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19 토요일
비가 오는 날이었다. 요즘은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세차게 내리고는 했는데, 오늘은 적당히 추적추적 내렸다. 우산을 쓰고 스미비 부타동 앞으로 갔다. 멋진 대학생 같은 남자가 앞에 있었다.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남자친구였다. 내가 오늘 왜 이렇게 멋있어? 말을 했다. 흰 티에 청바지, 연한 베이지색 셔츠를 입은 남자친구는 댄디하고 깔끔했다. 나는 저번주에 코엑스에서 산 통이 넓은 버뮤다 팬츠와 힙한 흰색 크롭티를 입었다. 나는 평소에는 여성스럽고 샤랄라하게, 또는 시골에서 갓 올라온 것처럼 수더분하고 어지럽게 입는다. 저번주에는 스타일을 바꿔 보고 싶어서 요즘에 유행하는 힙한 스타일로 옷을 사 보았다. 그렇게 입으니 유행에 따르는 요즘 현대인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남자친구도 귀엽게 봐 주었다.
스미비 부타동에 들어가서 나는 부타동을 주문하고 남자친구는 마제소바를 주문했다. 양념을 입히고 불에 구운 부타동의 고기는 고소했다. 간장 베이스의 양념은 잘 졸여서 감칠맛이 났고, 양념을 버무린 밥과 잘 어울렸다. 나는 첫번째 고기를 남자친구에게 주고, 마지막 고기도 주었다. 남자친구가 감동을 받아서 기뻤다. 일주일만에 만나는데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것처럼 반가웠다. 일본 포스터가 붙어 있고, 피규어가 있고, 한 줄로 앉는 가게에서 이야기 나누면서 식사하니 좋았다. 비가 오는 풍경도, 여행을 온 것처럼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약속했던 요아정으로 갔다. 저번에 혜화에서 요아정을 처음 먹어 보고 너무 맛있어서 또 먹기로 한 것이다. 그때는 추천 메뉴인 블루베리, 그래놀라, 꿀이 들어간 걸 먹었다. 이번에는 그래놀라, 바나나, 후르츠링, 꿀, 초코쉘을 추가해서 먹었다. 새콤한 맛이 있고 시원했다. 과일과 후르츠링도 상큼하게 어울렸다.
그리고 커피문에 가서 나는 계속 글을 썼고 남자친구는 논문을 고쳤다. 같이 공부하고 문서 작업하는 게 참 좋다. 나는 토지를 일정부분 읽고 토지 프로젝트 글도 한 편 썼다. 우리가 낀 커플링은 항상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면 웃고, 잠깐 옆에 가서 기대기도 했다.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소품샵이 많았다. 가챠와 키티, 짱구 피규어와 인형을 팔기도 했다. 빈티지샵도 가 보니 명품 가방과 목걸이 빈티지를 팔고 있었다. 옷도 많았다. 인센스 스틱 향이 피어올랐다.
남자친구가 나 고기 먹고 싶어, 하고 말하는 게 귀엽다. 같이 간 정숙성에서는 고기를 직접 구워준다. 고기를 쌈에 싸 먹었다. 쌈채소를 마음껏 가져다가 먹을 수 있었고, 직접 구워주신 고기는 부드러웠다. 직원분께서 친절하셨고, 우리에게 서비스 김치찌개도 주문하라고 알려주셨다. 고기 먹는 방법도 자세히 알려주셨다. 청어알이랑 같이 먹으라고 하셨다. 마음껏 먹고 나와서 아까 못 갔던 소품샵을 가서 지브리 물건들을 구경했다. 토토로 오르골은 13만원에서 15만원이었고, 물이 흐르는 토토로 다오라마는 23만원 정도였다.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했다.
그리고 우리는 디저트를 먹으려고 찾아서 가는 길에 알록달록 예쁜 파이홀을 발견했다. 나는 신촌에서 파이홀에 가본 적이 있었고,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었다. 이곳에서 같은 이름의 가게를 발견하니 좋았다. 가는 길 바닥에 자갈이 깔려 있었고, 나무로 길이 징검다리처럼 놓였다. 들어가 보니 알록달록한 벽에 외국 잡지와 장식품이 섬세하게 놓여 있었다. 파이 종류도 많았다. 우리는 바닐라 맛 파이와 캬라멜 마카다미아 맛을 골랐다. 둘다 무겁고 진했다. 파이지 부분이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신기했다. 여기에서도 글을 쓰고 나는 섬마을 소설을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