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멧북 Jul 18. 2023

시티 픽션 뉴욕 - 허먼 멜빌, F 스콧 피츠제럴드

비인간적인 현대사회와 지나간 추억에 대한 이야기들.

지난 서울국제도서전. 주위를 둘러보던 중 짙은 파란색 부스가 눈에 띄었다. "가봐야겠다." 도착한 부스에는 서로 대화중인 사람들,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 부스 근처를 기웃거리는 사람들.

"잠시만요." 나는 입구에 몰려 있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살펴보던 중 유난히 눈에 띈 곳. 은색의 지구본 밑에 쌓여있는 작은 판형의 앙증맞은 책들.

"이거야!" 최근 작은 판형의 책을 선호하는 나의 마음에 들어오는 책이 보였다.

"시티 픽션" 자세히 살펴보니 특정 도시에 어울리는 작가의 단편을 묶은 책이었다. 그중 나는 내가 좋아하는 도시인 뉴욕과 도쿄를 선택했다.

며칠 뒤 블로그 이웃님의 뉴욕 생활에 대한 글을 읽다가 이 책이 떠올라 읽기 시작했다.





[필경사 바틀비]


책의 초반에는 화자가 합리적이고 유능한 인간이면서도 자신의 지시를 거절하며 오로지 자신의 일만 하는 바틀비를 싫어하면서도 그의 성실함과 정직함에 감명받아 그를 인간적으로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글을 읽을수록 이는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다.


결국 그는 끝까지 자신의 지시를 거부하고 필경사 일을 하지 못하게 된 바틀비를 버린다. 이 과정에서도 화자가 바틀비를 위해 온갖 호의를 베풀겠다고 말하지만 이는 진정으로 바틀비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윤리적, 도덕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라 생각했다.


화자가 진정으로 바틀비를 인간적으로 생각했더라면 그가 스스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 줬어야 했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져버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중에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나 역시도 화자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잠시 동안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현대사회에서 직장 생활 또는 삶에서 유용성, 필요성이 사라져버린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앞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 텐데 우리는 어떤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할까? 진정으로 인간을 단순히 효율성, 유용성으로만 분류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분명히 우리 인간은 인공지능, 로봇 등 보다 효율적이지도 유용하지도 않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 하고 싶지 않습니다."를 말하는 바틀비 같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이들이 살아남지 않을까?


많은 생각으로 인해 머리가 복잡해진다.


[겨울 꿈]


"오래전에 내 속에 무엇인가가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사라졌어. 이제 그것은 사라졌어, 사라졌단 말이야. 난 울 수 없어. 마음을 쓸 수도 없어. 이제 그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p165)


이미 지나가버린 아름다웠던 추억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름다웠던 추억 속의 사람들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되어버렸고 그들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주디처럼 말이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아름다운 과거와 달라진 현실에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때의 아름다웠던 추억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지나간 아름다웠던 추억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할까? 때로는 절망하고 슬프겠지만 때로는 우리에게 행복을 전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책에 수록된 단편 모두 유명한 작품이기에 인상 깊게 읽었다. 특히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같은 경우 생각을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생각을 준 책이었고 그의 다른 작품인 모비딕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개츠비로 유명한 피츠제럴드의 단편도 읽으면서 지나간 아름다운 추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다. 개츠비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구의 증명 - 최진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