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단 한 번의 삶은 어떤 의미인가요.
독서기록.
평소 삶의 어느 부분을 쌀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모습에 공감하기 힘들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내가 저자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번 책에 실린 에세이를 읽으며 그의 어린 시절 기억 그리고 삶에 대한 철학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삶과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었다.
"내 삶이 어쩌면 가능했을지도 모를 무한한 삶들 중 하나일 뿐이라면, 이 삶의 값은 0이며 아무 무게도 지니지 않을 것이니, 존재의 이 한없는 가벼움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더는 단 한 번의 삶이 두렵지 않을 것 같다.(p.192)"
이미 다양한 매체에서 자주 언급한 내용이라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내용이다. 하지만 오늘은 왜 그랬을까? 한동안 반복해서 읽었다.
"존재의 이 한없는 가벼움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지금의 고민도 고통도 별거 아닐 텐데."
잠시 동안 생각했다. 삶의 가벼움 그리고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서 하지만 결국 가벼움에 이르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여전히 삶과 존재에 대해 무겁고 과하게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난 언제쯤 삶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지만 그러다 보면 언젠간 자연스럽게 '가벼운'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
조금씩 자신을 내려놓으며 삶과 존재의 무게를 내려놓자. 그렇게 조금씩 더 온전한 자신에 다다르기를 바란다.
기억에 남는 문장.
"진짜 인생이 일회용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문득문득 엄습하는 불쾌는 외면하면서 살아온 탓에 더 지독하고, 부당하고, 폭력적으로 느껴진다.(p.10)"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사람은 평생 많이 변한다. (중략) 행동도, 마음도, 습관도, 조금씩 달라지다가 그 변화가 누적되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되어버린다.(p.76)"
"떠난 사람은 루저가 아니라 그냥 떠난 사람일 뿐이다. 남아 있는 사람도 위너가 아니라 그냥 남아있는 사람일 뿐이다.(p.122)"
"어렸을 때 나의 꿈은 어떤 직업이 아니었다. 나는 두 가지의 상태에 이르고 싶었다. 유능과 교양. 무엇이든 잘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교양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중략) 막상 유능한 인간이 되어도 꼭 좋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어쨌든 그때는 그랬다.(p.129-130)"
"그 학생들은 하고 싶음이 아니라 할 수 있음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의 마음. 나는 누구에게도 답을 주지 않았다. 답을 몰랐고, 알아도도 줄 수 없었다.(p.141)"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크고 우람한 나무처럼 도드라지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은 그늘도 크다. 그 그늘 속에 존재감 없이 묵묵히 앉아 있는 이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략) 무용의 용을 주창하는 장자가 있다. 장자는 쓸모 있는 나무는 그 쓸모 때문에 일찍 벌목되므로, 쓸모가 오히려 제 몸에 해를 입힌다고 말했다.(p.151)"
"지금은 고전이 된 두 편의 논문에서 토머스 네이글과 버나드 윌리엄스는 인간의 도덕성이라는 것이 일종의 운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논증한다. 이른바 도덕적 운이다. (중략)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다른 사람에게 베풀 게 많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고귀한 행위를 하기가 쉽다.(p.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