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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강감찬 축제날

by 김바다

남자친구와 헬스장에서 만났다. 남자친구는 먼저 헬스장 안에 들어가 있었고, 나도 지하 짐박스로 들어갔다. 저번에는 남자친구 코스를 따라서 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해주었다. 나름대로 배려이겠지? 내가 원하는 대로 깔짝 헬스를 했다. 여러 가지 기구를 재미있게 사용해보고 깔짝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리 들어올리는 걸 할 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나는 그걸 프사로 만들었다. 너무 자랑스럽다. 같이 헬스할 수 있으니 참 좋다. 그래서 짐박스도 다음달부터는 베이직 하려다가 남자친구와 같이 하기 위해서 프로로 유지해놨다. 근데 깔짝 헬스가 관절에는 안 좋다고 한다. 조금 아쉽지만 내가 아주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재밌게 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위안해본다.

그러고 오스틴 타코에 갔다. 이번에는 바리아 세트를 먹자고 했다. 저번에 아빠랑 남동생이랑 먹었을 때 고기맛이 많이나고 별로 였던 것 같았는데 이번에 남자친구랑 먹으니까 너무 맛이 좋았다. 남자친구랑 뭘 먹으면 정말 맛있는 것 같다. 브리또도 주셔서 양이 정말 푸짐하고 많았다. 배부르게 먹고 우리는 라치몬트로 갔다.

나는 계획을 세우고 토지를 읽었다. 정말 재미있고 글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소설을 썼는데,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공모가 이번달까지인 걸 알게 되었다. 하늘 바위를 완성해서 한 번 내보고 싶다. 그리고 남자친구 영어 논문을 한번 봤는데 문법적으로 어색한 걸 5개 정도 내가 찾아냈다. 너무 뿌듯하고 기뻤다. 완벽한 것 같아서 고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보니까 발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역시 끈기있게 끝까지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러고 강감찬 축제를 갔다. 먹을 게 엄청 많았다. 고기빵, 타꼬야끼, 회오리감자를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울시 책 대여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주민등록증만 내면 큰 상자를 빌려주셨다. 그 안에는 책 네 권과, 담요, 의자, 등불 등이 들어 있었다. 열어 보는데 보물 상자를 여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보고 싶어했던 콘클라베 영화의 원작 소설이 들어 있었다. 정말 놀라웠다. 나는 동화책 두 권을 재미있게 읽고 반고흐의 편지 책도 읽었다. 읽다보니 고흐가 정말 인간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걸 느꼈다. 더 읽고 싶고 편했지만 날이 조금 쌀쌀해서 우리는 반납하고 나왔다. 그리고 부스를 돌아다녔다. 러시아 물건을 파는 곳도 있었고, 경찰차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키링이나 책갈피를 파는 곳도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고 우리는 좀 쉬자고 콘케 카페로 갔다. 정말 맛있는 솔티 카라멜 휘낭시에를 먹고, 나는 소설을 쓰고 남자친구는 웹툰을 보다가 엎드려서 쉬었다. 그리고 다시 낙성대 축제로 갔다.

그랬더니 너무 너무 신기한 일이 펼쳐졌다. 공연을 했는데 강감찬 장군의 귀주 대첩을 다룬 뮤지컬 공연이었다. 노래도 아름다웠고, 특히 거란족이 침입할 때 부르는 노래가 중국 전통 노래 같기도 하고 웅장하고 멋있어서 정말 듣기 좋았다. 신비롭고 강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판소리로 전투 장면을 묘사한 게 정말 압권이었다. 너무 멋있고 뒤에 있는 영상과 함께 긴박한 전투장면이 한 사람의 판소리만으로 멋지고 생생하게 살아났다. 그리고 연회가 열릴 때 사물놀이패도 와서 몇 번을 돌고 뛰어다니며 멋지게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멋진 강감찬 장군의 땅이 내가 사는 관악구란 생각이 들어서, 정말 우리 동네 우리 마을에 대해 자부심이 차올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 관악을 위해 애쓰고 있고, 이렇게 큰 축제가 벌어지고 있어서 내가 사는 곳에 더 자신감이 생겼다. 이렇게 전통 있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하이라이트가 펼쳐졌다. 불꽃놀이였다. 나는 불꽃놀이를 본 게 엄청 오랜만이기도 하고, 이렇게 가까이서 터지는 건 태어나서 처음 봤다. 멀리서 터지는 것도 멋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세상이 환하게 밝혀지자 너무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영롱한 불꽃놀이가 꽃처럼 부서지고, 우주가 터지는 것 같기도 하고 온 세상이 붉은 구름으로 차올랐다가 또 아름답게 터지는 게 세상이 멸망할 것 같기도 했다. 별이 탄생하는 순간을 보는 것처럼 경이로웠다. 환경에는 안좋다고 하지만 그래도 불꽃놀이를 본 것은 너무 아름답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는 너무 신기해서 계속 불꽃을 쳐다보았다.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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