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B - 매거진 B 편집부. 매거진 B의 100번째 이야기
# 160. 대부분의 브랜드가 5년 내 엑시트 exit를 목표로 설계되는 세상에서 수 세기를 이어온 브랜드의 존재 자체가 큰 힘이 된다. <네아다 디터스, 레세 창립자>(p.16)
# 161. 어떤 사람의 인터뷰를 보면서 내 생각이 한결 정리된다면 그건 진짜 의미 있는 변화죠. 꼭 공감하지 않아도 돼요. 생각을 정리해나가는 게 곧 브랜드가 되어가는 과정이니까요. <B>는 “그렇다면 나는?”이라는 질문으로 끝나는 책이어야만 해요.(p.30)
# 162. 모르는 사람이 브랜드를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는, 마니아에 가까운 팬들은 소장 욕구만 충족하면 돼요. (중략) 팬들은 이미 알 만한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은 그 함정에 빠지면 안 돼요.(p.31)
# 163. 작든 크든 각자가 하고 있는 일들은 언젠가 브랜드라는 개념을 만날 수밖에 없어요. (중략) 누구나 그 질문을 맞닥뜨리는 순간이 오고, 그때 브랜드에 대한 어려운 전략집을 본다고 해서 그 질문이 풀리지 않는다는 거죠. 결국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 얘기부터 시작해야만 해요.(p.31)
# 164. 브랜드의 시간이 끝났다는 주장은 여전히 동일해요. (중략) 전문가의 영역으로 구분하는 그 동작이 끝났다는 의미거든요. (중략) 브랜드로 인해 벌어지는 일을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다가 내 생각을 정리하고, 그 생각의 일관성으로 하나하나 선택해가는 과정이 브랜드의 전부라는 거죠. 브랜드는 커먼 센스의 영역이에요. 누구나 다 알고, 해야만 하는 일로 받아들이면 돼요. (중략) 엄밀하게는 브랜드라는 말에 매몰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예요. (중략) 사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브랜드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훨씬 편해지죠.(p.31)
# 165. 우리는 어떻게 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거고, 무엇이 중요하며, 무엇을 피하자. 이 생각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아주 강력한 브랜딩을 하는 거예요. (중략) 콘텐츠도 마찬가지예요. 브랜드 브로슈어에 나올 법한 얘기를 우리가 그대로 반복해서 실을 이유는 없어요. 브로슈어 속 정보를 담는다 하더라도 우리만의 프레이밍이 필요하죠.(p.32)
# 166. 브랜드라는 (중략) 도전하고 버티는 일은 뼈를 깎는 수행이나 다름없어요. (중략) 밖에서는 저희에게 너무 잘하고 있다고들 말해요. 사실 다 거짓말이에요. (중략) 여러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특별히 응원하는 사람도 없고,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도 없다고 보면 돼요. (중략) 냉정하게는 <B>라는 브랜드가 없어지면 안 된다, 있어줘서 고맙다는 레벨까지는 아직 못 미쳤다고 생각해요.(p.32)
# 167. 투자를 받는다는 건 투자자의 마을을 아주 냉정하게 읽어야 하는 일이에요. 물론 일이 잘 되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투자자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아요. 그런 투자는 없다고 생각해요. 투자라는 말에는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의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개념이 한 세트처럼 묶여 있어요.(p.33)
# 168. 적나라하게는 허영심으로 봐야 할 텐데요. 단편적 소식에 민감하기보다는 지적이고 감각적으로 브랜드를 이해하는 사람이고자 하는 욕구, 그 욕구를 자극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엄밀히 지식 습득의 욕구는 아니에요. 브랜드의 세계를 이해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의 상을 불러내는 쪽에 가까워요.(p.33)
# 169. 조수용 (중략) 그는 고민의 방향을 반대로 틀어 지금 당장 내가 정말 돈이 많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를 생각했다. 그제야 에너지가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p.145)
# 170. 대상을 평범한 백과 사전식 정보로 도해하는 대신 현장성을 강조하는 다큐멘터리적 접근 위에 놓고, 브랜드 내부는 물론 이를 둘러싼 시장과 소비자 및 업계 리더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기본 취재와 편집의 기조가 되어 현재까지도 핵심 원칙으로 작동하고 있다.(p.146)
# 171. 독립성과 완성도를 전제로 한 편집 태도는 브랜드 측에서도 <B>를 단순한 콘텐츠 이상의 브랜드 자산으로 여기고 활용하게 한 동력이 되었다.(p.147)
# 172. 저조차도 <B>를 만들기 전에는 성공한 브랜드를 보면 막연한 존경심과 동경이 앞섰어요. (중략) 하지만 15년간 매호 공부를 거듭하면서 깨달은 건 그런 판타지는 없다는 거였습니다. (중략) 그저 조금 더 성실하게 일의 핵심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일 뿐이었죠. (중략) 성공한 브랜드의 위상은 밖에서 보면 엄청나고 위대해 보이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한없이 인간적이었습니다.(p.148)
# 173. 팩트와 정보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과 생각을 담아야만 합니다. 조수용의 말이다.(p.149)
# 174. 박은성의 관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종이 물성을 지닌 매체는 앞으로 더욱 희소한 존재가 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잡지는 본질적 럭셔리에 더욱 가까운 대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럭셔리라는 성질에 걸맞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봐요. 현장 즉, 쉽게 도달하기 어려운 지점에 우리의 눈과 귀가 닿게 해야 해요. 떠도는 정보 이면에 있는 맥락과 메시지를 찾아내 매끄럽고 우아한 형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 되어야 할 겁니다. 한 번 더 들여다보고, 한 번 더 질문하며 쉽게 결론 내리지 않는 것.(p.149)
# 160~174. 에필로그.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비슷비슷한 브랜드. 더 이상 브랜드가 특별하지 않은 세상. 그럼에도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이어지는 브랜드들이 있다. 나는 이런 브랜드들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무언가를 꾸준하게 본질을 유지하며 모든 것이 극심하게 변화는 세상에서 묵묵히 빛을 내며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멋있다고 생각하며 항상 닮고 싶다고 생각한다.
조수용 발행인의 말과 같이 매거진 B를 접하기 전에는 그러한 브랜드들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막연하게 존경했지만, 꾸준히 매거진 B를 읽으며 생각이 많이 변했다.
그들은 흔히 생각하는 천재 또는 특별한 사람이기보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에 조금 더 성실한 자세로 꾸준히 고통을 이겨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예전에도 독후감에서 밝혔듯이 난 어떠한 두려움으로 인해 행동하는 것을 꺼려 한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행동이 없다면 이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삶이다.
이번 <B>에서 조수용 발행인의 생각과 <B>가 걸어온 스토리도 인상 깊었지만 무엇보다도 <B>를 만드는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이 인상 깊었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브랜드를 바라보는지, 자신의 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 덕분에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특히 “세상에 있는 수많은 것 중에서 좋은 걸 잘 골라내고, 그 선택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에디터”(p.53)라고 말한 정신이 에디터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최근 가치와 의미는 무시된 채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콘텐츠가 넘쳐나고, 단순한 팩트 중심의 정보는 노력 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얼핏 생각하면 이런 시대에 고전적인 에디터의 역할은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사람은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기에 관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바쁜 현실에서 홀로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 내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잘못하면 편협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넘쳐나는 것들 중에 훌륭한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에디터의 본질적인 가치가 오히려 더욱 빛날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관점을 찾아가는 여행길에서 에디터는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에디터의 성향을 가진 나의 장점을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또다시 나만의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단. 확실하게 이전과 달라야 하는 부분은 개인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후감, 사적인 글을 넘어서야 한다. 나의 시선과 감정은 표현되어야 하지만 조금 더 정제할 필요가 있다. 결과물에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이상 직장이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결국 좋든 싫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밖에 없다. 작은 장사를 하든 큰 사업을 하든 결국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다.
온갖 고통과 시련을 버티면서도 끝없이 원칙에서 벗어난 불필요한 것은 배제하고 자신의 원칙과 본질을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브랜드의 본질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