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개의 핑계들 중 하나

2026年 2月 12日 목요일

by 김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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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망설임 앞에는

수만 가지의 핑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으니까,

내지는 또 모르니까.


그 수만 개 이유 중에서

정말 단조로운 하나만으로

주저하던 마음이 단숨에 정리되었다.




2월은 한 골짜기를 넘어 다음 언덕으로 향하는 경계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올해는 부득이하게도 더욱이 그러했다. 올해라곤 1월. 한 계절도 아닌 겨우 한 달 사이에 참 많은 생각과 변화가 오갔다. 그런 생각의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보잘것없는 감정의 잔해들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오히려 수습하기에 바빴다. 지난날에는 그리 곤두세우고 무너질 듯 휘청하더니 이토록 잔잔할까. 허망하기만 하다. 지난 각오들이 무너지면, 다시 세우기보다는 좀 더 단단하고 괜찮은 모양으로 고쳐 단장되길 원했다.


돼지 삼 형제 이야기처럼, 이번에는 벽돌집을 지어볼까나. 비장하지 않은 비장한 각오를 가지게 된다.



2월에 들어 가장 먼저 한 일은

밥솥을 하나 샀다.


그 조그마한 것에 밥을 지었다. 2인분으로 4인분의 햇반이 탄생했다. 나는 그것이 또 다른 의미로 경이롭다고 생각했다.



또한 내 집에 싱그러움 그득한 것들을 들였다.

물론 지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또 녀석들은 물을 먹으면 엄청 무거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징징거리는 소리와 함께 매번 천하장사 놀이를 해야만 했지만, 싹이 틀 때면 신기하고 기특하여 마치 경사가 난 일처럼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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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유를 불문하고

잠시 떠나는 외출을 종종 감행했다.

처음에는 그저 밖으로 나가보는 것에 대한 생각에서

작은 서점으로 이어졌다.



나는 이 세상의 아기자기한 모든 것을 사랑한다.

작은 소품부터 크고 우아한 목재 가구까지.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잃어버렸던 동심마저 되살아나는 것만 같던 온화한 감정이 참 좋았다. 게다가 다시 책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후, 자연스럽게 독립서점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그곳의 아기자기함과 낭만적인 분위기는 잠들어 있던 흥미쟁이 씨를 깨우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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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외출할 이유를 꾸렸다.

허나 아침부터 그러하다. 외출을 코앞에 두고도 망할 ‘가기 싫어 병’이 도진다.



가지 말까?
오늘은 몸이 찌뿌둥해.
날이 아닌가 봐, 예감이 좋지 않아.

가서 뭐 해?

별거 없이 괜히
헛걸음만 하고 돌아온다.

귀찮잖아,
그냥 집에 있는 책이나 읽어!


악!! 그냥 가지 마~




수만 가지 핑계가 발목을 붙잡는다.

내게 이 집 지박령 하나 붙어 있는 게 분명하다.


어찌 이리도 나가기 싫어할까나...


허나 호기심, 그 작은 녀석이 반짝이며 살랑거린다.


봄바람에 살짝 휘날려 온 벚꽃 한 조각일까나.

후~ 불면 간지럽히는 민들레 홀씨 같으려나.


그래도 말이야. 또 모르잖아, 진짜 좋아할지.





그러고 나서 첫 서점 나들이를 경주로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와 덩치 큰 1인용 소파에

덜컥 앉아 냉수를 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긴 한숨을 내쉬던 중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하아~ 즐거웠네. 좋았구나..." 라며.



그렇다. 바로 다음 서점 나들이를 계획했다.

수만 가지 핑계들 중 하나,

또 모르니까. 이다음이 더 즐거울지도.

그리 생각하니, 지금 내쉬는 공기가 꽤 달달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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