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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bbokim Mar 04. 2022

솔닥 비대면 진료 핸드북을 만들며

아름다움을 관통하는 안목과 본질에 대하여


작년 11월 즈음, 비대면 진료 혹은 원격 진료에 관한 작은 핸드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정확한 꼭지를 무엇으로 할지, 다른 매체나 미디어 그리고 ‘어쨌든 활자’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인데, 유독 이번 달은 금융적인 생각들이 본의 아니게 머릿속을 많이 지배했고, 게다가 최근 며칠.. 주는 연속으로 IR 자료 제작에 매달려 온통 머릿속은 로켓 성장과 마켓셰어에 관한 가득한 워딩과 리소스가 난무했다. 도무지 이렇게는 쓸 수 없다. 이렇게는 기획할 수 없다!라는 마음에 과감하게 멀리 상수까지 한 걸음에 달려간 곳은 #종이잡지클럽 :)  


여기 가면 뭐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반차를 쓰고 달려갔다.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반차 짬바가 되어도, 웅장 해지는 마음은 여전하다. 반차란 자고로 무엇인가를 꼭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랄까. 


종이 잡지 클럽은 너무 추웠고, 좋은 텍스트와 사진들을 짧은 찰나에 불구하고 많이 탐닉했지만 그중 강추위 속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바로 자그마한 음식 사진들이 나열된 엽서 북이었다. 

카운터에 해당 책과, 맘에 두었던 다른 책을 결제하려고 하니 그냥 가져가시라 했다.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며칠..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기도 했고, 다시 세상에 꺼내길 반복하고 번복하며 텍스트를 모두 정리할 수 있었다. 


종이잡지클럽에서 만난 영감의 원천들, 그리고 대표님께 받은 딸기 케이크(너무 영롱해서 몰래 찍어두었어요..) 
개인적으로 참 좋았던  #요기레터 #파인더스 그리고 일요일 아침부터 찾아갔던 어느날 무지 강남점 전시 #식품공장


이제는 옛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영국에 거주했던 적이 있었다. 그곳은 유독 자전거 출퇴근이 매우 일상화된 곳이어서 (그 이후로 얇은 타이어의 두 바퀴의 매력에 빠졌던 듯함) 자전거를 사랑하게 되었다. 런던의 크고 작은 자전거 숍을 친구와 함께 여행하며 행복해했던 날들도 있었고, 자전거로 이렇게 멋있을 일인지에 대해 '문화'가 가지는 힘에 대해 한번 더 뼈 묻히게 느꼈던 날들이 있었다. 당시 매우 작은 자전거 숍에서 발견한 The Bike Owner's Handbook이라는 책은 내게 있어 매우 소중한 보물처럼 여겨지는 몇 권 안 되는 책 중 하나인데, 그 책을 다시 펴볼 줄이야. 어쩌면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늘 말하는 자신에 대한 또 한 번의 확신을 해냈달까. 



The Bike Owner's Handbook by Peter Drinkell and Peter Smith


타고나길 내 자전거 하나 리페어 혹은 메인터넌스(유지)를 잘하는 사람 자체가 아닌지라, 이런 책 열댓 권을 가져다줘도 숙지 할리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이 나에게 준 아우라는 분명히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뇌리에 잔잔하게 지속되는 것을 보면...



"이 책을 당시 환호성과 함께 구매하여 여태껏 가지고 있는 이유는 책이 단순히 예뻐서만은 아니었어요.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한다는 것이 사실 어렵잖아요. 1부터 100까지 혹은 내가 알아야 할 것이 무수하게 무형적인데 그 실체를 정리해서 챕터로 나열하고, 전후 행동요령과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주는 그 세심함과 친근한 그 형식에 뭐랄까. 무장 해제가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텍스트로 만나는 친근한 키다리 아저씨 같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결국.. 책이 너무 아름다워서 좋아하긴 한 건데...... 모든 아름다움에는 그것을 관통하는 안목이 있었을 때 비로소 그 본질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이 될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패션, 문화, 철학, 사상, 인문, 언론 그리고 헬스케어까지도 아름다울 수 있고, 본질이 전달될 수 있음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질 뿐. 


그래서 비대면 진료 핸드북을 만들게 되었다. 진심만 담아서, 다른 것을 담을 그릇도 공간도 시간도 없기 때문에 진심만 고스란히 담길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면, 그 진심이 통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아직은 어린이 같은 어른일런지도. 


항상 내 작업의 마침표를 찍어주고 채워주는 요니에게도 감사함을 (디자인: 김주연)



솔닥 회원들에게 발신하려고 작성해놓은 메시지 중 일부 발췌해서 마무리를.. 하는 것으로 


"어려울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잖아요. 


어려운 비대면 진료, 어려운 시국에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지를 고민하던 나날들이 무수했습니다. 모두가 불투명하게 걱정과 도전을 뒤죽박죽 섞어가며 어렵게 돌아 돌아왔던 지난날들이 솔닥에게는 있었어요. 


점점 더 쉬워지고, 점점 더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비대면 진료를 보며 ‘비대면 진료 핸드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매우 컸습니다. 나와 당신의 마음과 생각 속에 있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질적, 양적 프레임으로부터 동시대의 가장 생글생글하고 탱탱한 솔닥이라는 서비스에 대해 친절하고 세련되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에요. 


오늘도 새로운 소식이 솟아납니다. 가끔은 어지럽고, 당황스럽기도 하며 또한 불안한 소식도 많을 겁니다. 이제는 걱정 ‘덜’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의사 친구, 친구 같은 솔닥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여유가 없는 일상에서 만나고 싶진 않습니다만, 여유를 조금 내어드리는 재주를 부려 우리의 일상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그렇게 노력할게요." 



혹시나 해당 콘텐츠를 보시고 싶다면 

https://www.soldoc.co.kr/board/view.php?&bdId=column&sno=210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이제 첫 발을 떼었으니까요. 그리고 정말로 지면으로 된 핸드북이 필요하시다면 개인적으로 남겨주세요. 우표 붙여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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