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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Jul 06. 2024

낯선 여인의 키스 - 안톤 체호프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재미없다."

2019년 5월. 나에게 그의 글은 단순히 재미없었다. 하지만 나의 평가와 다르게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세계적인 대문호이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파산으로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되며 가족을 도와야 했다. 이런 시련은 그가 인간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이러한 경험은 그의 작품에 잘 드러난다.


모스크바대학 의학부에 입학한 뒤에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유머 잡지에 글을 싣기 시작했는데 뛰어난 글 솜씨 덕분에 많은 인기를 얻는다.


대학을 졸업한 뒤 병원을 개업하여 의사로서 살았지만 동시에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이 시기 발표한 두 작품집이 작가로서의 그의 명성을 높여 주었고 의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그는 건강한 사람이 아니었고 폐결핵 증세가 악화된다. 그럼에도 그는 꾸준히 작품을 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지만 결국 44세로 생애를 마친다.




[인간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


'농담'에서 바람을 향해 두 팔을 뻗는 나젠카.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의 구로프와 안나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진창'에서는 수산나를 통해 당시 시대의 여성의 삶과 삶의 무료함에 대한 생각을.


'낯선 여인의 키스'를 통해 희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특히 정신병원 의사로서 당대 지식인이 정신병원의 환자가 돼버리는 '6호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작품의 정신병원은 비위생적이고 환자들에 대한 치료 또한 제공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하는 안드레이는 똑똑하고 정직한 사람이었지만 환경과 삶을 개선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결국 그는 대충 일을 하며 형식적으로만 출근을 하며 퇴근 후에는 독서만 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그는 어느 봄밤에 우연히 6호실을 방문하게 된다. 이때 이반과 만나게 되어 둘은 자주 논쟁을 하게 된다. 이반과의 대화에 흥미를 느낀 그는 자연스럽게 그는 6호실에 자주 방문하게 되었고 결국 그가 정신병원의 환자 이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는 소문이 병원에 퍼진다.


그 결과 그의 동료들과 지식인들은 그의 지적 능력을 검사하며 그에게 모욕을 줬고, 이후에는 휴가를 떠나고 싶지 않았던 안드레이의 의견을 무시한 채 속물스러운 인간 아베리야니치와 함께 휴가를 떠나게 된다. 결국 안드레이의 육체적, 정신적 상황은 악화된다.


휴가를 다녀온 뒤 경제적으로도 사정이 악화된 안드레이는 결국 6호실에 입원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공포와 억울한 감정과 더불어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6호실에서 나가려고 저항한다. 그 과정에서 구타를 당하고 결국 다음날 사망하고 만다.


안드레이는 이반과의 대화에서 무엇을 얻고 싶었던 것일까? 단순히 본인과 논쟁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생겼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었을까? 아니면 순수하게 삶의 의미를 찾고 싶었던 것일까? 어쩌면 두 가지 이유 모두였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란 그리 단순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려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통해 어지러운 현실을 외면하는 당대 러시아의 지식인들의 모습을 보았고 편협한 생각과 자신들의 입장만을 생각하는 자들로 인해 무고한 사람의 삶이 파멸하는 모습을 보며 공포감을 느끼기도 하였고 분노하였다.


소설 '6호실'에서 보이는 여러 인간들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당장 TV, SNS를 켜면 바로 비슷한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녹색 광선의 체호프 단편집은 현재의 삶이 힘들거나,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 또는 사랑을 하고 있거나, 사랑 때문에 괴로운 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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