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여행 2일차

2025. 5.4

by 신하연

남자친구와 바다 구경을 했다. 에메랄드를 녹여서 흐르게 만든 것 같은 부분도 있었고, 파랗고 투명하여 해조류가 다 비치는 구역도 있었다. 모래사장에 아이들이 놀고 간 흔적이 뒤집어진 채로 있는데 파도가 왔다 가며 고르게 정돈하는 중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거세게 머리카락을 휘감고 돌았다. 얼굴을 때리려는 것처럼 달려 들어도 둥근 바람의 손길은 아프지 않았다. 다리 위를 건널 때 몸을 흔들려는 것처럼 돌풍이 불어왔다. 남자친구의 손을 잡고 걸었다.

우리는 아바이 마을로 갔다. 낡은 미용실, 슬레이트 지붕 집, 치킨과 백숙을 같이 파는 식당이 보였다. 간판의 글씨체가 시골에서 볼 수 있는 굵은 궁서체였다. 지물포와 콩기름 냄새가 나는 방앗간도 있었다. 운영을 하는 곳도 있었고 닫은 데도 있었다. 벽화만 그려져 있고 사람이 살지 않는 가게와 넓은 터도 있었다. 녹이 슨 철조망이 지키고 있었다. 해가 넘실거리는 것처럼 깊숙이 들어와 어제보다 따뜻했다. 정겨운 이 길에 가족과 와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남자친구와 오니 새로웠다. 멀리 여행을 오니 신선하고 우리나라 풍경이 더 넓어진다.



우리는 카페에서 자몽에이드와 꿀빵을 먹었다. 남자친구가 꿀빵을 경주 부근에 가서 먹어본 적이 있다고 했는데, 우리가 받은 건 꿀이 발라진 위로 견과류도 붙어 있어서 생김새가 달랐다. 덜 녹아서 아직 차갑고 딱딱한 빵에 발라진 꿀 코팅이 찐득하고 달콤했다. 견과류가 씹히는 맛도 있었고, 안에는 앙금이 들어갔다. 더 부드러웠으면 맛있을 것 같았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준 걸 먹었기 때문이다. 자몽에이드의 탄산이 톡톡 터지는 맛을 주고 시원했다.




우리는 아바이 순대와 오징어 순대를 주문해서 먹었다. 아바이 순대는 큰 순대 속에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 있었다. 익은 채소와 고기 맛이 났다. 오징어 순대는 오징어를 동그랗게 잘라서 속을 채우고 계란물을 입혀서 기름에 지글지글 익힌 것이었다. 전 같기도 했다. 남자친구가 오징어 순대를 먹으며 어머니께서 오징어와 새우, 게를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날 생선을 못 드시고 기름진 걸 안 좋아하신다는 말도 해주었다.




우리는 뮤지엄 X로 갔다. 그곳은 정말 재미있는 공간이었다. 기술을 활용해서 만든,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 같았다. 트램폴린을 탈 수 있었는데 타면서 동시에 소리가 나고 빛이 왔다갔다 했다. 그리고 우주복 같은 주황색 점프 수트를 입고 미끄럼틀을 탔는데 아주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어린아이처럼 너무 신이 났다. 나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많은 편이라 놀이터를 좋아하는데, 어른을 위해 만들어진 놀이터라서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고 신이 났다. 그리고 증강현실이랑 기술을 사용해서 독특하고 신기했다. 증강현실 그네도 탔는데 40m 높이를 움직이는 것처럼 체험할 수 있었다. 내가 너무 높이 올라가니까 직원분이 조금 내려와달라고 하셨다. 나는 강아지처럼 호기심 가득하게 이곳을 탐방했다. 그런 나를 남자친구는 귀엽게 봐주었다. 미디어 아트로 전체가 우주 같은 방도 들어가 쉬었다. 이미지가 계속 바뀌면서 별과 행성도 나오고, 붉고 보라색 이세계를 거쳐 분홍색으로 노을이 지기도 했다.


그 다음에 우리는 영랑호에 갔다. 호수에 풀의 색깔이 드리워진 것처럼 초록색이었고, 넓은 호숫길을 따라 걷는 내내 바람이 많이 불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타고 싶었는데 바람이 너무 강해서 다음으로 미뤘다. 돌아오는 길에 만석 닭강정에서 닭강정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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