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는 삶.

by 멧북

르만 헤세. 그는 워낙 유명한 작가여서 그의 작품에 대한 서평은 많이 읽었지만 나에게 그의 글은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그의 많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은 ‘데미안’이다. 내가 그의 글을 꺼려 하는 이유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하며 살아야 된다.”라는 메시지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와 같이 자신을 혐오하는 인간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말하려는 메시지는 훌륭하고 옳다고 생각하기에 가끔은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 01.

자아를 벗어나기 위해 고행을 마다하지 않고 살아온 싯다르타가 지금까지 노력해 얻은 것들은 술집에서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라는 얘기를 할 때 너무 공감되어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말대로 금식을 하는 등의 고통을 통해 잠시 동안 자아를 잊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결국 다시 고통에 빠진다. 고행의 길을 걷지 않아도 술을 통해서도 자아를 잊을 수 있다.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결국 두 가지 방법은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아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수록 고통스럽다. 그렇다면 정말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자아를 지워야 하는 것일까? 이것이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을 싯다르타는 알게 된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자아를 버리는 것이 아닌, 자아를 따라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아야 된다는 것을.


그의 깨달음에 공감한다. 자신의 생각과 뜻대로 살아가려면 지독한 고독과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그것들을 이겨내는 순간 진정한 자신의 삶의 길을 걷게 된다.


소설 속의 싯다르타는 고독을 이겨내고 진정한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러지 못하고 있다. 하루하루 꾸준히 발버둥 치고 있지만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 02.

싯다르타가 자신만의 길을 찾으러 떠난다고 했을 때 책을 그만 읽으려고 했다. 나는 싯다르타가 굉장히 모범적이고 진정한 부처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나의 착각이었다. 자신만의 길을 떠난 그는 카밀라와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부자인 카마스바미를 만나 상인으로서의 지식을 익히고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 거기에 나중에는 막대한 부를 이용해 도박을 하며 가난한 자들과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러던 그는 다시 한번 깨달음을 얻고 카밀라를 떠나 이전보다 자아를 받아들이며 살아가지만 후에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된 자신의 욕심 때문에 큰 고통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흘러가는 대로 수용하며 결국 세존과 같은 존재가 된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옛 친구 고빈다를 만나 나누는 대화를 읽으며 간단하지만 명확한 생각을 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야 된다. 자아를 버리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며 살아가야 된다.”


# 03.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고통, 질투, 사랑 등의 감정과 모든 생각을 통제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삶. 자신의 모든 것을 숨기거나 억누르지 않고 수용하는 삶. 자아를 있는 그대로 따라가며 살아가는 삶. 듣기만 해도 마음이 떨려오는 삶이지만 실천하기는 힘든 삶.


그러면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삶. 그처럼 온전히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그러기를 희망한다.




데미안을 읽었을 때처럼 그의 글은 잘 읽히지 않는다. 글이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나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의 글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항상 자아를 억누르며 살고 있는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카밀라를 통해 사랑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자신의 아들을 통해 겪는 이야기를 통해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해 깊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오직 “진정한 나로서 살아가려면 자아를 지우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된다.”라는 생각만 했다.


헤세의 글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옛날에 읽은 ‘데미안’에서도 같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음에 그의 다른 글을 읽어도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 으. 아니야. 한동안 헤세를 찾지 말아야지.”라면서도 궁금한 마음에 그의 다른 책을 찾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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