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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Nov 17. 2023

서현의 나날

40화. 과거. (36)

"어서 일어나!" 윤식은 의자에 앉아 자신과 소현을 번갈아 보고 있는 혜은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혜은은 아무런 말 없이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보고 있지만 말고 어서! 일어나!" 그는 거칠게 혜은의 팔을 잡아끌며 얘기했다. 하지만 혜은은 그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등받이를 붙잡았다.


"그만하세요! 이게 무슨 짓입니까?" 소현은 그의 팔을 쳐내며 소리 질렀다. "아니. 그게 아니라.." 윤식은 날카로운 이를 들어내며 험악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웅크리며 중얼거렸다. 소현은 한심한 그의 모습을 확인한 뒤 말을 이어갔다. "사장님. 이제 그만하세요. 언제까지 그러실 거죠? 도대체 언제까지 직원들을 가지고 노실 건가요?"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고 놀아요? 제가요?" 여전히 그는 겁을 먹고 덜덜 떨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사장님 옆에 있는 직원이 몇 번이나 바뀌었죠? 말씀해 보세요!" 그는 그녀의 말을 반박하려고 했지만 소현은 빈틈을 주지 않았다. "평소 사장님 말씀에 조금이라도 진심이 있었다면 그렇게 많은 직원들이 죽거나 실종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경악한 표정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소리 질렀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누가 사라지고 누가 죽어!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그는 두려움에 이성이 마비되어 앞 뒤를 가리지 않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무슨! 그것들이 도망가거나 배신을 했지! 나는 끝까지 잘해주려고 했어! 내가 하라는 데로 가만히 있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텐데. 주인의 말을 어긴 대가를 치른 거야!" 그가 소리를 지르는 동안 옆에 앉아있던 혜은은 눈에 실핏줄이 보일 정도로 강렬하게 그를 노려봤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네요. 정말 역겨워요." 소현은 차분하지만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혜은 씨. 봤죠? 일어나요. 저와 함께 가요." 그녀는 의자에 앉아 그를 노려보고 있는 혜은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혜은은 아무런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현에게 몸을 돌렸다.


"기다려! 어디 가! 멈춰! 멈추라고!" 그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그녀들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녀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점점 멀어졌다. "멈춰! 야!" 그는 무시하던 장난감에게 버림받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장난감과의 관계를 끝내는 것은 오직 주인인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태어나 처음 느끼는 굴욕감이었다. 어떻게든 혜은이 자신을 떠나지 못하도록 막아야 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말이다. 장난감을 버릴 수 있는 것은 자신 뿐이었다.


"서현이. 전학 가야지. 전학 가서 중심부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지! 너.. 혜은 씨 혼자는 불가능해요! 내 도움이 필요해요. 알고 있죠?" 그는 갑작스레 예의를 갖춰 혜은의 가장 큰 약점을 언급하며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지구인은 자신 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의 말의 혜은은 걸음을 멈췄다.


"혜은 씨! 저 놈 말 듣지 마요! 서현이가 꼭 중심부 대학에 입학할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힘들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어요. 어서 가요. 여기서 멈추면 안 돼요!" 소현은 강하게 혜은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멍청한 년!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곰 수인이 돌 대가리로 유명하지! 그러니 홀에서 서빙이나 하지!" 그는 자신의 말을 가로막는 소현을 모욕했고 평소 그가 로스터리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너. 아니. 혜은 씨! 내 말 들어요! 다른 길은 없어. 구 지구인인 나의 후원 말고는 서현이가 중심부 대학에 입학해서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잘 알고 있잖아! 혜은 씨도 연구원까지 할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까. 저런 멍청한 곰 하고는 다르잖아!"


"너 뭐라고 했어? 아니다. 혜은 씨 직접 확인하니까 어때요? 저 놈 말처럼 서현이가 중심부에서 생활한다고 해도 불행할 뿐이에요. 어서 가요." 하지만 혜은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혜은 씨. 제발. 옳은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정말 잘못된 길이에요." 자신의 생각을 정했다는 듯이 무표정하게 서 있는 서현의 모습을 보며 간절하게 얘기했다.


"잘 생각해 봐요. 저 곰은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말만 그럴듯하게 할 뿐이지!" 그는 혜은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하며 말했다. "지금 나와 함께 가면 서현이 당장 전학할 수 있도록 할게요. 어서 와요."


"도대체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시는 거예요?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엄마가 그 사람하고 어울리는 이유가 뭐예요? 정말 이해를 할 수 없어요!"


그녀의 머릿속에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동안 괴로움에 매일 울면서도 왜 이 놈과 함께 다녔지? 내가 왜 이런 놈에게 이런 대접을 받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녀는 조금씩 그에게로 몸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혜은 씨. 이렇게 부탁해요. 제발 그를 떠나요. 그게 서현이에게도 좋아요." 소현은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혜은의 머릿속에 차가운 딸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팀장님. 죄송해요. 다음에 인사드릴게요."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그에게 다가갔다.


"혜은 씨!" 소현은 소리치며 혜은에게 다가갔다. "이제 그만. 일이나 하러 가!" 윤식은 다가오는 소현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한순간에 힘이 풀린 소현은 비틀대며 뒤로 물러섰다. "잘 선택했어요. 서현이가 내일부터 새로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준비할게요. 잘 선택했어요." 그는 예전 혜은을 유혹할 때처럼 과도한 친절을 베풀었다. "감사해요. 다시 일하러 가볼게요." 혜은은 그와 소현을 뒤로하고 부리나케 자리를 떠났다.


"휴. 큰일 날 뻔했네." 그는 숨을 돌리며 힘 없이 서 있는 소현을 바라봤다. "뭐야? 아직도 거기에서 뭐 해? 빨리 안 가?" 그는 두려워하던 그녀를 이겼다는 기분에 취해 고압적인 자세를 취했다.


"너.." 소현은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뭐라고? 너?" 윤식은 위협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너 때문이라고!" 그녀는 윤식에게 순간 고개를 들고 눈을 부릅뜨며 빠르게 다가갔다.


"뭐야! 저리 가! 저리 가라고!" 그는 당황하여 갈라지는 목소리로 소리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때 단이도 너 때문에 죽었어! 이제는 혜은 씨까지!" 그녀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몸을 떨며 나자빠진 그를 노려보며 고함을 쳤다.


"난 그런 적 없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런 적 없다고!" 그는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서 흐느적거리며 조금씩 뒤로 움직였다.


"거짓말하지 마! 한 마디만 더 하면 죽여 버릴 거야!" 그녀는 이성을 잃고 그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그는 몸부림치며 절규했다.


"죄송해요! 내가 그랬어요! 내가!" 겁에 질린 그는 미친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소현은 그의 절규를 무시한 채 날카로운 이를 들어내며 그에게 얼굴을 들어 밀었다. "저기 좀 봐!" "어머!" 조금씩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서! 나를 도와! 어서!" 그는 한 두 명씩 보이는 직원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소현은 머리 위로 손을 들어 그를 내려칠 준비를 했다.


"악!! 제발! 내가 잘못했어!" 그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덜덜 떨며 말했다.


"잠시만요! 팀장님!" "안 돼요!" "팀장님!!" 그녀의 귀에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악!" 그는 바닥에 떨어지며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달려오는 직원들에게 다가갔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 해고야!" 그는 바닥에 엎드린 채 멀어지는 그녀에게 소리쳤다.


그녀는 아무런 말 없이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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