 못했어요. 해초 맛이었어요. 시원하고 칼칼한 바다 맛. 그리고 갑오징어는 살이 두꺼워서 탱글탱글하고 좋았죠. 바삭한 플레이크랑 해초 소스랑 같이 먹는 것도 무척 좋았어요. 신선하고 건강한 맛이 났거든요.
저희는 식사를 다 마치고 나왔는데 여기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은 2시간이에요. 40분만에 먹고 나왔더니 식사가 별로 좋지 않았냐고, 너무 빨리 나오셨다고 했어요. 그래서 아니에요 맛있었어요. 영화 봐야 해서 빨리 나왔어요, 라고 말씀드렸어요. 친절하고 맛이 좋아서 좋은 식당이었어요. 스페인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