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느리게 가던 때가 있었다. 나비 한 마리에서 우주를 보던 시간이 있었다. 나는 세상을 신기하게 바라보았고, 세상은 신기하다 못해 신비로움으로 나에게 응답해 주었다.
나에게 우주의 경이로움은 어떤 지식으로부터 나오지 않았다. 나는 두 눈으로 나비 한 마리를 볼 때, 온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블랙홀, 초신성, 별의 죽음 마저도 나에게는 나비 한 마리에게서 탄생하고 지나갔다.
과학적 개념을 알지 못하던 때, 나는 배추흰나비를 두 손으로 잡았다. 나비는 버둥거렸다. 아름다운 날개 사이에 곤충의 몸이 꾸물거리고 있었다. 에벌레와 닮은 생명체가 우아한 날개 사이에 숨어서 놓아달라고 외쳤다. 그래서 나는 나비를 놓았다. 그리고 나의 손에는 나비의 날개에서 묻어나온 가루가 남았다. 나는 그 가루를 훨훨 털어버리고 나비를 다시는 잡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비는 어느 순간에 내 손 사이에 있다가 사라졌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나비의 생김새였다. 아주 가까이서 나비와 얼굴을 마주하고 생명의 버둥거림을 나누었다. 그 나비는 나에게 다시는 나비를 잡지 말라고 온몸으로 알려주었고, 나는 그날부터 나비를 손으로 잡지 않았다. 그걸 배울 수 있었던 건 내 마음 속에 있던 언어가 정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언어는 투박하고 어리숙했다. 대신 내 마음 속에는 사랑스런 궁금증이 가득했다.
그 호기심이 나의 눈을 나뭇잎으로, 열매로, 하늘로, 곤충과 동물에게로 돌렸다. 나의 마음에는 자연이 흐르듯이 머물다 갔고, 나는 그 쉼터가 되며 세상을 알아갔다.
이 세상은 알고 싶은 걸로 가득했다. 담고 싶은 것들이 하도 많아서 나는 마음에 이것 저것을 채웠다. 자벌레가 몸을 꾸부리며 앞으로 이동하는 건 무릎을 접고 앉아서 볼 만한 것이었다. 산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 들어가서 볼 때 다른 표정을 지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단 한 번도 같은 모양이 아닌데, 언제나 아름다웠다.
눈을 뜨면 세상은 알려줄 게 많으니까 얼른 움직이라고 말했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꺾을 수 있는 꽃이 얼마나 많은지. 그 꽃을 다발로 만들어 엄마에게 가져다주면 엄마는 그 꽃을 꽃병에 담았다. 한들거리는 꽃은 나의 가장 큰 자랑스러움이 되었다.
그러니 나는 아직도 세상의 응답을 듣고 싶은 것이다. 나에게 한아름 미소를 안겨 주던 세상이 아직도 그립다. 그 다정한 온기가, 어릴 적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심장 부근에도 바다가 있는 게 분명하다. 파도를 치며 계속 밀려 들어오는 기억만으로, 이리도 고동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