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Desk 7호 - 도미넌트 인더스트리

특별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by 멧북


"특별이라는 호칭은 제품의 객관적인 성능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중략) 특별하다고 말할 때는 늘 그에 대한 이유가 따라온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시간이 스며있다."(p.4~5)


"사실. 알아요. 우리는 일반적이지 않아요."(p.53)(포인트오브뷰 김재원 대표)


문구를 좋아하는 문구인들이 희귀한 우리나라에서 문구에 대한 잡지가 출간된다는 사실이 기뻐서 꾸준히 구입해서 읽은 On the desk. 이번 7호의 주제는 '특별'이다. 개인적으로 무난함 속에 숨겨있는 은은한 특별함을 좋아하는 나에게 '특별'이라는 단어는 항상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평소에 관심 있던 '그라폰 파버카스텔'에 대한 설명과 'point of view의 김재원 대표' 인터뷰가 실려있다는 소식에 망설이지 않고 구매하여 읽기 시작했다.



"그라폰 파버카스텔"


그라폰 파버카스텔은 1761년 독일 슈타인에서 시작된 파버카스텔의 프리미엄 브랜드이다.(예를 들면 현대 자동차의 제네시스와 같다.) 그라폰(그라폰 파버카스텔)은 특별함에서 의미를 더해 비범함을 표현한다. 이는 대중화된 고급스러움의 몽블랑과 다른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특히 그라폰은 다양한 만년필 재료 중 다루기 어려운 나무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고급감을 느낄 수 있는 은을 특출나게 가공해낸다. 사실 매끈하고 차가운 은과 부드럽고 따뜻한 나무는 질감과 느낌이 대척점에 있는 소재임에도 쓰면 쓸수록 길이 나고, 점점 더 자연스러워진다는 두 소재의 공통점을 찾아 타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아함과 고급감을 선사한다.


물론 7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제품임에도 만년필의 핵심인 닙을 자체 생산하지 않는 점과 대표 모델인 클래식 라인의 일부 제품들은 캡을 열었을 때 닙도 함께 돌아가는 문제가 자주 제기된다. 거기에 더 해 사용할 때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의 오묘한 무게 중심은 적응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단점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불호의 입장에 가깝지만, 펜샵에 방문하면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살펴보는 브랜드이다. 정말 디자인은 타브랜드들과 확실히 차별되고 특유의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은 차마 외면하기 힘들 정도다.


이 부분에 대해서 그라폰은 기능이나 효율성을 논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빛나는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라는 공식 수입사 대표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결국 실사용할 제품이 아니라 오브제 성격이 강한 만년필이라는 말로 이해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라폰은 자신들의 철학을 잘 지켜나가고 있는 브랜드일 것이다.

나에게 만년필은 실사용 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직접 구매할 날은 멀게 느껴진 브랜드였다.



"브랜드의 철학과 방향의 중요성. point of view 김재원 대표, 대구 지헤이 박지혜 대표 인터뷰."


아직 성수점은 방문하지 못했지만 더 현대에 방문하면 특별히 구매할 것이 없어도 방문하는 곳이다. 첫 방문 이전에는 단순히 펜샵 정도로 인식했었지만, 직접 방문한 뒤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문구 제품보다는 곳곳에 위치한 작은 크기의 각종 오브제에 시선을 빼앗기고 오랜 시간 바라볼 때도 있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단순히 문구를 파는 곳이 아니라 취향을 판매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우리가 스스로 문방구라고 하지 말자. (중략) 기존의 문구점보다는 좀 더 넓은 방향성을 가지고 창작의 도구를 제안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p.41)라는 대표의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김재원 대표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간단히 생각을 정리했다.


브랜드는 일반 장사와 완전히 다르다. 일반 장사는 일일 매출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브랜드는 방향성과 철학이 우선이다.(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다.)


브랜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철학과 방향성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요소들이 있다. 타인에게 단순히 일방적으로 얘기한다고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확실한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야 한다.


숫자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사업가의 현실적인 능력)


지속성이란 기존의 철학과 방향성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시류에 맞게 적절히 융합하며 변화해야 된다는 의미다.(시대가 바뀌었는데 과거의 철학, 방향성만을 고집하면 안 된다는 의미.)


대구에서 유명한 문구점인 지헤이의 대표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언급된다. 브랜드가 일관성을 가져야 하고 철학이 확실해야 된다고 말이다.


결국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철학과 방향성 그리고 반드시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가의 현실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박종진 소장의 일본 문구 여행을 읽으며 얻은 생각"


전 세계 최초 판매 한정판 만년필은 파커의 스패니시 트레저(1965년)이다. 이 만년필은 오래전(1715년)에 침몰된 보물선에서 인양한 은으로 제작하였고 총 4,821개 한정 생산되었다. 이때부터 한정판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재질로 만들어져야 한다."라는 공식이 생겼다.


만년필의 암흑기인 1960년대를 지나 다시 부활한 1980년대까지도 한정판 제품에서 파커의 영향력은 견고했다. 하지만 영원한 법은 없는 법. 그들의 기준을 완전히 무너뜨린 브랜드가 나타났다. 바로 몽블랑이다.


몽블랑은 '특별한 재질'에 집중했던 파커와 다르게 '특별한 사람'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였다. 바로 '작가' 시리즈의 등장이었다.


그동안 다른 브랜드들은 파커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파커가 만든 기준으로 도전했기 때문이다. 이미 확고한 주도권을 가진 파커를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반면 몽블랑은 한정판이라는 분야에 도전하되 파커와 완전히 다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그들의 대범함과 기발함은 견고했던 파커의 벽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난 몽블랑의 선택을 보며 어떤 일이든 기존의 견고한 벽을 넘어서려면 이전과 다른 '무언가'를 가져야 된다는 생각과 쉽지 않은 도전을 선택한 모습에 감탄했다. 분명 개인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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