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아직도 가실 생각을 안 하기에, 차라리 이 열기를 온기 속이라 느끼는 게 마음 편한 나날이다. 올 때 과일 사와라 하고 엄마가 쥐어준 만원을 지갑에 넣고 나는 요가 학원에 가려고 밖으로 나갔다. 장바구니도 챙기고, 몇 걸음 걷다가 되돌아와 우편함에 들어 있는 신문지도 들고서.
오늘은 원장님 수업이라 시간이 빨리 갈 것이다, 생각하고 앉았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새 20분이 지나고, 조금 더 했더니 베게 이완을 할 40분이 되었다. 이렇게 여유롭게 말씀하시는데 시간은 아까울 정도로 후다닥 가버린다. 오늘은 경추 7번 푸는 걸 했다. 간단하게 팔을 풀고 어깨를 이완시킨 다음에, 바르게 앉아서 눈을 감고 경추 7번을 느꼈다. 원장님 말씀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내 뼈와 근육이 굳어 있는 걸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원장님이 그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경추 7번이 물이 된다, 라고 생각해보라 하셨다. 천천히 집중하자 흐물흐물 몸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긴장이 잔뜩 들어 있던 목 뒤가 늘어졌다. 경추 7번 뼈가 액체가 되는 걸 상상하니 주변에 있던 목과 어깨까지 풀어졌다. 그리고 물이 된 경추가 이번에는 기체가 되어 날아간다, 하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어려웠다. 내 단계는 아마 물까지였나보다.
어깨에 긴장이 많이 들어 있었다. 다른 할아버지에게 굽은 어깨를 의식하고 펴 보라고 이야기 하셨는데 나 역시도 어깨가 굽어 있는 걸 느꼈다. 경추에서부터 이어져서 앞으로 말려 있는 어깨를 펴고 다리 한 쪽을 편 채로 굽혔다 폈다를 반복했다. 오금이 당기고 천추와 등 뒤가 말리려는 것을 쭉 피면서 늘리니까 허벅지 뒷부분이 많이 당겼다. 저릿저릿 하면서도 힘을 풀수록 늘어나고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베게 이완을 할 때는 편안하기는 했지만 어깨에 긴장이 쉽게 풀어지지는 않았다. 요가학원에 오기 전까지 내가 어깨에 긴장을 많이 하는 줄 의식조차 못했는데, 지금까지도 어깨 긴장이 들어간 게 느껴진다. 풀려고 하니 어깨가 스르르 아래로 내려간다. 말려 있는 어깨를 펴고 타자를 치니 훨씬 자세가 바르게 잡힌다. 등도 곧게 세워진다.
요가 수련을 하면서 명상의 단계를 맞보았다. 숨이 내 몸의 하부에까지 내려오고 그 숨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재를 느끼는 것이다. 현재에 집중하고 과거도 미래도 잊어버리는 것이다. 내 몸을 차분하게 바라보니까 그렇게 되었다.
요가를 마치고 과일 가게에 가서 딱딱한 복숭아와 천도 복숭아를 골랐는데, 다른 아주머니가 포도 한 상자를 만원에 사가는 걸 보았다. 아주머니는 만이천원을 건네려가다, 주인분이 세일이에요, 하고 만원만 받았다. 나도 좋아하는 과일인 포도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부 포도 상자를 들고 와서 만원짜리를 건네고, 들고 온 장바구니에 하나씩 담았다.
가는 길에 빵집이 눈에 들어와서 소금빵을 하나 골랐다. 여러 개를 사서 동생들도 주고 싶었지만 하나만 사야겠다 생각을 하였다. 결제를 하려고 기다리다가 카운터 옆에 있는 진열장에 버터 프레첼이 보였다. 이걸 엄마에게 드리고 소금빵은 여동생을 주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빵 두 개를 사서 집에 왔다.
빵 사왔다고 말씀드리니 엄마가 좋아하셨다. 여동생이 잠에서 깨어나 소금빵을 먹어도 되냐고 물었다. 원래 너 생각하면서 산 거다, 하고 엄마에게 프레첼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엄마는 버터가 가득 들어 있는 프레첼을 한입 드시고는 맛있다 하셨다. 치즈도 들었다고 맛있게 드시다가, 나에게도 잘라 주셨다. 굵은 소금 맛이 빵 겉면에서 나고 버터가 들어 있는 빵 안쪽은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맛있다 생각을 하고 안에 든 것이 치즈가 아니라 버터라고 말씀드렸다.
엄마는 이 맛있는 빵을 두고, 커피를 내려야겠다 하셨다. 맛있는 빵이니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커피와 함께 드시려는 것이다. 그렇게 엄마는 빵을 내려놓고 천천히 커피 내리는 시간을 기다렸다. 식탁 위에 놓여진 빵을 보니 음식을 단정하게 놓고 기다리는 엄마가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두고, 더 음미하기 위해서 기다리는 엄마가 여유로워 보였다. 음식이 맛있다고 한순간에 다 먹어버리지 않고, 기다리는 게 보기 좋았다. 엄마가 커피 내리는 동안 나도 정갈하게 놓인 프레첼에서 풍기는 한적한 느낌을 누렸다.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것에 얽매이는 순간 급급해 보인다. 그런데 그것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자유로울 수 있다. 나는 그걸 느끼고 그 순간의 엄마가 우아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내가 요가를 하면서 굳어 있는 몸을 느끼고, 그걸 이완시키면서 현재를 바라보는 것도 내 몸으로부터 놓여나는 작업이자 우아해지는 길이다. 잔뜩 긴장하는 줄도 모르고 급급해서 살아가다가 풀려나는 건 엄마가 프레첼을 두고 기다리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시간을 여유롭게 지켜보아야 하니까. 커피가 내려오면서 프레첼에 향기를 더하듯이, 우리 몸도 긴장을 내려놓으며 곧고 바르게 된다. 그런 느린 움직임이야말로 우아하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