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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Jun 19. 2023

맥베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잘못된 욕망의 끝.

"비가 내리네." 몇 분 전까지 하늘이 맑았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외출하기 전 날씨를 확인하는 습관 덕분에 가방에 작은 우산을 챙긴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조용히 빗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서있는데 아주 잠시 서늘함이 느껴졌다. "뜨끈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싶네." 곧이어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며 이런저런 생각 했다. "비가 계속 내리네." 버스의 창밖으로는 빗줄기가 더욱 강해졌고 갑작스럽게 어두워진 날씨 덕분에 기분이 울적해졌다.


목적지에 도착해 점심 식사를 한 뒤 서점을 살펴보던 중 셰익스피어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햄릿' 읽다 잤지. '베니스의 상인' 이것도 읽다 잤지. 그런 생각을 하다 발견한 '맥베스'.


별다른 이유 없이 '맥베스'는 졸지 않고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솟아나 바로 결제하여 가방 속에 넣었다.




# 01.


“두려운가요, 당신, 자신의 행동과 용기가 욕망과 같아지는 일이?”


‘모두(마녀들)’


맑음은 흐림, 흐림은 맑음, 안개와 더러운 공중을 헤매는 거.



[1막 3장.]


‘뱅쿼’ :


그 말을 완전히 믿는다면,

오히려 자네가 왕이 될 마음이겠지.

코더 경 외에도 말이야. 하지만 이상해,

종종 우리를 해코지하려고

어둠의 수단들은 진실을 말해주지.

사소한 정직으로 우리를 꼬드긴 후 배반,

치명적인 결과에 빠뜨린다네.


목적 그 자체가 옳지 못하다면 아무리 진실이라도 따르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아무런 생각 없이 진실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행하면 안 된다.


뱅쿼의 말과 같이 ‘사소한 정직’으로 우리를 유혹한 뒤 옳지 않은 것을 통해 우리를 악한 방향으로 이끌고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항상 목적 그 자체가 순수하고 옳은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된다.



[1막 5장]


‘맥베스 부인’ :


(중략) 하지만 당신의 성품이 못 미더워.

인정의 유무가 너무 많아서

첩경을 놓치거든, 위대함을 원하고,

야심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없어

거기 따라붙어야 할 사악함이. 높아지길 바라면서

또한 성스러워지길 바라거든, 반칙은 싫다 이거지.

옳지 않게 이기려 하면서도 말야

(중략)

하지만 당신은 차라리 실행을 두려워하지, 취소를 원하는 상황에 처하는 편보다는.


맥베스는 선하고 싶은 욕망, 남을 파멸시키고 성공하고 싶어 하는 욕망. 이 두 가지 욕망에 휩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갖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인간이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아슬아슬하게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평범한 인간 말이다. 하지만 그는 마녀들을 만난 뒤 그들의 예언이 하나씩 적중하자 점점 옳지 않은 악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결국 그는 뱅쿼가 1막 3장에서 말한 “어둠의 수단들이 진실을 말해주고 사소한 정직으로 우리를 꼬드긴다.”라는 것에 빠져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치명타를 날린 것은 그의 아내였다. 모든 더러운 것은 본인이 하겠다는 발언과 함께. 인간은 환경과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그가 뱅쿼의 말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1막 7장]


‘맥베스’


실패라도 한다면?


‘맥베스 부인’


실패하다니!

용기를 석궁 오늬에 죄기만 하면

실패는 없어요. 덩컨이 잠들어 있을 때..


맥베스는 끝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을 신뢰하고 훌륭한 작위를 내려준 왕을 죽이면 안 된다며 말이다. 하지만 야심 가득한 그의 부인은 고민하는 그를 찾아가 강하게 왕을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그는 부인의 설득에 넘어가 왕을 죽이는데 찬성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악한 부분을 자극하는 부인도 악인이라 볼 수 있으나, 결국 악행을 선택한 그도 악인이라 생각했다. 또한 그는 애초에 왕에 대한 충성심 또는 도덕적인 이유 때문이 아닌 암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결국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이미 왕이 되고 싶은 욕망이 가득했던 것이다.


그렇게 많은 부와 명예를 가진 그도 결국 한낱 인간일 뿐이다. 우리와 같은 인간 말이다.



# 02.


[제2막]


“내 행위를 내가 아느리 차라리 내 자신을 모르는게 최선이라.”


[2막 3장]


‘도널베인’


아일랜드로, 나는 떨어져 있는 게

더 안전할 거예요. 둘 다에게 이곳은

사람들의 미소가 비수를 품고 있어요.


‘맬컴’


이 살인의 화살은 쏘아졌지만

아직 표적에 닿지 않았어. 그리고 가장 안전한 길은

과녁을 피하는 거지. (중략)

정중한 작별 인사 따윈 생략하고

슬쩍 빠져나가는 거야. 그런 도둑질은

정당하다. 아무런 자비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자기 몸을 훔쳐내는 도둑질은.


이들의 예상대로 맥베스는 이들을 살인자로 몰아간다. 특히 맬컴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았다.


정중한 작별 인사 따윈 생략하고

슬쩍 빠져나가는 거야. 그런 도둑질은

정당하다. 아무런 자비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자기 몸을 훔쳐내는 도둑질은.


자비나 도덕적인 것들이 남아있지 않은 곳에서는 도망치는 것도 많은 방법 중에 하나이다.



# 03.


[제3막]


[3막 2장]


새 마녀의 예언이 적중하자 왕이 된 맥베스는 드디어 뱅쿼를 의심하고 두려워하며 죽이려고 한다.


특히 2장이 시작될 때 그의 부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맥베스 부인' :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일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글의 초반에 뱅쿼가 말했듯이 진실이고 정확한 말이지만 그 말을 하는 부인의 의도와 방향이 옳지 못하다.


따라서 그녀의 말은 진실이라고 볼 수 없다. 표현은 진실이지만, 의도가 거짓이기에 그녀의 말은 진실이라고 할 수 없다.


'맥베스' :


나쁘게 시작된 일은 나쁜 짓으로 스스로를 강화하노니


그의 말대로 나쁘게 시작된 일은 나쁜 것으로 스스로 강화한다. 반대로 좋은 것, 좋게 시작된 일을 좋은 것으로 스스로 강화한다. 사람은 본인이 생각하는 데로 살아간다. 이는 오래전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에도 그랬나 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



[3막 4장]


'맥베스 부인' :


대왕 폐하

언짢아 보이십니다. 잔치란 돈 내고 사먹는 것일 뿐이죠.

이따금씩 환영의 뜻 표시 없이

음식만 낸다면 단지 먹는 거라면 집이 최고죠.

집이 아니므로 격식이 고기 양념 노릇을 하는 거랍니다.

그게 없다면 함께 앉아 있는게 밋밋합니다.


집에 손님을 초대하거나 성의를 표현할 때는 격식을 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부인 말과 같이 단지 먹는 거라면 집이 최고다.


맥베스는 죄책감으로 인해 뱅쿼의 유령을 본다. 그러면서 얼마나 자신이 강한 사람인지 떠들어대며 유령을 쫓아내려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유령은 그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나약하거나 힘이 없을수록 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직장 또는 그 외의 장소에서 억지로 강해 보이려 노력하며 타인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안쓰럽게 생각하고 무시하면 된다.


맥베스는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 운명의 자매들(마녀)에게 조언을 구하러 간다. 그러면서 '최악의 수단으로 최악을 알리라. 나 자신에 좋다면 다른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터'라고 말한다. 최악은 최악을 키운다. 앞서 말했듯이 말이다. 처음부터 방향이 중요하다. 선함은 선함을 키우고 악함은 악함을 키운다.


[3막 5장]


'헤카테' :


앙심과 분노로 가득차고, 다른 놈들과 마찬가지로

그 자신의 목적만 쫓는 놈이지. 너희를 위한 놈이 아냐.

(중략)

가상의 유령들을 만들어 낼 거야.

그 환영의 힘이

그를 미치게 만들거고

그는 운명을 발길질하고, 죽음을 경멸하겠지, 그리고 높게

잡겠지. 희망을 지혜보다, 미덕보다, 그리고 두려움보다도,

그리고 너희들 모두 알다시피 자만은

필멸 인간의 주적이란 말씀.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의 목적만 쫓으며 살아간다. 아주 드물게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이들이 있지만 극히 드물며 힘든 삶이다. 맥베스가 자신의 목적을 쫓으며 살아가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방법이 잘못되었고 최종 목적도 옳지 않았기에 그의 미래는 암울함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 04.


[제4막]


"하늘이 내려보시고도 말릴 생각이 없으셨단 말인가?"


3막 5장에서 헤카테가 말했듯이 맥베스가 최고라는 자만을 심어주며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라 한다. 결국 맥베스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는다. 삶을 살면서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4막 2장]


'맥터프 부인' :


어디로 도망을 가지?

난 아무도 해코지도 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렇군

내가 사는 이 속세는 해코지를 하면

종종 칭찬을 받고, 착한 일이 이따금씩

위험천만 바보짓으로 간주되는 곳이지.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때때로 세상은 옳은 일을 하면 피해를 입고 남을 해코지하고 뻔뻔하게 살면 칭찬을 받거나 많은 보상을 받기도 한다. 씁쓸하지만 계속 반복될 것이다.



# 05.


[제5막]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

불쌍한 연기자가 무대 위를 잰 체 활보하며 자신의 시간을 안달복달하는 것일 뿐,

그러고는 더 이상 듣는 이 없는 것일 뿐.

그것은 백치가 들려주는 이야기,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찼으나, 아무 의미도 없는.




결국 맥베스는 미치광이가 된 채 맥더프와의 결판에서 패배하여 사망한다. 옳지 못한 욕망을 쫓으며 서서히 타락하다 결국 파멸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욕망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라면 욕망을 버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직도 머리가 복잡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면서도 타인을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했고 언젠가는 나만의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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