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혐오와 자아정체성에 대하여.
꾸준한 독서 생활을 선물해준 ‘도련님’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 그가 아니었다면 나의 독서생활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열정적으로 그의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그의 글은 열정적인 자세로 읽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지치고 우울할 때 그의 글을 찾게 된다. 그렇게 그의 3부작이라 불리는 ‘산시로’ ‘그 후’ ‘문’을 읽었다. 결국 문을 넘지 못하는 소스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그의 글을 잊고 지내왔다.
3월부터 이어지는 공허, 불안이 자연스럽게 그를 호출하였다.
이번 호출에 답변한 글은 ‘마음’이었다.
책을 읽으며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한 가지.
‘자기혐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 생활을 시작한 뒤부터 따라다닌 자기혐오. 이 혐오는 아직도 나를 따라다닌다. 선생님의 뒤를 따라다니는 검은 그림자처럼 말이다. 재수 생활을 할 때 많이 힘들었다. 노력한 만큼 성적은 오르지 않았고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다.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나와 현실의 나의 차이는 굉장히 컸다. 그때 현실의 나를 받아들어였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가 원하였던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 삼수를 할 용기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더 이상 닭장 같은 공간에 하루 종일 갇혀있기 싫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더 좋은 대학 간판을 얻고 싶다는 욕심이 가득했다. 그렇게 나의 대학 생활은 꼬이기 시작했다.
입학 한 뒤 편입을 준비했다. 학점관리, 영어공부 등 필요한 공부를 시작하였다. 원하지 않은 대학에 입학하여 속상하였고 나는 이곳에서 졸업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등한시하였다. 그럴싸한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자신을 혐오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겉으로는 친한 척을 하며 대학 동기들과 어울렸지만 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들을 무시했다. “나는 너네들하고 달라.” 사실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들과 다를 것 하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실력이 비슷하니까 같은 대학, 과에 입학한 것이다. 대학 동기들과 밤늦게 까지 놀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혼자 조용히 앉아 창문 밖 풍경을 보며 이런 자신에 대한 혐오를 느꼈다. 혼자 있을 때면 항상 내 얼굴은 일그러졌다.
결국 편입은 실패했다. 원하는 것이 있었음에도 절실하게 노력하지 않은 자신을 혐오했다. 결국 나는 그 정도의 인간이라며 스스로 자책했다. 혼자 조용히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부터 자신을 혐오하는 것을 멈추려고 노력하였다. 취업을 한 뒤 지금까지 일하면서도 자신을 혐오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를 바탕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예전처럼 부정적인 생각만 하지 않고 긍정적인 점도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금씩 이상적인 모습에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두 번째 노력은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다. 현재 나는 이 부분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최대한 거짓과 비밀을 만들지 않으려고 말이다. ‘마음’을 읽으며 나의 노력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는 선생님이 친구 K에게 했던 행동, 끝까지 아내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 행동이 결국 본인을 죽였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솔직한 마음을 K에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아내에게 진실을 말했으면 어땠을까? 선생님이 그랬다면 분명히 조금씩 자기혐오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선생님처럼 최후를 맞이하고 싶지 않다.
유난히 이번 독서감상문은 작성하기 힘들었다. 최근 지쳐있는 상태여서 다양한 관점으로 책을 읽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기혐오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을 읽게 되었지만 소세키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마음은 자기혐오뿐만 아니라 자아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고 고독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현재의 삶이 힘들거나 지쳐있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