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만세 - 정용준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마음가짐.

by 멧북

뚜렷한 목적 없이 다른 분들의 서평을 읽던 중 발견한 책이다. ‘소설 만세’ 요즘같이 영상의 세상에서 소설 만세라니.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꼈다. 언어 또는 문자로 하는 예술 작품인 ‘문학’을 종류와 상관없이 모두 좋아하지만 그중 특히 좋아하는 것을 꼽자면 소설이다.


다양한 인간 군상, 복잡한 인간과 사회의 관계, 아름다운 문체, 작가가 말하려는 메시지, 철학 등을 긴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소설이 좋다. 특히 불친절해도 작가의 고유한 메시지와 어떤 현상에 대한 독특한 시각이 녹아있는 소설을 좋아한다. 그런 소설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여 읽고 완독 후 책을 덮으며 감탄하는 순간. 그 찰나의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그러고는 “나도 쓰고 싶다.”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런 나는 ‘소설’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항상 설레는데 책의 제목이 ‘소설 만세’ 라니. 그렇게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다.




# 01.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말한다. “일상은 단조롭고 시시하기 짝이 없으며 취미도, 특별한 재주도 없지만 뻔한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건 글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쓸 때.”라고 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마지막에 “어두운 표정과 목소리로 그래도 소설이 좋아요.”라는 말까지.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매일 같은 일의 반복, 비합리적이고 부당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직장 생활, 그런 삶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가식적인 관리자들의 꽉 막힌 주장을 듣는 뻔한 삶. 그런 삶을 벗어나게 해주는 끄적임. 그중 특히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소설 쓰기.


“그래서 소설이 좋아요.”



# 02.

“소설이 비록 허구이지만 그 세계에 발생하는 모든 것을 디테일하게 잘 쓸 수 있다면 실재 세계의 본질과도 닿는다.”라는 저자의 말에도 공감한다.


장르문학 중에 판타지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판타지의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순수문학이 아니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실재 세계의 본질과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톨킨의 글을 읽으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등장인물, 사건, 장소들이 끝없이 언급되고 묘사되지만 그런 부분들이 어색하게 느낀 적은 거의 없다. 특출난 능력은 없지만 난관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호빗들을 통해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을 보았고 악의 유혹에 빠지거나, 극복하는 신적인 존재들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내가 멈추지 않고 소설을 읽는 중요한 이유다.



# 03.

저자의 말처럼 “창작자는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라기 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에 가깝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창작자라고 생각하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며 조금 생각이 변했다.


글을 끄적일 때를 떠올려보면 거창한 내용을 쓰기 위해 백지와 같은 상태에서 며칠을 고민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에 대한 관찰, 생각으로부터 글감이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렇게 작은 부분에 대해 글로 쓰고 수정, 보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이 확장되는 경험을 할 때가 많다.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세상에 존재하는데 주목받지 못하는 것을 새롭게 정의하여 쓰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 04.

글을 쓸 때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진심으로 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간혹 정제되지 않은 문장, 단어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때가 많다. 단순히 소설뿐만 아니라 다를 성격의 글을 작성할 때도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05.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그것을 타인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객관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보통 틈틈이 글을 쓴다고 하면 걱정하는 사람이 많고 일부 사람은 조언을 가장한 비아냥거린다. 그러니 애초에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묵묵히 글을 쓰고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될 뿐이다.


좋아하는 일은 타인에게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고 설명을 할 필요도 없다. 하고 싶으면 당장 실행하자.



# 06.

글은 원래 안 써지는 것이다. 오히려 처음부터 잘 써진다면 조금 이상한 것이다. 그러니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한 문장이라도 써야 된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문장들이 연결되어 글이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처럼 소설도 쓰려고 시간을 갖고 애를 써야 된다.



# 07.

어떠한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저자의 말과 같이 “추켜세워도 뛰지 말고, 깎아내려도 주저앉지 말아라.” 그저 매일 같이 묵묵히 끄적이면 된다.



# 08.

어떤 일이든 특별한 재능이 있으면 좋다. 하지만 특별한 재능이 없다고 해서 못 할 일은 없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저자의 말처럼 글을 쓰고 싶은 마음과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면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하고 싶지 않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쓰고 싶어야 써진다. 힘들어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쓰고 싶은 마음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행동력과 용기도 중요하다.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의 한심한 글쓰기 실력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얼마 전에 주간 일기에 썼던 것처럼 긴 시간을 이겨온 양서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양서를 쓴 작가들은 처음부터 글을 잘 썼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수많은 실패와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 쓰고 읽고를 반복했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여러 어려움과 실패의 두려움을 이겨 내면서 계속 소설을 쓰는 행동력과 용기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 “글을 잘 쓰고 싶다.”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래서 꾸준히 읽고 쓰고 있다. 때로는 글을 쓰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쓰고 머리만 아플 때가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쓰고 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용기를 가지고 꾸준히 행동하고 있다.


글을 쓴다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쓰고 싶은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글을 쓰고 싶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 같다.


다만, 소설을 창작하는 것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혼자 끄적이는 것보다는 조금 더 전문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글을 써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정말 소설을 잘 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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