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年 2月 25日 수요일
내 머릿속에는
아주 거대하고 끔찍한 모양의 흑고래가 산다.
그것은 스멀스멀 기어 나와 수많은 잡념을
등에 숨긴 물구멍으로 뿜어냈다.
어떤 때에는 뿜어져 나오는 것이 시커먼 액체일 때도 있고, 뿌연 안개의 연기일 때도 있다. 고래는 둥둥 떠다니며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그리고 미래 생각을 잡아먹었다.
'이렇게 되면 참 좋겠다.'
'더 잘되어 있을 거야. 그러니 부디'
찬란하고 오묘하게 빛나는 것들을 냉큼 집어삼켰다.
그러자 그것들은 종잡을 수 없는 두려움과 염려로 배설되었다. 늘 상상하던 푸른 바닷빛 속 영롱하던 돌고래의 모습이 아니다. 표피는 두툼하며 미끄덩거리는 점액질로 둘러싸여 있고, 옆에 다가가면 악취가 진동하여 마음을 어지럽힌다. 또 다른 의미로 그것이 내 모습을 대변하는 것만 같아 절망적일 때도 있었다.
나는 그것이 나타날까 봐 늘 노심초사, 불안으로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말이다. 기대를 갖지 말자. 바람을 지우자. 오늘 하루만 무사히 지나가길. 곧잘 주문을 외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처럼 화창해진 2월의 날씨로부터.
낮잠을 자던 중 먼 미래의 꿈을 꾸었다.
조그마한 섬 언덕 위에 코딱지만한 상점이 있다.
달콤한 솜사탕 내음이 났고, 다소 요상하게도 곡선으로만 이루어진 그곳에서 나는 항아리들을 팔고 있었다. 항아리들은 모두 뚜껑이 닫혀 있었다. 게 중 하나를 열면 향긋한 봄내음이 퍼져 기분이 맑아졌고, 또 다른 하나를 열면 신비한 이야기들이 라디오처럼 쏟아져 나왔다. 나는 그것들을 열심히 닦고 다듬어 사람들에게 팔았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나면, 현실이 아님을 깨닫고 왠지 모를 씁쓸한 기분이 든다.
멍해진 상태로부터 온전히 깨어나기 위해 내린 커피를 마셨다. 내다보는 베란다의 풍경은 쏟아지는 오후 빛살로 그윽하여, 꿈에서 느낀 감정을 다시 마주하게 한다.
그래서 다시 꿈을 떠올렸다.
그것들이
정말... 정말이면 좋겠어.
허나 이내 조마조마했다.
내가 꾸는 꿈들이 허망하게 사라질 환상일까,
이룰 수 없는 망상일까 봐.
그리도 고래를 불러내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마음속 깊이 숨겨두고 바라본 이유는,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포기하지 않기 위함일 것이다. 정말 그리 살고 싶으니까.
가지기 위해 염원한다는 것은
정말 무모하기만 한 일일까?
자꾸 '현실, 현실’ 타령만 하는 스스로가 때로는 너무 미워서 한 대 쥐어박아주고만 싶다.
"왜. 꿈이라도 좀 꾸자!" 라며.
그리고 어둑해지는 창가에서
알 수 없는 마음을 먹는다.
고래 그 녀석이 나타나면
더 이상 두려워하며 불안을 키우지 말고,
내 먼저 다가가 시원하게 펀치라도 한방 날려주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