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하여.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제목에 이끌려 구매하였다. 전업 작가의 삶은 어떠할까?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쓸까? 궁금한 점이 많았다. 구매한 뒤 저자를 살펴보니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하루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로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의 소설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정말 유명한 작가인데 분명히 한 권이라도 읽었겠지. 하지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그의 글이 하나도 없었다. 이 책은 내가 읽은 하루키의 첫 책이다.
# 01.
하루키의 말처럼 소설을 쓰는 것은 진입장벽이 낮다. 펜과 종이 그리고 글만 읽고 쓸 수 있다면 누구라도 도전할 수 있다. 심지어 한 번에 좋고 멋진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오랫동안 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소설가로 생계를 유지하고 본인의 글이 시간이 흘러도 서점 한 곳에 존재하려면 정말 힘든 직업이 되어 버린다. 누구나 한 두 권의 책은 쓸 수 있다. 하지만 짧게는 수년간 길게는 몇십 년간 글을 쓰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강인한 인내심과 고독을 이겨내야 한다. 블로그에 독서 감상문, 짧은 에세이를 쓰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인데, 새로운 것을 창작해야 하는 소설은 얼마나 힘이 들까?
그럼에도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글의 수준을 떠나서, 본인의 실력을 떠나서 쓰지 않으면 느껴지는 괴로움. 개인적으로 내 글이 타인에게 욕을 먹고 무시당해 느끼는 고통보다 아무것도 쓰지 않는 상태에서 얻는 고통이 훨씬 크기에 글을 쓰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평생 글을 쓰고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아닌, 습관처럼 자연스럽고 꾸준히 글을 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순간 반짝이고 사라지는 작가가 아니라 몇십 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쓰는 소설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02.
꾸준히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글을 완성하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이럴 때 쓰던 글을 그만 쓰고 싶어 지는데, 이는 위험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도중에 그만 써 버리면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없게 된다. 그 때문에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내가 생각했던 결말이 아니더라도 우선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완성 한 뒤 용기 내어 실망스러운 글을 마주하고 퇴고하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키의 스타일에 공감하였다.
# 03.
글의 오리지널리티는 어디에서 얻어야 하는가? “자신으로부터 나온다.” 고 생각한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명확하다면 오리지널리티에 대하여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어떤 종류의 글을 쓰던 내 스타일이 곳곳에 녹아있을 것이다.
# 04.
하루키는 갑작스럽게 글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다만 나는 갑자기는 아니고 옛날부터 매일 무엇인가 끄적이는 버릇이 있다. 내용은 정말 사소한 것부터 진지한 고민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면 방금 먹은 삼각김밥을 묘사한다던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카페 분위기를 끄적인다던지, 샤워를 한 뒤 의자에 앉아 고민을 끄적인다. 도구는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다. 야외의 의자, 직장에서는 주로 스마트폰의 메모장을 이용하고 카페나 집에서는 종이 노트를 이용한다. 만년필에서 잉크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말이다. 아무튼 나는 끄적이는 습관이 내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끌어주었다.
사람마다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다를 것이다. 그것이 가끔은 궁금하다.
# 05.
우리 조상님들도 말씀하셨다. 몸이 건강해야 공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하루키도 같은 주장을 한다. 체력을 키우고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기에 하루키의 주장에 동의한다.
# 06.
독자층을 정하고 글을 써야 하는가? 아니면 독자층을 생각하지 않고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더욱 중요한 것인가? 이에 대하여 하루키는 특별히 독자층을 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프로가 되려면 최소한의 지지자들은 만들어야 된다고 말한다. 참으로 어려운 말이다. 나이, 국적을 뛰어넘는 글을 쓴다. 정말 어렵다. 하루키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내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 07.
마지막으로 확실한 사실은 내가 어떠한 이야기를 써도 비난,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글에 대한 비판,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저질스러운 비난과 욕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고 너무 상심하지 않는 연습도 필요하다. 거기에 더하여 정도가 지나치면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새로 구입한 포스트잇을 한 장 남겨 놓고 모두 사용할 정도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내 머릿속에 기억되는 그의 첫 글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의 소설에 관심이 생겼다. 어떤 책부터 읽어볼까? ‘노르웨이의 숲’부터 읽어볼까? ‘해변의 카프카’부터 읽어볼까? 아니면 어디선가 들어본 ‘1 Q84’부터 읽어볼까? 아니면 아예 다른 책을 읽어볼까? 그의 어떤 작품을 읽을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조만간 그의 소설을 읽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