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 업(Don't Look Up, 2021)>을 보고
과하다. 또 과하고, 끝까지 과하다.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돌아온다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를 관람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데 같은 영화에 제니퍼 로렌스, 조나 힐, 티모시 샬라메, 케이트 블란쳇, 메릴 스트립까지 나온다. 안 보고는 못 배길 정도로 화려한 출연진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가 전부 화려하다는 것이다.
영화의 초반 40분, 그러니까 민디와 디비아스키가 방송에 출연할 때까지의 영화는 참으로 즐겁다. 90-00년대 미국의 저예산 코미디 영화(무서운 영화가 떠올랐다)들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느껴질 정도로 흥미로웠다. 또, 즐거운 스토리와 쉴 새 없는 연출로 꽤나 높은 몰입을 유도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끝이다. 정신없게 웃기고 싶은 욕심과 정치적 비판, 다양한 카메오 출연자까지 챙기고자 하는 욕심에 영화는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대통령 집무실의 구성원으로도 인물이 충분한데, 방송가와 신문사는 물론 연예계와 뒷골목 비행 청소년들까지 등장한다. 소모적이면서도 지루한 인물들의 등장에 '갑자기?' 싶은 사건들이 계속 이어진다. 다분히 'lazy writing'스러운 순간들이 계속된다. CG는 '굳이' 과하게 계속 등장한다.
영화는 결국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 씬에서 쓸데없으면서도 과한, 그리고 민망한 장면의 끝을 보여준다. 5분이면 끝날 결말도 15분씩 소모하는 것처럼 이유 없이 길게 이어진다. 감정의 집중을 의도했으나, 쌓아 올린 과함으로 인해 엔딩 크레딧만을 기다리게 한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했듯 출연진은 제 역할을 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뻔한 캐릭터의 변화를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제니퍼 로렌스와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와 비주얼은 그들의 갑작스러운 사랑을 운명이라고 느끼게 한다. 케이트 블란쳇은 불륜의 이유가 되기 충분한 매력을 보여주고(결코 불륜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 그렇다는 소리다), 메릴 스트립은 역대급 진상 대통령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물론, 그 옆에 조나 힐이 보여준 얄미움은 지금도 날 짜증 나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 그리고 스토리가 함께 끌고 나가야 한다. 전반부에 120%의 노력을 쏟아부은 스토리는 후반부에 다다르자 죽은 스토리에 산소 호흡기를 단 듯이 지루하게 이어지기만 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별개로, 아쉬움이 느껴진 부분이 너무 크다.
살면서 이토록 적은 영화를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적은 영화를 본 2021년이었다. 이 영화 덕분에 21년의 마지막 날을 웃으며 보냈지만, 별 볼 일 없던 21년에 대한 아쉬움이 영화에도 투영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