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조금 더 유연하고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이 필요해요.

by 멧북

지난 몇 달 동안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서 많은 서평으로 알게 된 책이다. 다만 다른 책들과 다르게 심하게 호불호가 갈렸다. 어떤 사람들은 “훌륭하고 좋은 책이다.”라고 말했고 어떤 사람들은 “재미도 없고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말했지만 공통적인 의견이 있는데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고 읽기 힘들다.”였다.


“어렵다고?” 최근 어렵고 난해한 책보다는 편안하고 포근한 책을 읽고 싶기 때문에 읽지 않으려고 했지만 내가 좋아할 것 같다는 이웃님의 추천과 스페셜 에디션의 멋진 표지 때문에 구매했다.


그렇게 이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기 시작했다.




# 01.

혼돈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혼돈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혼돈을 인정하고 살아가는가? 아니면 혼돈에 저항하며 살아가는가? 흔히 말하는 ‘평범하다.’라는 기준으로 생각하면 혼돈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 보통의 삶이고 그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극소수의 괴짜들은 혼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끝없이 모든 것을 파괴하는 혼돈에 저항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 비록 그것이 자신을 파괴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바보 취급을 당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혼돈에 굴복할 것인가? 혼돈에 저항할 것인가?


어떤 삶이 더 가치 있는 삶인가? 아니. 애초에 ‘더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이 있는가? (22년 11월 22일 독서 중 기록.)



# 02.

젊은 시절 데이비드는 실패와 고통의 연속 선상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인간이었다. 그가 광적으로 좋아한 분류학은 이미 시대에 뒤처진 학문이 되어버렸고 그가 사랑했던 형은 병으로 사망하고 만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분류’하는 것에 더욱 몰입한다. 그 결과 동료들이 깔끔한 복장으로 취업을 할 때에도 그는 여전히 사회에서 원하는 인간이 되지 못한 채 직장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색다른 기회’라는 선물이 그에게 주어진다.


아직 그에게 다가온 ‘페니키스 섬’이 선물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잉여인간 같은 존재라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 ‘변환점’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런 기회를 만드는 것은 자신의 노력과 열정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광기’라고 생각할 정도의 노력과 열정말이다.

(22년 11월 22일 독서 중 기록.)



# 03.

인간은 무의미한 존재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주장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하지만 나는 인간의 삶은 무의미하다는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무의미한 삶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나칠 정도로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더라도 중간에 많은 고통과 슬픔을 겪게 된다. 그런 힘든 시기를 “삶은 무의미하고 나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지금 나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으며 중요한 존재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전 보다 행복한 삶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생 때 삶은 무의미하며 나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 결과 내적으로 깊은 방황을 했고 그 여파가 아직까지도 나를 괴롭힐 때가 있다.


“넌 중요하지 않아.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 우리의 무의미함을 직시하고, 그런 무의미함 때문에 오히려 행복을 향해 뒤뚱뒤뚱 나아간다.”라는 문장에 공감할 수 없다.’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라는 화자의 아버지 말에 공감할 수 없다.


결국 화자의 아버지는 자신이 말하는 단 한 가지의 거짓말. “타인이 중요하다.”의 규칙을 어긴다. 그의 지배자인 혼돈에 저항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자신을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해야만 타인도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믿으며,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조건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자신의 생각이다.”라고 말하고 싶다.(22년 11월 26일 독서 중 기록.)



# 04.

데이비드는 소중한 사람들을 잃을수록 더욱 물고기에 집착하였고 옳지 않은 방법(물에 독을 타는 등)으로 물고기를 수집한다. 혼돈이 그를 괴롭힐수록 더 강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그는 혼돈과 비슷한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혼돈에 저항하더라도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괴물이 되어버린다.(22년 11월 28일 독서 중 기록)



# 05.

데이비드는 아가시가 주장한 인종차별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그의 이런 모습이 후에 그에게 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살았던 시대의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지만 그가 조금이라도 인간에 대해 생각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22년 11월 28일 독서 중 기록)



# 06.

결국 데이비드도 혼돈에 맞서기 위해 인간의 의지에 대해 말하며 강조한다. 인간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본인의 의지, 삶에 대한 철학, 자신이 소중하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인간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삶을 이어가야 된다.(22년 11월 29일에서 12월 4일까지 독서 중 기록)



# 07.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시각, 생각도 중요하지만 인간은 이것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살아가며 발생하는 문제와 시련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긍정, 자기 확신 등의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데이비드와 화자의 아버지가 말한 것처럼 지나친 자기 기만에 대한 부정과 인간의 자아, 고귀함,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크게 잘못되었다.(22년 11월 29일에서 12월 4일까지 독서 중 기록)



# 08.

사회적으로 성공한 데이비드야말로 자기 기만, 오만을 과다 섭취한 인간이다. 그를 가로막는 위기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했고 본질을 왜곡하여 본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했고 이를 이용하여 뻔뻔하고 잔혹하게 행동했다. 나는 그가 그렇게 부정했던 자기기만 덕분에 큰 성공을 얻었다고 생각했다.(22년 11월 28일에서 12월 4일까지 독서 중 기록)



# 09.

아직 결말을 알 수 없지만 데이비드의 모습을 보며 “올바름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고유한 삶의 목표를 세우고 부정적인 감정을 속이는 자기 기만을 허용하여 삶의 목표를 향해 끝없이 나아가야 한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생각 그리고 부정적인 것들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자기 기만보다 중요한 것은 이타적이면서도 고유의 삶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올바름’을 추구하기 위해 살아갈 때 필요한 수단일 뿐이지 그것들이 삶의 목표가 되면 괴물이 된다. 올바름과 이타심이 없는 삶의 목표는 인간답지 않다.(22년 11월 29일에서 12월 4일까지 독서 중 기록)



# 10.

비우 마이스터와 부시먼은 이렇게 썼다.

“쉽게 말해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을 우월한 존재라고 보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 거창한 자기상을 확인받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비판당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하며 자기를 비판한 사람을 사납게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51)


너무 공감하는 문장이라 읽고 또 읽었다.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라는 생각을 했고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휩쓸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22년 11월 29일에서 12월 4일까지 독서 중 기록)



# 11.

결국 데이비드는 우생학에 심취하고 그것이 세상의 진리인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로 인하여 사회적 약자들은 많은 고통을 받았고 데이비드와 그의 의견에 동의했던 사람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역시.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르고 이타적인 삶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본인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정할 때 ‘올바르고 이타적인’ 것에 대해 생각해야 된다. 그래야 최고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22년 11월 29일에서 12월 4일까지 독서 중 기록)



# 12.

데이비드는 다윈의 주장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타인들에게 퍼뜨리며 삶을 살았다. 그는 본인의 생각과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그도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것이 두렵고 이겨낼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혼돈에 맞서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니었다. 혼돈을 회피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의 모습을 보면 인간이 삶을 살아갈 때 중요한 것은 삶의 방향과 이타심 그리고 올바름이 필요하다. 삶은 혼돈을 극복하는 것이 아닌, 혼란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 13.

책을 읽으며 가장 소름이 돋았던 부분은 강제적으로 불임 수술을 했다는 것이다. 단지 지능 검사 결과가 낮고 행동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런 내용들을 읽으며 학부생 때 장애인 복지 강의 시간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장애인들끼리의 결혼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장애인들이 결혼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학생들도 많았고 결혼은 해도 괜찮지만 임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때 당시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아닌 타인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들도 우리와 다름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결혼과 출산을 반대하고 부정할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그들을 지원할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나의 이런 생각은 변함이 없다.



# 14.

인간의 소소한 호의와 친절은 거칠고 암울한 혼돈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웃으며 나눈 간단한 인사, 소소한 카드 또는 메시지 등 거창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지속적인 따뜻함과 힘을 주기도 한다.



# 15.

데이비드는 1차 세계대전을 반대했다. 하지만 반대의 이유가 잘못되었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아닌 우생학적인 이유. 즉 전쟁이 발발하면 뛰어난 젊은이들이 죽을 것이고 전쟁에 참여할 수 없는 도태된 인간들이 번식을 통해 세상을 열등하게 만든다는 논리였다. 이 부분을 읽으며 맹목적인 믿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았다.



# 16.

어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충격적이다. 이 글의 주장이 확실한 것일까? 조금 자료를 찾아보니 사실인 것 같다. 결국 인간들이 구분을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며 너무 많고 복잡한 생각들이 밀려왔다. 비단 어류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것들도 이와 같은 상황이지 않을까?



# 17.

예를 들어 새들은 수천 개의 씨앗의 위치를 기억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새들의 장점과 뛰어남을 ‘본능’이라며 깎아내린다. 마치 우리들이 그들의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는 듯이 말이다.


최근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실지로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하는 삶이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우리가 진정으로 다른 종들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우리의 기준으로 분류한 기존의 방법을 허물어야 된다.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존재는 없으며 우월하거나 부족한 존재도 없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세상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간다. 데이비드와 그의 동료들이 주장했던 우생학 관점은 인간의 오만이자 잘못된 관점이다. 세상에는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


얼마 전까지 지구상에서 인간이 가장 뛰어나고 고차원적인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몇 년 전에 시작된 질병으로 인하여 생각이 많이 변했다. 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존재가 인간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맹목적으로 인간이 자의적으로 분류한 기준이 진리인 것 마냥 살아가는 삶만큼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머리로 마음속으로 다른 존재들에 대해 객관적이고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척과 차별이 아닌, 맹목적으로 질서만을 추종하는 삶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생명체들의 모습을 수용하며 혼돈에 맞서며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미처 인스타 및 블로그 그리고 브런치에 공개하지 못한 내용들이 노트에 가득 쓰여있다. 1회독 하였는데 이렇게나 많은 질문과 생각을 던져주는 책은 오랜만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만의 답을 찾지 못해 괴로운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을 하고 천천히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만큼 몰입하여 즐겁고 행복했다. 시간이 흐른 뒤 지금 작성한 독서 감상문을 살펴보며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이 책을 재독할 때는 지금보다 열린 마음을 가진 나를 발견했으면 좋겠다.


만약 나만의 22년 최고의 책을 선정한다면 이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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