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삶.
# 01.
어린 시절 저자는 사막이 있는 애리조나 킹맨에서 자랐다. 이곳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았고 교육 수준도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는 엇나가지 않고 성실하고 올곧게 학창 시절을 보낸다. 그 배경에는 부모님의 역할이 컸다.
저자의 아버지는 바쁜 의사였다. 그래서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짧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자녀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정서지지를 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저자는 아버지의 부재를 크게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아버지도 노력하셨지만 가장 큰 노력을 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원했지만 그들이 거주하는 이곳의 교육 상태는 좋지 못했다. 이때 그녀는 상황에 순응하지 않고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녀에게 양서를 추천하여 독서 습관을 길러줬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교육위원회에 참여하여 부족한 교육 제도의 변화를 주장했다.
이런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저자가 훌륭하게 성장하는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람에게 환경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 02.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서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p.52)"
"나는 문학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비추어줄 뿐만 아니라 도덕적 반성에 도움이 되는 소재를 가장 풍부하게 제공한다고 믿었다.(p.53)"
문학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공감했다. 살아가면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정서적인, 감정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고 서로 감정을 나누며 그것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학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들여다보며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이는 후에 이타적인 행동의 바탕이 된다고 믿고 있다.
# 03.
"생물학, 도덕, 문학, 철학이 교차하는 곳은 어디인가?(p.63)"
저자가 미래를 고민하다 결국 '실천'이 중요하다는 자신만의 결론을 내린 뒤 의사의 길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본인의 철학을 갖고 있는 경우가 드물고 그것을 바탕으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더욱 드물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한동안 문장에 시선을 고정했다.
# 04.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삶의 여정 끝에 다다른 사람은 이 질문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 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마찬가지다.
치료를 받게 되면 삶을 몇 개월 연장할 수 있지만, 의식 없이 식물인간처럼 살아야 된다. 치료는 불가능하고 몇 개월 연명하는 것일 뿐이다.
당사자와 보호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예전에 읽었던 <아주 편안한 죽음>에서 보부아르의 선택이 떠올랐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선택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 05.
"냉동실에 30분 정도 넣어두니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가족이 사망한 환자에게 작별 인사를 건넬 때 나는 이에 낀 초콜릿 칩을 떼어내며 굉장히 맛있다고 생각했다. 의사로 지낸 짧은 시간 동안 도덕적으로 나아지기는커녕 퇴보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p.109)"
저자의 이런 경험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 역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인간관계든, 일이든 무언가에 익숙해지면 본질을 잃어버린 채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천천히 삶이 망가지기 시작하고 결국 완전히 망가져버린다. 개인적으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와 생각을 기록하고 이것을 점검하는 날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매주 일요일에 일주일 동안 작성한 기록을 읽어본다. 이를 통해 지금의 나와 일주일 전의 나의 생각과 감정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반추가 아닌 흘려보내거나, 반성하거나, 잠시 웃기도 한다.
이런 습관이 형성된 이후로 확실히 이전 보다 조금 더 심리적, 정신적으로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06.
"커다란 그릇에 담긴 비극은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주는 것이 최고다.(p.121)"
타인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할 때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알게 될 사실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삶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꼭 생명과 관련 없는 일이라도 저자가 환자들에게 노력했던 것처럼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며 차분하고 조금씩, 천천히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07.
"결국 이 시기에 내게 활기를 되찾아준 건 문학이었다. 너무 불확실한 미래가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중략)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중략) 응답이 떠올랐다. (중략) 사뮈엘 베케트의 구절 (중략)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중략)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I can't go on. I'll go on.)(p.179-180)"
저자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절망할 때 그를 구해준 건 문학이었다. 나 또한 힘들거나, 무기력할 때 문학을 통해 힘을 얻는 사람으로서 그가 문학에 집중하는 모습에 공감했다.
가끔 예전에 읽었던 문학 작품들의 등장인물, 줄거리를 잊곤 한다. 하지만 그 당시 느꼈던 감정과 생각만큼은 잊히지 않고 머릿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가끔은 저자가 순간 사뮈엘 베케트의 구절을 떠올린 것처럼 깜짝 선물을 주기도 한다.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고통을 버텨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나는 이런 문학이 좋다.
# 에필로그.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삶의 종착지는 죽음이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시기도 다르기 때문에 평소 사람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숨 쉬고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어렴풋이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당장 내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은 저자처럼 예측하지 하지 못한 시기에 갑작스레 찾아온다. 그제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버린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지 않았다.
그 역시도 죽음을 부정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특히 그가 죽음을 이겨내겠다고 허세를 부리거나, 모든 것이 의미 없다며 포기하는 등의 과격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과연 나는 그와 같은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평소처럼 생활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이번 글을 통해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에게도 더 친절해지자고 생각했다. 살면서 잊기 쉽지만 삶은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역시 그처럼 죽음과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일상을 살아가자고 다짐했다.
25년 첫 책으로 마음에 들었다. 왠지 올해도 꾸준한 독서 생활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