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카페에는 꽃이 많다. 겨울인데도 실내 정원에 꽃이 피었다. 별 무늬 다발 선홍꽃, 보라 뭉텅이 꽃, 둥글게 인사하는 꽃, 피어가는 별꽃하며 나만의 이름을 붙여 본다. 봄이 되면 꽃이 뒤덮는다고 한다. 푸른 하늘이 웃음을 흘리는 계절에 가득한 꽃내음을 맡고 싶다.
서울보다 남쪽에 있는 섬인데도 바람이 불고 눈이 가득 내린다. 하늘도 파란 얼굴을 넓게 펼쳐진 구름 사이로 숨겼다. 하늘이 얼굴이면 구름은 머리카락 정도일까. 머리카락에 뒤덮여서 하늘도 그리운 땅이 안 보이겠네. 하늘은 내려다보기만 하는데 어깨는 안 아플까. 머리카락이 희거나 흐린 걸 보니 하늘도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얼굴을 가리면 마음을 숨길 수 있다. 그러니 하늘은 어두운 날엔 어른이 되고 맑은 날이면 아이가 된다.
꽃이 떤다. 터키시 앙고라가 노란 눈을 꿈뻑거린다. 느티나무에서.
도시 사람들은 시골에 와서 품종묘들을 버리고 간다고 한다. 그렇게 버려진 하얀 고양이는 카페 주인이 부르면 온다. 앉거니 걷거니 카페를 지킨다. 손을 뻗으면 다가오고, 쓰다듬어주는 걸 좋아한다. 이렇게 순한 고양이를 누가 버렸을까. 고양이는 울지 않는다고 했다. 슬픈 고양이는 울음을 잃어버렸다. 고양이는 사랑받고 싶으면 울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울지 않는다. 고양이가 울지 않는 걸 보니, 고양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영원히 떠난 거다. 좋은 카페 주인이 있고 손님들이 귀여워해도 고양이는 우는 법을 잊어버렸다. 처음 가족이 돌아오지 않으니까. 상처받은 고양이가 느티나무에서 편안해 질 수 있기를 바란다.
호박죽을 먹었다. 찹쌀 새알심이 들었다. 황금 호박죽은 부드럽고 진하다. 쫀득하게 입에 감긴다. 곱게 갈아 호박 알갱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커피는 고운 향기가 난다.
느티나무 카페,
꽃이 피는 겨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