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푸른빛을 좋아하고 즐겨 씀. 사랑하는 파랑.
# 01.
어린 시절부터 문구류를 좋아했다. 사각거리는 연필을 시작으로 세필 볼펜까지. 사용하지 않아도 필통에 연필, 펜이 가득하면 불안과 스트레스가 잔잔한 파도처럼 스르륵 쓸려내려갔다. 어쩌면 만년필과 잉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정해졌다고 생각한다.
만년필. 얼마나 매력적인 필기구인가. 다른 필기구와 다르게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다.
본인이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는지에 따라 같은 제품이라도 필감, 외형이 변한다. 문구점에서 간단히 구매하고 버리는 볼펜과 다르다.
만년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작은 흠집들마저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개인적으로 만년필은 실사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보물처럼 얌전히 모셔두는 만년필은 나에게 의미가 없다. 어딜 가든 함께 하는 필기구라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내 만년필들은 자잘한 흠집이 많고 항상 닙에도 잉크가 묻어있다. 나는 오히려 이러한 부분을 좋아한다.
나만 사용할 수 있는 내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이렇게 자신에게만 귀속되는 도구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가격에 상관없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만년필은 단순히 가격이 비싸다고 개인에게 좋은 필기구가 아니다.
누구에게 선물을 받았는지, 어떤 이유로 구매하였는지 등. 각자가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자신이 가치를 결정하고 오랫동안 아니. 어쩌면 평생 함께 삶을 보낼 수 있는 도구.
나는 이런 만년필을 정말 좋아한다.
# 02.
특별하게 싫어하는 색상은 없지만 특별하게 좋아하는 색상은 있다.
"파랑"
마음이 답답할 때 나를 반겨주는 푸른 하늘, 사람으로 가득한 지하철의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푸른 한강, 운전을 할 때 보이는 파란 표지판, 옷장을 열면 보이는 남색 계열의 옷들, 책상 서랍의 가장 밑의 서랍을 열면 보이는 푸른 계열의 잉크들.
지친 나를 위로해 주고, 답답한 마음을 뚫어주는 가끔은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색이다.
"상청. 항상 푸른빛을 좋아하고 즐겨 씀."
나에게 어울리는 단어. 그래서 이번 on the desk 6호는 더욱 꼼꼼하게 읽었다.
특히 푸른 계열의 잉크들을 발색한 페이지를 유심히 살펴봤다. 대부분 소장한 잉크들이었지만 새롭게 발견한 것들도 있어서 좋았다. 따로 기록했고 다음에 잉크를 구매할 때 참고하려고 한다.
글을 읽으며 새롭게 발견한 사실이 있는데, 푸른 계열의 만년필을 소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명히 한 자루 정도는 있을 법한데 없다. 이것을 핑계로 푸른 계열의 만년필 한 자루를 구매하자!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펠리칸 m800 크림 블루가 그렇게 우아하던데.... 그래....
잡지에 수록된 인터뷰 내용들도 좋았다. 특히 유튜브를 시작으로 지금은 물든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잉크잉크님, 그리고 만년필에 대한 에세이와 수리를 하시는 펜 닥터님이 기억에 남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단순한 취미에 한정하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만년필의 매력과 가치를 알리려는 노력 그리고 사업화하는 능력까지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을 텐데"라고 중얼거리며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