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in, Hamlet

영문학 해설

by 신하연

*M: Modern text, O: Original text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유명한 작품 “햄릿”. 모두가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이다. 고민하고 생각하느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왕자에게 매력을 느끼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유명한 그의 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보면 굉장히 딱딱한 느낌이 들고 중세의 고리타분한 향기가 훅 끼쳐들어온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 희곡 햄릿을 열심히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햄릿이 왜 그렇게까지 고민을 했는지, 햄릿이 왜 쉽사리 복수할 수 없었는지 깊은 탐구와 고민으로 작품을 애정어리게 접근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왕자가 상당히 매혹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 아직도 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Villain, Hamlet을 만나보자. 필자가 깊은 매력을 느낀 햄릿에게 왜 Villain이란 제목을 붙였는지 글이 끝날 때까지 호기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햄릿이 오필리아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

You may wonder if the stars are fire,

You may wonder if the sun moves across the sky

You may wonder if the truth is a liar

But never wonder if I love.(M)


왕자 햄릿이 아름다운 오필리아에게 보낸 사랑의 시다. 자신은 시를 잘 쓰지 못한다며, 사랑을 속삭이던 햄릿이 “I did love you once”(O), 너를 한 때 사랑했노라고 말한 까닭은 무엇일까. 왜 햄릿의 사랑은 변할 수밖에 없었는가. 햄릿의 사랑이 변한 이유를 탐구하다보면 우리는 왜 햄릿이 Villain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먼저 오필리아의 오빠와 아버지의 경고를 보도록 하자.


레어티즈의 경고


레어티즈는 오필리아에게 햄릿의 마음이 그저 어린 청년의 뜨거운 열정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그의 마음이 금방 사그라들 것이라고 오필리아에게 주의를 준다.

his responsibilities grow too.

he belongs to royal family.

he's a slave to his family obligations.

the whole country depends on what he does., (M)


레어티즈는 햄릿을 왕자로서의 신분을 자각하고 그에 대한 책임과 의무에 매여 있는 사람으로 본다. 우리는 이러한 레어티즈의 통찰에 주목해야 한다. 레어티즈의 경고가 햄릿이 오필리아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을 때, 그리고 햄릿이 죽을 때 햄릿이 사랑보다 어떤 가치를 숭상하는지 선명하게 드러남으로써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Ophelia. Just keep your love under control, and don't let yourself become a target of his lust. Simply exposing your beauty to the moon at night is risky enough. (M)

Worms ruin flowers before they blossom. Baby blooms are most susceptible to disease. (M)

Fear will keep you safe. (M)


오빠 레어티즈는 오필리아를 꽃에 비유하며 그녀의 아름다움을 달빛에도 비치게 하지 말 것을, 햄릿의 성욕에 넘어가지 말 것을 경고하고 걱정한다.


폴로니우스의 경고


Ophelia: He's offered me a lot of affection lately. (M)

Polonius: Offer yourself more respect, or-not to beat this word to death-you'll offer me the chance to be a laughing-stock. (M)

셰익스피어의 offer이란 단어를 이용한 언어유희를 엿볼 수 있는데, not to beat this word to death라는 부분이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이 단어(offer)를 쳐서 죽이지 않는다면으로 해석해 보았는데 (햄릿이 애정을 제공한다는 말을 믿지 말라를 극단적으로 과격하게 표현한 것), 매끄럽지 않고 어색하다.


다음은 폴로니우스가 오필리아에게 하는 조언들이다.

when a man is on fire, he'll swear anything. But when a heart's on fire, it gives out more light than heat, and the fire will be out even before he's done making his promises. Don't mistake that for true love. Make yourself a precious commodity. (M)


이 부분 역시 어렵다. “남성은 불 위에 있을 때 모든 것을 맹세한다. 그러나 심장이 불 위에 있을 때, 그것은 열기보다 빛을 더 많이 내고, 약속을 하기도 전에 불은 꺼져 버릴 것이다. 그것을 진실한 사랑으로 착각하지 말고, 너 자신을 귀중한 상품으로 만들라.” 어려운 지점은 But이 쓰였다는 것과, 열과 빛의 의미를 모른다는 것에 있다. 남성이 불 위에 있으며 모든 것을 맹세하는 것도 이미 부정적인 뉘앙스로 보이는데, “하지만”이 들어간 후에 심장이 불 위에 있으며 열보다 빛을 더 많이 주고 그것이 꺼져버리는 것 역시 부정적인 의미로 보이기 때문이다. But은 왜 들어갔는지, heat과 light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면 좋겠다.

But은 대조보다는 강조의 의미라고 이해해 보자. 그리고 폴로니우스는 위와 같은 불이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light는 가짜 사랑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heat은 진짜 마음을 의미하는 것일까. Light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클로디어스가 자신의 추악한 행동들(형을 죽이고 형의 아내와 결혼하는)을 보여주는 연극을 본 후, Give me some light, away라고 외친 데에 있다. 여기서 light는 무슨 의미일까?


그의 어두운 마음가짐과 행동들을 견딜 수 없어서 light라고 외친 것이라면 light는 회개와 뉘우침을 뜻할 것이다. 클로디어스의 다음 행동이 신께 뉘우치며 기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두 light를 연결지어 보고 싶지만 연결이 안 된다.


그렇다면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But을 다시 활용해 보자. 햄릿은 오필리아에게 맹세를 했다. 그러므로 폴로니우스의 메시지는 맹세를 믿지 말라는 맥락이 맞을 것이다. 남자가 불 (열정)위에 있을 때는 무엇이든 맹세한다. “그러나” 심장(진심)이 불(열정) 위에 있을 때는 그것은 열기(열망)보다 더 많은 빛(회개, 뉘우침)을 주고 약속을 하기도 전에 불(열정)은 꺼져버린다. 남자가 진심일 때는 거짓부렁 같은 약속을 하기도 전에 불(열정)이 식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that은 위의 상황 전부를 받는 단어가 되고, 이런 것을 진실된 사랑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폴로니우스의 가르침으로 이해해 볼 수도 있겠다.

귀중한 상품이라는 단어에 주목하자.


Ophelia, don't believe his love vows, since they're like flashy pimps who wear nice clothes to lead a woman into filthy acts. (M)

오필리아, 사랑의 맹세를 믿지 마. 그건 너의 몸을 팔게 할 거야.


폴로니우스는 사랑의 맹세로부터 매춘 알선 업자를 연상한다. 그가 오필리아를 지키기 위해 한말은, 동시에 그가 머릿속에서 매춘을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햄릿은 폴로니우스를 매춘 알선 업자라고 생각했다.

햄릿이 폴로니우스에게: You sell fish (M)

폴로니우스는 오필리아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고, 귀중한 상품으로 만들어 왕자와 결혼시킬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이런 행위가 매춘과 상이하지 않다는 햄릿의 견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만하자, 오필리아


Hamlet: Ha ha, are you good?

Ophelia: Excuse me?

Hamlet: Are you beautiful?

Ophelia: My lord, what are you talking about?

Hamlet: I'm just saying that if you're good and beautiful, your goodness should have nothing to do with your beauty.

Ophelia: But could beauty be related to anything better than goodness?

Hamlet: Sure, since beauty's power can more easily change a good girl into a whore than the power of goodness can change a beautiful girl into a virgin. This used to be a great puzzle, but now I've solved it. I used to love you. (M)


햄릿은 오필리아에게 아이를 낳는 죄를 짓지 말고 수녀원에 가라고 한다.

if you want to get married, marry a fool, since wise men know far too well that you'll cheat on them. Good-bye.


오필리아, 나의 상처는..

왕 햄릿이 아들 햄릿에게: Remember me.

햄릿이 오필리아에게: Pretty lady, please remember me when you pray.

햄릿 왕이 아들이 자신을 기억하길 바라는 것처럼 햄릿도 한 때는 사랑했던 오필리아가 자신을 기억해 주길 바랐다. 그러나 햄릿은 자신의 사랑하는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부도덕한 행동을 하자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필리아는 햄릿이 사랑을 저버리고 그녀의 아버지를 죽인 후에 미치게 되었다.


어머니여


Oh, you villain, villain, you damned, smiling villain!(M)

Sit down and let me wring your heart instead, which I will do if it's still soft enough, if your evil lifestyle has not toughened it against feeling anything at all. (M)

여성들의 화장과 애교는, 어머니로 인해 햄릿의 마음 속에서 증오의 대상으로 변질되었다.


I've heard all about you women and you cosmetics too. God gives you one face, but you paint another on top of it. You dance and prance lisps, you call God's creations by pet names, and you excuse your sexpot ploys by pleading ignorance.(M)


부도덕한 어머니의 모습에 고뇌하던 햄릿은 여성의 가식과 내숭을 증오하며 오필리아에 대한 마음 또한 정리한다. 그러면서 햄릿은 자신이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상당히 유사한 아픔을 오필리아에게 남긴다. 아버지가 죽은 아픔을 안고 살던 햄릿은 오필리아의 아버지를 죽여 똑같은 상처를 준다. 그리고 자신 어머니의 부도덕함에 대한 분노를 품은 채로 오필리아 역시 부정한 창녀로 취급하기에 이른다.

어머니의 seems (슬픔을 가장하고, 슬픈 척을 하는 것을 의미함)를 지독하게 책망하던 햄릿은 오필리아가 죽었을 때, 말뿐인 애도를 오필리아에게 보내고 만다. 햄릿은 왜 오필리아의 장례식에서 오필리아의 죽음을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게 쌓인 산만큼 슬프다고 과장된 표현을 한 것일까. 거짓으로 슬픈 행세를 하는 어머니를 미워하고 아버지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던 햄릿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니를 닮아 과장과 말로만 슬픔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었다. 결국 햄릿은 자신이 혐오하던 모든 행동을 연인에게 그대로 행한 것이다.

햄릿에게 오필리아는 자신 안의 상처를 외부와 소통시킬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는 오필리아를 통해 그의 아픔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럼에도 햄릿이 오필리아를 저버린 것은 그의 책임감에 대한 생각에서 엿볼 수 있다.


It’s just like what happens to certain people how have some birth defect (which they are not responsible for, since nobody chooses how he’s born), or some weird habit or compulsion that changes them completely. (M)

자신이 태어난 것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로 대입해 보면, 햄릿이 오필리아와의 사랑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은 것은 자신이 오필리아의 사랑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햄릿은 오필리아의 아름다움이 그녀를 좋은 여성에서 창녀로 변질시켰다는 생각을 표현했었다. 선이라면 그녀를 처녀로 유지시켰을 것이다. 수수께기를 푼 햄릿은 오필리아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


오필리아가 미친 후에 부르는


He let in the girl, and when she left

She wasn’t a virgin anymore. (M)

She said, “Before you got me into bed,

You promised to marry me.”

He answers:

“I would have married you, I swear,

If you hadn’t gone to bed with me” (M)


이 마음 아픈 노래는 햄릿이 책임감을 저버린 후에 그녀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햄릿은 화장과 애교(아름다움)가 자신을 속이고 홀린 것이라고 생각해서 사랑을 책임지지 않은 것이다.

햄릿의 머릿속에는 아버지를 죽인 자에 대한 복수와, 그 복수를 지연시키던 이유들이 뒤섞여 있었다. 연약한 오필리아는 햄릿이 찌르는 대로 다치고, 버려졌다. 이것이 햄릿을 villain이라고 부른 이유인가? 그렇지 않다. 오필리아의 이야기를 가져온 것은 일부 사건을 가져와 햄릿이 한 옳지 못한 행동을 짚고 그것의 근원을 탐구하기 위해서이다.


Insanity


since I may find it appropriate to act a little crazy in the near future. (M)

madness is fake, all calculated. (M)

햄릿은 자신의 괴이한 행동들이 계산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상한 지점이 있다.


Gertrude: Who are you talking to?

Hamlet: You don't see anything?

Gertrude: Nothing at all, but I can see everything that's here.

Hamlet: And you don't hear anything?

Gertrude: No, nothing but us talking. (M)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는 햄릿과 함께 방에 있는 동안 햄릿이 선명하게 보고 느끼는 왕의 유령을 보지 못한다.

Gertrude: This is only a figment of your imagination. Madness is goot at creating hallucinations.

Hamlet: Madness? My heart beats just as evenly as yours does. .... God, don't flatter yourself into believing that it's my madness, not your crime. (M)


왜 햄릿이 선명하게 느끼는 유령을 어머니는 보지 못하는 것일까? 단순하게 접근해도 한 사람이 유령을 보고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한다면 유령을 보는 사람이 미친 게 분명하다. 우리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 햄릿이 미쳤다고 결론지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작품의 첫 부분, 왕의 유령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햄릿이 아니었다. 경비병과 호레이쇼였다.

어째서 호레이쇼는 유령을 볼 수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호레이쇼가 햄릿을 사랑했다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햄릿은 죽어가며 호레이쇼에게 "날 사랑한다면 나를 따라 죽지 말고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라"고 말했다. 호레이쇼는 그의 말대로 살아남았다. 호레이쇼가 정말 햄릿을 사랑하고 아꼈다면, 미친 햄릿이 보는 헛것을, 착잡한 마음으로 인정하고 같이 보인다고 해 줄 수 있지도 않을까. 호레이쇼는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고 작품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인물이다. 그는 덴마크의 마지막 남은 전달자이다.

햄릿의 비밀을 모두 알고 마지막까지 생존한 자, 호레이쇼. 햄릿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사람도 호레이쇼 뿐이다. 그렇다면 호레이쇼가 자신이 사랑하는 햄릿 왕자를 위해 작품 초반에 유령 본 이야기를 삽입해 세상에 남긴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해진다. 이 경우 햄릿 왕자는 홀로 유령을 본 사람이 된다. 이에 따라, 우리는 햄릿이 미쳤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때, 오필리아가 왜 미쳤는지도 함께 풀린다. 햄릿은 오필리아의 아름다움을 몸을 파는 행위로 치부하고 그녀의 아버지를 바보 취급을 하며 죽였다. 햄릿은 정말로 미친 것이다. 순진한 오필리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햄릿의 사랑이 변하고, 그녀의 아버지가 그에 의해 죽음을 당했을 때, 오필리아 역시 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복수하지 못하는 햄릿


Am I a coward? Is there anyone out there who'll call me "villain" and slap me hard? Pull off my beard? Pinch my nose? Call me the worst villain? By God, if someone would do that to me, I'd take it, because I'm a lily-livered man (M)

비난의 대상이 거짓말을 하는 여성들이 아니라, 복수하지 못하는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겁쟁이이자 악당인 자는 소심한 햄릿 자신이고 최악은 행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거짓말을 하는 여성인 어머니가 악당인데 반해, 최악의 악당은 복수하지 않는 햄릿 자신이다. 햄릿은 소심해서 행동(복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햄릿이 정말 소심하다면 그는 폴로니우스를 왜 홧김에 죽였으며, 길덴슈타인과 로젠크란츠 역시 죽음에 이르게 하였는가? 우리는 햄릿의 소심하다는 핑계를 그가 보여준 후의 행동들로 인해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렇다면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햄릿의 복수를 하는 때는,


The blade poisoned! Then get to work, poison!

자신이 곧 죽을 것을 알고 나서이다.


you goddamn incest-breeding Danish murderer, drink this. Is your little pearl in there? Follow my mother.

햄릿은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O)

Is it nobler to put up with all the nasty things that luck throws your way, or to fight against all those troubles by simply putting an end to them once and for all? Dying, sleeping-that's all dying is-a sleep that ends all the heartache and shocks that life on earth gives us- that's an achievement to wish for. To die, to sleep-to sleep, maybe to dream, Ah, but there's the catch: in death's sleep who knows what kind of dreams might come, after we've put the noise and commotion of life behind us. That's the consideration that makes us stretch out our sufferings so long. (M)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지만, 죽음 이후에 어떤 꿈을 꿀지 알 수 없어서 고통스러운 삶을 연장하는 햄릿.


Since nobody knows anything about what he leaves behind, then what does it mean to leave early? Let it be. (M)

후에는 조금 정리된 것인지 무엇을 아쉬워하고 무엇을 삶에서 생각해야할지 더 이상 알 수 없기 때문에, 일찍 떠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Oh God, Horatio, what a damaged reputation I'm leaving behind me, as no one knows the truth. If you ever loved me, then please postpone the sweet relief of death awhile, and stay in this harsh world long enough to tell my story.

그러나 죽은 이후에 그의 명예가 더러워진 채(왕을 죽인 반역자)로 남는 것을 끔찍하게 두려워하며 호레이쇼에게 진실을 세상에 남겨달라고 부탁한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왜 햄릿이 복수를 미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는다.

포틴브라스의 땅을 빼앗아 자신의 영토로 만든 햄릿 왕은 죽은 이후에 단 한번도 햄릿에게 명예를 교육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을 기억할 것을, 자신을 사랑한다면 복수로 보여줄 것만을 햄릿에게 요구한다. 햄릿은 교육을 받아서가 아니라, 천성적으로 자신의 위치와 책임을 파악하고 명예를 생각할 수 있는 인물인 것이다.


Oh, how noble his mind used to be, and how lost he is now! He used to have a gentleman's grace, ascholar's will, and a soldier's strength. He used to be the jewel of our country, the obvious heir to the throne, the one everyone admired and imitated.

오필리아의 말에 따르면, 과거의 햄릿은 신사적이고, 학식이 풍부하고, 신체적으로도 강한 나라의 보배였다.


This man who killed my king, made my mother a whore, took the throne that I hoped for, and set a trap to kill me.

햄릿은 그 누구보다도 왕자로서의 자부심이 강했고, 왕좌를 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복수를 미룬 것은, 정당하게 왕위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마지막 순간까지도 bad reputation이 남을 것을 걱정하던 햄릿이었다. 그가 중요시한 것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복수를 하는 것보다도 명예롭게 왕위에 오르는 것이 아니었을까. 만약 아무 이유 없이 그가 현재의 왕인 클로디어스를 죽인다면 그의 명예는 완전히 더럽혀지고 반역자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이것이 햄릿이 그토록 고민하고 번뇌하던 지점이었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볼 때까지, 그는 고민을 거듭했다.

햄릿은 결코 사람을 못 죽이는 소심한 왕자가 아니다. 폴로니우스와 로젠크란츠와 길덴슈타인을 죽였고, 훌륭한 검사인 레어티즈와의 검술에서도 거의 승리를 거둘 정도로 육체적으로 단련되어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왕이 되기 위해서 숨죽였고, 미친 척 연기를 했고, 스스로를 꾸짖고 괴로워했던 것이다.


어머니! 나를 약하게 낳으셨나이까.

거트루드는 왜 빠르고 쉬운 재혼을 택했던 것일까? 약한 자, 바로 햄릿과 다른 지점이다.


Frailty, thy name is woman! (O)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

A little month, or ere those shoes were old With which she followed my poor father's body (O),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신었던 신발이 채 낡기도 전에,

But break, my heart, for I must hold my tongue. (O)

나의 마음을 크게 말할 수 없어서, 나의 심장은 조용히 부서져야 하는구나.


Hamlet에서의 Ham은 작은 핏덩어리, 몸뚱어리를 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햄릿과 레어티즈와의검술 경기에서 햄릿의 신체가 꽤 강하고 빠르며 단련되어 있다는 알 수 있었다. 햄릿이 약한 자라고 지칭하는 거트루드, 악인 거트루드는 여성으로서 명예보다도 사랑과 성욕을 택한 인물이다.햄릿이 크게 실망한 거트루드는 약하기 때문에 악인이다. 결국 다시 돌아와서 햄릿 스스로가 최악의 악인이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이유는 여성인 어머니보다도 더 약한 지점을 자신이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햄릿에게 약한 것은, 몸이 아니다.



Then I guess beggars are the ones with bodies, while ambitious kings and heroes are just the shadowsof beggars. (M)


우리는 햄릿의 몸이 꽤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햄릿은 왕과 영웅이 몸을 가진 거지의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왕이란 백성 중 가장 낮은 인물 다음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햄릿이 가진 통치관이 영토를 넓힌 자신의 아버지보다도 더 뛰어나다는 것을 엿볼 수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햄릿이 왕위에 오를 자격이 없는 소심하고 생각만 많은 인물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해 버리고는 한다. 햄릿의 Ham, 몸뚱어리는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작은 것이다. 햄릿은백성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왕자였다. 클로디어스조차 사람들이 햄릿을 너무 좋아하기에 함부로 죽일 수 없다고 했을 정도로.


since nothing is really good or bad in itself-it's all what a person thinks about it. And to me, Denmark is a prison. (M)


햄릿이 한 이 말을 가지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왕위를 물려줄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작은 아버지와 결혼했는데, 자신은 왕위에 오르지도 못했다. 작은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날 경우 작은 아버지는 자신의 자식을 왕위에 올리기 위해 햄릿을 곧바로 죽일 것이다. 이런 정치적으로 위태로운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햄릿에게 덴마크는 처형의 날을 기다리는 죄수인 햄릿 자신을 가두고 있는 감옥에 불과하다.

또한 훌륭한 왕이 될 자질을 가진 인물이 신하 폴로니우스는 왜 죽인 것인지 의문을 갖는다면, 폴로니우스는 말이 많은 인물이었다. 미사여구를 많이 사용하고 핵심을 빙빙 돌려 말한다. 그리고 상황 판단 능력도 떨어져 햄릿이 오필리아에 대한 사랑 때문에 미친 거라고 오판하기도 한다.그런 신하가 햄릿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여겼을 리 없다. 화려한 언변을 가지고 고위 공직에 있으며 돈이 많은 폴로니우스를 죽인 것은 햄릿이 정치적 계산 하에 벌인 일이라 볼 수도 있다.

햄릿이 이처럼 강한 몸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약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생각이다.


our natural boldness becomes weak with too much thinking. Actions that should be carried out at once get misdirected, and stop being actions all all. (M)

I am arrogant, vengeful, ambitious, with more ill will in me than I can fit into my thoughts, and more than I have time to carry it out in. (M)

햄릿은 어머니를 사랑하였다.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는 그토록 미루던 클로디어스에 대한 복수를 즉시 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그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게 한 것은 바로 그에게 닥친 30분 후의 죽음이었다. 햄릿의 생각들, 그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명예에 관한 생각은 족쇄가 되어 그의 행동(복수)을 오래도록 저지하였다. 햄릿에게 다가온 죽음은 그를 명예라는 족쇄로부터 풀어놓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었다.

바로 행동하는 것. 자신의 가족을 망치고 왕위를 찬탈한 클로디어스를 죽이는 것. 복수를 마치고 죽어가는 햄릿이 호레이쇼에게 진실을 세상에 남길 것을 당부한 것은 죽음 앞에서 다시 그 족쇄를 차고 명예롭게 기억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햄릿 왕자가 호레이쇼를 통해 세상에 보내는 유언장이다. 그에게 닥쳐오는 수많은 불행들을 회피하기보다 곱씹고 되짚어가며 더 깊이 받아들이고자 한 햄릿. 그는 계속해서 주어진 것들을 고려하고 따져보며 그가 해야 할 최선의 선택들을 위해 홀로 투쟁하였다. 그럼에도 그의 앞에 몇 번이고 새롭게 던져지는 사건들은 끊임없는 파문을 일으켜 다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의 혼란함과 두려움이 느껴지는가?

그를 약하게 만든, 그를 오래도록 고민만 하게 만든 생각들은 그의 안에 있는 가장 큰 최악의 villain이었다. 악하다기보다는 약한 것에 가까운 그의 상념들은, 유령처럼 계속해서 그의 머릿속을 돌아다니며 괴롭혔다. 그 스스로조차 견디기 어려운 생각들을, 햄릿 왕자는 그의 죽음 이후의 세상에서 완전히 소멸시키기보다 남겨놓고자 한다. 그가 토한 이 괴로움들은, 울부짖는 그의 영혼의 생김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이 villain을 슬프게 음미하며 그를 떠올려 본다.


Let the deer that's been shot go off and weep,

While the unharmed deer happily plays.

For some must watch while others must sleep,

That's how the world goes. (M)






나가며..

수많은 영문학 작품들 가운데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고른 이유는, 영어라는 언어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발췌한 부분들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큰 울림으로 다가갔기를 바라며 이번 글이 셰익스피어의 훌륭한 문체에 조금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original text는 소수이고 modern text를 대부분 활용한 글이라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시대를 뛰어넘는 그의 언어를 오래도록 탐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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