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1,22 데이트
21일 잠원떡볶이, 영화 엘리오/22일 레어카페, 니시무라멘, 디지몬 전시, ak플라자, 대림 중앙시장
남자친구와 나는 잠원역에서 만났다. 잠원떡볶이에 가기로 약속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오게 되었다. 키가 낮은 집이었고, 벽에는 연예인 사인도 많았다. 오래된 집 같았다. 떡볶이와 튀김, 김밥을 주문했다. 예전 떡볶이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초록색 그릇에 비닐을 감싸서 떡볶이가 나왔다. 비주얼부터가 제대로였는데, 맛도 좋았다. 떡볶이는 밀떡이라서 양념을 깊게 머금었고, 튀김도 바삭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맛이었다. 느끼하지 않고 뚝뚝 끊어지는 떡볶이 맛에 바로 어릴 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친구들과 모여서 먹을 수 있는 동네 떡볶이 집이었다. 아주 화려한 수를 쓰지 않고 기본에 충실해서 좋았다. 치즈를 넣는다거나 양념에 뭔가 특이한 걸 넣는다거나 하지 않고, 기본적인 고추장 양념에 맛있게 버무렸다. 떡볶이 집이 해낼 수 있는 기본을 가장 잘 지킨 집이었다. 먹기 편안했고 좋았다.
그 후에 우리는 강남 메가박스 리클라이너에 가서 영화 엘리오를 보았다.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의자가 폭신했고 안착감이 좋았다. 어린 아이가 우주로 갔다가 고모가 있는 지구로 돌아오는 이야기인 만큼 이미지가 화려했다. 화려하게 물이 내려가는 화장실, 춤추는 괴생물체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생명체까지 있었다. 복제를 만들고 언어가 통하게 해주는 도구도 있었다. 엘리오는 그 우주에 와서야 진정으로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엘리오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고모는 자신을 원하는 것 같지 않아서,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우주라는 곳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이 지구상 어디에도 자신이 속할 수 있는 곳이 없단 생각은 사람이 극도로 외로울 때 든다. 아무도 자신을 원하지 않는 것 같고 외면당기만 하고 나이도 어리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엘리오는 우주로 가서 진정한 친구가 생기고 성숙해질 수 있었다.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겪으며 사람들은 충분히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알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면 나도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주기적으로 외로웠던 것 같다. 그래서 친구도 많이 만나고 했는데, 큰 사랑을 꾸준히 받으면서 나는 많이 밝아지고 행복해졌다. 그리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도 내 가까운 사람들에게 잘해야겠지 싶었다.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아무리 말썽꾸러기고 못된 아이여도 그가 아닌 착한 복제를 원하는 부모님은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못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영화를 보면서 부모님은 그래도 진짜인 나를 가장 사랑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동받았고 좋았다.
여기부터는 22일이다. 우리는 홍대 니시무라멘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나와서 기다렸다.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나와서 산책을 하다가 날이 너무 더워서 마카롱을 파는 레어카페에 들어갔다. 마카롱을 주문했더니 꼬끄도 주셨다. 꼬끄와 필링이 두꺼운 편이었다. 프랑스식 정통 마카롱은 아니었고 한국식 뚱카롱으로 가는 중간 지점에 있었다. 필링 맛이 다양했다. 와인 마카롱도 있어서 신기했다. 진짜 씁쓸한 와인 맛이 났다.
그러고 니시무라멘 집에 들어갔다. 가운데 테이블에 식물 장식이 되어 있고 그걸 둘러서 앉게 되어 있었다. 정갈하고 직원들은 바쁜데도 인테리어는 현대 가옥처럼 여유가 있었다. 완전히 오픈 주방이어서 앉아 있으니 요리하는 걸 다 볼 수 있었다.
남자친구는 교카이파이탄을 주문했고, 나는 마라탄탄멘을 주문했다. 남자친구 것은 삼삼했고 내 것은 매콤했다. 색다르게 매콤한 맛이어서 기침이 나기도 했다. 뭔가 특이한 향신료를 쓴 것처럼 아주 익숙한 매운 맛은 아니었다. 따뜻하고 속이 풀리는 느낌이 있었다. 같이 주신 빵을 국물에 적셔 먹으니 부드럽게 풀어져서 먹기 좋았다.고기도 국물에 넣으니 금방 익었다. 닭날개 튀김과 치즈밥도 먹었다. 치즈밥은 솥밥에 나왔다. 치즈를 뿌리니 금방 녹았다.
그리고 우리는 AK플라자로 가서 디지몬 전시회에 들어갔다. 티켓에 도장을 찍을 수 있었고, 디지몬 카드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어릴 적에 좋아하던 디지몬의 전시라니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90년대생들이 어릴 때 좋아하던 전시와 팝업이 많이 열린다. 90년대 생들이 돈을 쓸 나이가 드니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y2k도 그렇고 나는 이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것들이 좋다.
익숙한 캐릭터들이 보였다. 사실 2년 전엔가도 디지몬을 왓챠에서 본 적이 있었다. 3화 정도까지 본 것 같은데 그 때는 내가 너무 자라서 그런지 내용도 뻔하고 스토리도 반복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릴 적에는 너무 신기한 세상이었다. 공중전화기도 그렇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였다보니 그런 변화를 잘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 당시 나에게 디지털이란 충분히 새로운 세계였다. 디지몬 캐릭터와 함께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들의 마음으로부터 힘을 받은 디지몬들은 진화를 할 수 있다. 사람의 용기와 사랑으로부터 진화한 디지몬의 변화 모습은 참 멋있다. 진화할 때 나는 효과음을 듣기만 해도 떨리고 좋았다. 전시회 안에서 진화 영상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넓은 디지털 길이 펼쳐지고 거기에서 귀여운 디지몬들은 강한 모습으로 진화를 한다. 모든 캐릭터들을 찬찬히 하나씩 다 살펴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캐릭터는 태일이의 여동생 신나리였다. 작고 예쁘게 생겼고, 미나처럼 공주스럽게 허영을 부리거나 하지 않았다. 수줍고 약한 나리한테 가장 마음이 갔다. 그리고 나리의 디지몬인 엔젤 우먼은 너무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보면서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매튜의 동생 리키의 디지몬이 엔젤몬으로 성장할 때는 아직까지 기억날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토코몬만 계속 진화를 못해서 속상해하고, 리키가 위험할 때 결국 진화를 성공하고 가장 멋지고 강한 모습이 되었을 때의 감동은 정말 컸다.
이렇게 어린 시절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으니 좋았다. 어린 내가 푹 빠져 있던 재미있는 세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내가 이 세계에 푹 빠져서 좋아하던 모습도 떠오르고,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생각해보니 기뻤다. 나를 이곳에 데리고 온 남자친구에게 새삼 고마웠다. 내가 디지몬 어드벤처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고 어릴 적의 것을 그리워하는 걸 알고 나를 기쁘게 해 주고 싶어서 데리고 온 게 느껴졌다.
우리는 서브컬쳐 팝업이 진행되는 곳에서 유튜버도 볼 수 있었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무인양품 구경도 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소품과 의상을 구경하면서 남자친구가 사줄까? 라는 말을 많이 했다. 내가 정말 갖고 싶어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걸 알고서 한 말이라서 기쁘고 좋았다.
그 후에 대림 중앙시장에 가서 위에티아오를 사먹어봤다. 나는 중국어로 구매하고 싶었는데 주인이 내 말을 못 알아듣겠어요, 라고 한국어라고 말해서 부끄러웠다. 위에티아오는 참 컸다. 같이 시장 구경을 하는 것도 좋았다. 신기한 게 많았다.
즐거운 데이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