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뮤지컬을 만나다

런던과 바르셀로나, 넷

by 김바다





어릴 적,

반짝이고 화려한 조명이 그득한 무대 위에

그보다 더 눈부시게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샤틴’은 마치 여신님 같았다.


그 어느 공주님보다도 아름답다며.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샤틴에게 푹 빠져버렸다.

영화 속 멋진 환상의 나라는 바로 그러했다.

오랫동안 반짝이는 세계를 꿈꾸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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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루즈』라 하면

역시 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영화

가장 먼저 떠오른다.


물론 뮤지컬 영화는 『라라랜드』나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훌륭한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지만, 나는 『물랑루즈』샤틴

가장 좋아했다.


하지만 꿈결 같은 환상의 세계간혹 딱딱하고

무정한 지구 현실을 살다 보면,

그것을 꿨던 꿈마저 잊히고 만다.




그 오래 전의 감성이란 웬 말인가.
오글거려서 등 떠밀고야 말지.
꿈꾸던 소녀는 이제 없어진 걸까?



눅눅하고 차가운 런던 거리에 내던져진 채

방황하던 자는 피카딜리에서 지난날,

잊어버린 꿈 한 조각을 주웠다.


반짝이는 『물랑루즈』 뮤지컬 극장.


나는 뜻하지 않게 뮤지컬 공연을 보게 되었고,

런던에서 보낸 날 중 가장 행복한 날로 손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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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는 런던 여행 때

뮤지컬을 꼭 한 편 보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다소 시큰둥했다.

뮤지컬이라고?

그러니까 상당히 낯선 느낌이었다.

공연이라 하면 아이돌 콘서트나 팬미팅이

더 익숙한 나로서는 뮤지컬이 괜히 비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또 위대한 작품들은 이미

영화로도 다 나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굳이 …라는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진솔하게 꺼내지 못했다.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오, 너무 좋은데요?”라며

영혼마저 가출시켜 버린 언어를 선생님께 전했다.



한국에서 런던 여행을 준비할 당시,

선생님께서는 여러 피카딜리 극장의 뮤지컬을

찾아보시다가 미리 예매하지 말고

여행 중 일정에 맞춰 현지에서 예매하자고

권유하셨다. 나는 뭐든 좋아요!라고 답하며,

처음 떠나는 유럽 여행에 설렘만 가득 앞세웠다.


그러던 중

런던의 우울한 날씨와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콜록이는 하루를 보내고 있던 날이었다.


우연히 지나가던 피카델리 거리에서

반짝이는 공연장 하나를 발견했다.

화려하고 붉은 외관의 공연장은 호기심을

자극하여 선생님과 마주 보게 했다.


역시 선생님께서는

“이 뮤지컬 어떠니?”라고 물어주셨고,

어느 정오의 산책길에서

현장 예매를 하고자 공연장에 들어갔다.


그곳에 있던 스텝에게 예매 방법을 물었더니,

포스터에 인쇄된 QR 코드를 가리켰다.


QR코드는 참 신기한 시스템이다.

현지어에 서툰 이방인도 QR코드를 통해 접속하면

번역이 자동으로 되어, 내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듯 손쉽게 구매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당일 저녁 공연을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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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공연을 앞두고 마음이 꽤나 요동쳤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호텔로 돌아와 잠시 쉬었고,

근처 한식당에서 가볍게 식사도 하였는데.


사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지난날, 오래전 두세 번쯤 보았던

영화 <물랑 루즈>가 떠올랐다.


새틴, 그 아름다운 여자.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렜다.


얼마나 빛나고

반짝이는 무대를 마주하게 될까?

예상하기 어려워 괜스레 긴장되었다.


니콜 키드먼 배우님처럼 예쁜 주인공이면 좋겠어.

환상에 젖은 기대감이 잔뜩 부풀어

공연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빽빽한 관객들 사이에 몸을 구겨 앉았다.


그곳은 다소 작은 편이라

많은 사람이 들어섰을 때는 꽤 혼잡스러웠지만,

무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곧 무대가 시작될 무렵, 오프닝이었을까?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무용수들이

매혹적인 자태로 워킹을 선보였다.

조금 남사스러워.. 라며 살짝 시선을 내리고

말았지만,

또한 매우 흥미로운 광경에 살짝 훔쳐보듯 하였다.


‘아… 내가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처음이라서 나는

촌티를 숨기려 애써 태연한 척 굴었다.

그토록 많은 감정을 오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찰나,

오프닝 무용수들이 퇴장하고 무대의 막이 올랐다.


그리고 무대에 오른, 남자 주인공인

가난한 작가 크리스티앙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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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사랑하던 이들이여_
어디로 향하시던가요?

너무나 황홀하여 빠져나올 수 없는
늪지대였던가요.
차갑게 식어버릴 미래를 예고하던
푸른빛 소용돌이였던가요.
아무개가 시샘하여 몹쓸 말을 떠들어 되어도
그 사랑은 굳건히, 영원하다 믿으실텐가요?


by @kimbada4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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