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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Jun 27. 2023

구의 증명 - 최진영

마음 아픈 뒤틀린 사랑.

오래전 이웃님들의 글에서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문장을 읽는 순간 내용이 궁금해졌고 언젠가 반드시 읽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23년 6월. 몇 년 만에 참여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이 책을 만났다.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아 이건 구매해서 읽어야지."


이미 이웃님들의 글을 통해 줄거리와 결말을 알고 있지만 소설은 단순히 줄거리를 요약하고 파악하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책을 들고 은행나무 출판사 부스를 둘러봤다.




구와 담의 사랑은 비틀어진 사랑이다. 사랑이긴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비참한 현실과 냉혹한 사회로 인해 뒤틀려 버린 사랑.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은 강해져 집착하기에 이른다. 결국 담이는 죽은 구를 먹는다.


내 기준에서 담의 선택은 잘못되었다. 그녀의 생각대로 본인은 좋은 사람 만나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를 떠나보낸다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 말한다.


"행복하자고 같이 있자는 게 아니야. 불행해도 괜찮으니까 같이 있자는 거지."


정말 멋진 생각이고 말이지만 둘이 결혼을 해서 책임져야 하는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너무 어린 그녀의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담은 본인 말의 의미를 알고서 말한 걸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자신에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담의 불안에서 시작된 뒤틀리고 광적인 집착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분명히 잘못된 사랑이라 생각하지만 담과 구의 사랑이 슬펐다.


불현듯 나의 사랑은 어떤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는 너무 오래전에 일들이라 작은 기억들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면 최근 나의 사랑은 어떤가? 이 역시 기억이 없다. 최근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


몇 년 전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넘쳐나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랑에 대해 적극적이었는데 지금은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였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나이가 30중반이니 흔히 말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대로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아이를 낳고 자녀 교육에 집중하고..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어느 순간부터 사랑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20대와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나도 그렇고 소개를 받는 상대방도 그렇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말이다.


아직도 가끔은 구와 담이 나눴던 사랑을 꿈꿀 때도 있다. 그러나 금방 현실로 돌아온다.


"나잇값 좀 해라!"


어찌 보면 나보다 훨씬 어린 담과 구보다도 못한 단순히 나이만 먹은 얼간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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