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와 유저를 뛰어넘는 우리는 모두 사람이었다
비대면 진료로 촉발한 우리 회사 [soldoc]의 서비스 중, '보습제 MD'라는 영역은 내가 고객이기에, 정확히 말하면 '5세 아이를 키우는 30대 후반의 아이 어머니'이기에 확고한 심리적, 경험적 확신이 있었다. 패션/라이프 스타일을 창업 멤버로서 꽤 오랜 시간 platform을 운영하며 느낀 '우리가 사기 시작하면, 고객도 사기 시작한다'라는 작은 진리랄까.
솔직한 닥터 솔닥은
아래와 같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https://tele.soldoc.co.kr/view/booking
https://www.soldoc.co.kr/goods/atoz.php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큰 카테고리로 피부/탈모/성기능에 한정하여 비대면 원격진료를 핵심 BM으로 드라이브하고 있다.
굉장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 같고, 이 사회가 몹시 필요로 하는 것 같았던 프로덕트나 서비스는 정작 출시가 되었을 때 -
- 최종적으로 탄생한 그 몸집이 좀 비루해 보이거나
- 내가 만들어놓고 좀 민망하거나
- 혹은 괜스레 슬펐던 경험 역시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작은 재화적 물성을 띄는 제품부터 일상 혹은 삶을 개선해준다는 서비스도 우선 남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큰돈 아니더라도 왜 이리 힘든지 현타가 왔던 경험도 마찬가지다.
결국 남의 지갑 열려면, 내 지갑부터 과감히 열 수 있어야 한다는 진리. 이게 정말 별거 아닌데 뼈 때리게 깨닫기까지는 사실 시일이 좀 걸렸던 것 같다. 이제는 자동으로 작은 무엇을 하나 만들지라도, 1) 초등학교 3학년이 이해할 수 있는가 2) 당신이 직접 돈 내고 구매할 것인가?라고 딱 두 가지의 질문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이 두 가지 모두 동그라미 치기 상당히 쉽지 않다). 아무튼-
그렇게 제한적인 비대면 진료의 영역을 통해 조금 깊이를 두고 가지치기를 한 것이 있다면 유일하게 솔닥에서는 바로 피부영역의 보습제였다.
*보습제란 영유아 특히 아토피나 건선, 태열 등으로 고생하는 영유아 부모라면 소아과나 피부과에서 한 번쯤 권장받고, 처방받아 봤을 법한 크림이자 로션이다. MD라고 부르는 이유는 medical device 즉, 의료기기라는 인증을 받아서인데 이 부분도 실제로 내가 엄마가 되어서야 '이런 영역이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율이의 건선과 아토피는 두 개로 대표되는 특정 브랜드의 보습제 MD를 사용하며 드라마틱하게 좋아졌고(물론 리도멕스와 비판텐도 함께 도포했으나 스테로이드 계열은 아주 치명적일 때만 사용했고 지금도 비판텐과 보습제를 함께 발라주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늘 우리 집에는 구비되어 있는, 또한 실비청구가 되기 때문에 정말 기분 좋게 구매하고 환급받는(결국 나와 아이의 실비로 나가는 돈은 제법 되지만) 기분 좋은 소비와 청구의 행동 패턴이었다.
처음 이 영역을 론칭하고 나서(보습제를 비대면 원격진료로 진행 가능케 하는 서비스를 액티베이팅 한 후) 우리는 유저들이 필요했다. 무작정 맘 카페에 글을 올렸다. 회사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론칭하게 되었는데 혹시 사용해보시고 후기를 들려주실 분이 있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솔직, 담백, 적나라.. 동시에 좀 모자라다 싶은 글을 올렸는데 몇 분이 반응해 주셨고 그때부터 나의 카오스는 시작되었다.
연이어 너무나도 좋은 피드백을 받게 된 것?이 문제의 시작-
당연히 좋은 결과(다른 부분은 재차 하더라도 내가 스스로 고객이 되는 이 서비스의 편의성에 대한 확신은 정말로 1도 거짓이 아니었으니.. 적어도 맘 카페에 올렸는데 쌍욕은 안 먹겠다 싶어 공유한 것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양질의 피드백이 돌아오니 정말 감개무량하도록 감사하고 송구스러웠다. 워낙(의외로) 그럴 줄 알았지!! 하고 칭찬을 즐기는 성격은 아닌지라 괜히... '아니 왜 칭찬하나요.. 내가 대표도 아닌데..' '왜 나한테 고맙다고 하고...' 정말 민망하여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
문제? 는 바로 칭찬 릴레이가 시작되며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은 후기를 주시는 분들이 생겨났다. 이 사람들 왜 이래? 싶게 배송 온 사진들, 만족했다고 칭찬하는 글들, 친구에게 추천한 글, 단체 카톡방에 방사? 했다고 말씀하시는 분- 이 중 나의 찐 친들도 포함되었으나 정신 못 차리도록 신나게 유저분들 의견을 줍줍 하고 나니, 이 부분을 진실된 콘텐츠로 일명 찐 후기로 바이럴을 해야겠다고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중 예준이 어머니는 내가 맘 카페에서 획득한 보물 같은 유저분이었는데 성동구에 거주하다 거제도로 이전을 한 그런 상황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이 있었고, 그녀가 일명 '도서산간' 지역에서 솔닥을 마주했을 때의 감동(?)은 다음과 같다.
내가 생각해도 거제에 사는 그녀에게는 이 서비스가 매우 유용할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서울에 사는 나도 평일에는 9-6 근무를 하고, 하물며 토요일에도 각종 일정이 꽉 찬 부담스러운 스케줄로는 보습제 타러 가는 그 한두 시간이 사실 굉장히 큰 시간이다. 일명 반나절 까먹는 시간.. (남편과 나는 주말, 반나절 까먹는 일을 매우 싫어하며 되도록 이런 일을 줄이고 우리 서로 그리고 아이에게 집중하자는 원칙이 있다) 솔닥이 이 서비스를 론칭한 후 나는 꼬박꼬박 한 달에 한번 진료를 보며 우리의 소중한 주말을 절약하고 있다.
이런 나의 편의와 만족이 그녀는 두 배, 세 배로 느꼈던 모양이다.
예준 엄마는 위와 같은 후기로 시작하여 무려 50개 혹은 그 이상의 사진을 보내주셨고, 예준이 사진도 광고에 사용해도 좋다는 대화가 오고 가기까지의 그 과정에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이래도 되냐며, 이렇게 광고에까지 써도 되냐며 나는 한번 물러섰고, 예준 엄마는 한 발짝 더 다가와 내게 성공해야 한다며, 진짜 잘됬으면 좋겠다며 아직 걸음마 단계인 스타트업임을 알고 있음에도 본인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라며 정말 밥상을 차려줬다. 심지어 그녀는 광고 대가로 그 어떤 선물도 거절했다. 사용하라고 그녀가 전달한 예준이 사진, 예준이 웃음 그리고 그녀의 정성을 한껏 담아내 제작된 광고 콘텐츠는 지금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 채널 안에서 열일 중이다.
콘텐츠 제공의 대가는 이미 거절하였으나 마음이 편하지 않아 대표님으로부터 적당한 선물을 협찬받고, 나는 회사일을 떠나 인간적으로 그녀에게 진심 어린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레고에서 출시한 배트맨도 하나 골랐다. 첫째가 7살이라 했으니.. 베트맨 딱 좋아.. 스스로 뿌듯해하며 정성스럽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
이틀 후, 그녀에게 카톡이 왔다.
"유도 분만하러 병원 갔다가 자궁문이 안 열려서 방금 돌아왔는데, 이 선물 뭐예요? 나 눈물 나잖아요, 엉엉"
해당 카톡을 받은 것은 토요일 밤 9시 30분, 그녀는 그 길로 거제 맘 카페에 다시 장문의 후기를 올려줬다.
그러고 나서 우리 서비스는 다시 진료 신청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어?
내가 예준 엄마, 우리 유저를 알게 되었을 때 남편에게 건넨 말이다. 왜 이리 호의적이고 열정적이신지 정말 서비스에 반할 일이냐며 나는 더 이상 어떻게 잘 해 드려야 할까 남편에게 괴롭다고 털어놨었다. 내가 무엇을 해도 진심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그런 사람이 있더라!
정말 있더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상대가 진심을 다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더 과격한 진심으로 본인의 마음과 정성을 행동으로 옮겨서 십분 더 반성하게 하는 그런 사람이 있더라.
이틀 지난, 오늘 아침 10시, 그녀에게서 카톡이 왔다.
"저 새벽 5시에 유도분만 시작해서 9시에 아기 낳았어요!"
내 출산 여정과 비교해보면, 대단한 사람을 만난 것에는 틀림이 없다. 난 밤 10:30에 양수가 터지고 5시간을 진통했는데 결국 산소호흡기를 끼고 제왕을 했었다. 4.1킬로 아가를 출산하고 단 한 시간 만에 내게 카톡을 보낸 그녀는 정말 대단한 사람임에는 의심이 없다. 그리고 나는 그 좋은 기운을 받아 용기 있게 이 일을 지금 기록하고 있다.
그녀가 같은 엄마로서 나를 응원했는지, 맘 카페에 와서 본인 회사 이야기를 너무나 진중하게 꺼내는 내가 애처로웠는지 아니면 정말로 이 서비스가 필요했는지 나는 아직도 궁금하긴 하다. 그러나 그녀와 소통한 약 3주간의 여정이 내 인생을 정말로 많이 다시금 깨닫게 했다.
우린 모두 사람이구나.
나도 언젠가, 누구에겐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그렇게 진심으로 열렬히 응원해 줄 큰 그릇이 되기를, 언젠가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우리 율이와 예준이를 생각하며 진심으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