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인프로그레스를 왔다. 해방촌의 독립서점인데, 아기자기한 물건이 많고 개인의 취향이 듬뿍 담긴 공간이다. 오늘은 왠지 꾸미고 밖에 나가고 싶은 날이었다. 그래서 짧은 개량한복 치마를 입고, 위에는 안나수이 흰 티를 입었다. 그 위에 다른 한복 얇은 저고리를 입고, 검은 라이프워크 재킷을 걸쳤다. 옷에 줄이 많아서 뭔가 주렁주렁 단 느낌이다. 그게 기분이 참 좋다. 전통을 힙하게 해석한 느낌이다. 오늘 패션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다만 오늘 오전에 너무 많이 먹어서 얼굴도 붓고, 아침에 몸무게도 쟀는데 엄청 쪄 있어서 속상했다. 몸무게가 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고 적게 먹으면 유지가 된다. 가벼워지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그리고 저녁에는 일해야 해서 안 먹으면 너무 힘이 들어서 챙겨 먹게 되는데, 그러면 살이 빠지질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굶어 봐야겠다. 도전해 보자.
아무튼 오늘 해방촌 긴긴 길을 걸어서 인프로그레스로 들어왔는데 이전보다 더 잘 가꿔진 느낌이 들었다. 손길이 더 많이 가고 뜨개질 작품도 걸려 있어서 다정하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커다란 마샬 스피커에서 인디 재즈 노래도 흘러나오고, 참 기분이 좋다. 원래 내 스포티파이에 있는 노래를 듣는데 그러지 않고 공간 자체의 노래를 듣게 되는 건 나에게 흔한 일이 아니다.
하늘 바위 소설을 썼다. 쓰는 게 재미있고 기분 좋다. 쉽게 써지고 나도 쓰면서 재미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못 쓸 줄 알았는데 편하게 써져서 용기를 얻었다.
오늘 오전에 토지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었는데, 굉장히 잘 읽혔다. 어제 영어 원서를 읽으면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무엇이었냐면 생각하고 나의 언어로 읽는 것이었다. 그렇게 읽으니까 훨씬 이해가 잘 되었다. 남동생 영어 수업할 때도 그렇게 했다. 잘 되었다. 답 찾는 것도 쉬워서 좋았다. 그리고 이 방식을 국어 글에도 적용해 보니, 굉장히 좋았다. 나의 언어로, 나의 생각으로 재구성하면서 읽으니까 박경리 작가, 유횽준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기도 하고 언어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굉장히 즐겁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파인만 물리학 강의도 훨씬 이해가 잘 되었다. 어제 한 학생이 과학 어떻게 하냐고 물어서 파인만 책을 추천해줬다. 나도 이제 과학이 좋고 재미있다. 한때는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남자친구 덕분에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 같아 기쁘다.
인프로그레스에서는 모과 홍차를 마셨다. 위스키 마시는 것처럼 동그랗게 깎인 얼음에 차를 담아 마시니 신기하고 멋있게 느껴졌다. 차 구성도 좋았다. 차 따르는 주전자와 컵까지 두 개나 주셨다.
이제 나가야 할 것 같다. 다시 일하러 출발해 보자. ㅎㅎ 즐겁게 일하자. 요즘 일하는 게 즐겁고 아이들이 참 좋다. 내가 속하고 싶은 사회다. 아이들이 있는 이 사회가 내가 속하고 계속 관계맺고 싶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하고 지내고 그 안에서 생각을 읽고 교류하고 알려주고, 성숙해가는 게 참 좋다. 나도 아이들에게서 배우고, 나도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 그 어떤 사람들이 많은 공간보다도 내가 더 잘 보이고 싶고 잘 하고 싶은 곳이 내 직장이라 참 행복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