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행복한 이유가 너무 많네

by 신하연

밀크티를 마셔서 행복하다. 밀크티는 달콤하고 부드럽고 분유 맛이 난다. 부드럽게 감싸지는 맛, 나는 이 맛이 참 좋다. 데자와 30캔을 주문해놓고 마신다. 다만 카페인이 들어 있어서 매일 먹지는 않으려고 한다. 카페인이 있어서 잠이 깨는 효과가 있지만 매일 연달아 마시고 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해지고는 한다. 오늘은 졸음이 왔는데 데자와를 마셨더니 잠이 깨서 좋다.

저번 달 보다는 덜 피곤하다. 아직 주사를 맞은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저번 달에는 바로 몸이 무겁고 축축 처져서 힘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꽤 가뿐하다. 어제 일할 때도 머리가 맑고 괜찮았다. 환절기에는 몸이 나른해지고 잠이 많이 온다. 나는 계절을 많이 탄다. 정신적으로 타지는 않는데 몸이 피곤해져서 그렇게 알고 만다.

토지를 읽었다. 서희의 아들 환국이와 윤국이 이야기가 나왔다. 용이의 아들 홍이도 나온다.그 와중에 윤국이와 감옥에 갇혀 있는 홍수관의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똑똑하고 머리가 좋고 졸업을 두달 앞두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독립을 부서지도록 외칠 것이라는 말 한마디로 인해 퇴학을 당한다. 홍수관의 어머니는 가난하고, 아들만 바라보고 살고 있는데 이제 그의 집에 마지막 희망의 불빛이 꺼져버렸다. 토지는 단순한 우리나라 농민의 이야기 뿐이 아니다. 그렇게 시작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우리 선조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묘사하는 위대한 작품이다. 다시 한 번 우리 조국을 지켜준 선조들에 대한 사랑이 불타올랐다.

그러고 원서를 읽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었는데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어 몇 개만 기억난다. 그러고 칸트의 실천이성비판도 읽었는데 역시 너무 어렵다. 그래도 몇 문장은 이해할 수 있었다. 메를로 퐁티의 지각의 현상학도 읽었는데 혼란스럽다. 가장 잘 이해되는 게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라는 건 신기한 일이다. 과학은 쉽고 명쾌하다. 철학에 비하면 훨씬 이해가 잘 간다. 롤스와 노직도 좀 더 읽고 글을 마저 써야겠다.

노직, 롤스, 푸코 원서까지 읽고 왔다. 영어를 할 수 있어서 이 대단한 작품을 원문이나 원문 비슷한 영문으로 읽을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노직은 사회 심리적으로 분석해서 정의를 찾아가고 있고, 롤스는 원리 원칙으로 크게 접근하고 있고, 푸코는 지금까지 인류가 학문적으로 쌓아온 것을 의심하고 해체하고 있다. 고전주의에서 학자들이 연구하고 쌓은 것들이 일부 시기에, 어떤 흐름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걸 지적하면서 그렇게 한다. 영어 실력이 아주 좋지 않고,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깊지 않아서 완전히 모든 걸 이해할 수 없는 게 안타깝다. 더 공부하고 더 많은 걸 이해하고 싶다. 언젠가 내가 눈으로 보는 글을 완전히 이해하고 깨우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그리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내가 공부하고 글을 쓰는 건, 먼 땅에 있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는 걸 잊지 않겠다. 나 하나, 우리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함께 챙기는 데는 지금 직장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좀 더 큰 뜻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품어주기 위해서 공부한다는 걸 잊지 말자. 언젠가 꼭 아프리카에 많은 학교를 세우고, 공부할 수 있게 하자. 희망의 불씨를 전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자.

만금 보화가 있어도 불행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이 뜻을 잃지 않으면 나는 행복하리라.


오늘도 헬스를 갔다 왔는데 윗몸일으키기와 레그프레스는 쉬지 않고 100개씩 했다. 그외 상체와 하체 운동도 하고, 가장 힘든 상체 힘만으로 다리를 수직으로 들어올리는 걸 쉬지 않고 한 번에 10개 하는데 성공했다. 어제는 한번에 3개밖에 못했는데 엄청난 성장이다. 이렇게 성장하는 기쁨이 있으니 참 즐거운 일이다. 운동은 하면 할수록 재밌고, 몸을 쓰는 건 실력이 금방 는다. 나는 확실이 운동신경이 좋은가 보다. 뭘 해도 금방 느는 걸 보면. 러닝도 엄청 빠른 속도로 성장했었다. 러닝을 해본 적도 없었는데 700 속도로 시작해서 445 속도로 10km를 달리는데 10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러닝은 아주 가끔 시원하고 느리게 달리는 것 말고 진지하게 할 생각이 없다. 러닝하다 넘어진 것 말고 크게 다친 적은 없지만, 부상 걱정 때문이다. 다시 그 속도를 맛보고 싶기는 한데, 계속 뛰다가는 언젠가 다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이젠 매일 뛰지는 않을 것이다.

헬스와 요가가 너무 재밌고 부상 걱정도 없어서 평생 하기 좋은 것 같다. 나에게 딱 맞는 운동을 찾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앞으로 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내 인생에서 러닝을 1년간 했던 건 최고로 잘한 일중 하나였다. 심폐가 엄청나게 강해졌고, 내 몸은 평생 숨막히게 뛰던 순간과 느낌을 기억할 거다. 사람들의 응원을 받던 영광과 잘 달려서 칭찬받던 기분 좋은 시간들, 그리고 제주도 마라톤과 행복했던 여행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립지만 그립지 않은 게 신기하다. 그리워서 미칠 것 같지는 않고, 잔잔하게 떠올리면 행복한 정도이다. 꼭 찾고 싶은 것까지는 아니고 1년간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우리 크루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감사한다.

잔잔하게 행복하네. 읽을 책도 많고, 운동도 잘 되고, 몸도 상쾌하고 가뿐하니까. 한 달간 조금 무기력했는데 지쳤었나보다. 그래도 이번 달은 왠지 예감이 좋다. 시월, 상쾌하게 나머지를 보내 보자. 1년의 마지막이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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