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한 하루

2026年 2月 12日 목요일

by 김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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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약간 맨둥한 상태로 졸리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몸을 먼저 일으켰다. 아무래도 지난날 늦게 잠을 이룬 탓일까나. 희미한 안갯속에서 흐느적 춤추는 하나의 실선을 따라 들어선 서재에서 안락한 의자에 몸을 내려놓으니. 그제서야 조금씩 머릿속의 안개가 걷히는 것만 같았다.


"아... 오늘이 목요일이던가."


이내 부엌에서 내려온 커피를 쪼롭 마시며, 어제 분갈이한 화분들을 떠올렸다.



'참 말이야.

분갈이할 때 쓰는 흙은 촉촉하니
보슬거려서, 느낌이 정말 좋았는데 말이지.

아~ 보슬보슬 그 표현!

참으로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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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스레 뽀동거리는 커피잔을 부여잡고 어제 흙을 매만지던 것을 재연하듯 시늉을 하자, 나는 내 지금 표정이 아주 가관일 테지라고 생각했다. 으흐흐, 어둠의 실소쯤이라도 되듯 하여 키득거렸다.



생각해 보면 즐거웠던 일들은 아주 사소한 과정 속에 포함되어 있다. 나는 무언가를 만지는 것도 좋아하고, 향기 나는 것을 부비적 얼굴에 뭉개는 것도 좋았다.



하물며 소리는 어떠한가.

요즘 유튜브로 듣는 나긋한 피아노 연주소리에 이미 사계절의 이야기들을 모조리 섭렵했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 이름 모를 수많은 곡들 말이야. 말랑한 감정을 쪼물딱대는 작은 오색빛깔 슬라임만 같았을까.



그러니 오늘도 그러자고 다짐하게 된다.

딱히 절실함 없음에 마음이 느긋해지고, 굳이 계획하지 않으니 머릿속을 번뜩이던 생각들 중 하나부터 찾아서 하던 날. 별일 없이 소탈하게 보내는 일상이던가.




그것에 비장한 마음이 뭣이 필요하겠어.





훈훈하니, 적당히 데워진 마음 하나 챙겨 집 밖을 나서 보던 것.


간만에 소소 일탈을 도모하고자 큰 기대 없이 든든히 챙겨 먹고 나가던 날. 모처럼이니 오래된 내 카메라도 함께 가지고 나가볼까나.




어여쁘지 않으니 소소한 날이여.

귀엽지 않으므로 상냥하던 순간들을 만나며.


매 순간을 그저 귀하게 여기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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