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를 보고
★★★★
정교한 비유 속에서 펼쳐지는 서늘한 서스펜스
정교하다. 놀라울 정도로 모든 것이 정교하다. 그 정교함 위해서 펼쳐지는 인물과 인물 사이의, 인물과 세계 사이의, 인물 스스로의 서스펜스는 미친 듯이 서늘하다.
우리는 '대놓고 드러나지 않는 은은함'에 큰 매력을 느낀다. 갑부임에도 소박하게 사는 사람, 아름답지만 화려하게 꾸미지 않는 사람, 고급스럽지 않게 포장한 명품에 말이다. <파워 오브 도그>가 그렇다. 겉으로는 단순하지만, 그 속에 싸인 비유와 갈등들은 매우 치밀하다. 그 흔한 섹스씬도 없지만, 영화의 섹슈얼함은 미친 듯이 도발적이다. '대놓고 드러나지 않는 은은함'을 잔뜩 머금고 있다. 아주 고급스럽다.
<파워 오브 도그>는 갈등으로 가득 차 있는 영화다. 인물 간, 인물과 세계 간, 그리고 인물 스스로의 갈등이 겹겹이 치밀하게 엮여있다.
필 버뱅크는 어리숙한 동생 조지 버뱅크를 답답해한다. 당연히 과부였던, 동생의 부인 로즈와 그녀의 아들 피터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동시에 본인의 성적 지향을 브롱코 헨리에 대한 동경과 마초적인 성향으로 덮으려 애쓴다. 로즈는 본인을 꽃뱀이라 부르며 옥죄는 필과, 과부라는 세상의 눈초리를 겪으며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로즈의 아들 피터는 고아, 호모(fagot)라는 사회와, 필의 억압을 겪으면서도 로즈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한다. 이 모든 관계의 대척점에 서있는 조지는 가족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면서도 가족을 잃지 않고 싶다.
촘촘한 갈등들로 인해, 영화의 느린 템포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들이 이토록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비유에 있다. 아름다운 메타포에 기반하여 갈등과 캐릭터성이 펼쳐진다.
필과 조지, 로즈와 피터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매개체는 피터가 만든 '종이꽃'이다. 진짜는 아니지만, 진짜만큼 아름다운 종이꽃이 필은 마음에 들지 않아 태워버린다. 겉으로는 진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향이 없는 거짓이기 때문이다. 마치 본인 스스로의 모습처럼 말이다. 겉과 속이 다른 꽃은 피터를 나타낸다. 연약한 겉모습과 달리 강인함을 가진다. 영화의 시작부터 독백으로 설명되는 생부의 죽음, 그러니까 스스로 목을 매달아 피터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는 말이 과연 진실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나는 분명 피터가 아버지를 죽였으리라 본다). 그런 의문이 들 때 쯤, 피터는 밧줄을 만드는 일을 활용해 필을 살해한다.
밧줄. 카우보이의 상징과 같고, 가축을 다루거나 적을 제압하는데 쓰이는 도구이다. 강인해 보이고자 필은 밧줄을 만드는데 집착한다. 내면을 속이기 위해, 그리고 조직을 다스리기 위해. 그러나 필의 내면을 아는 피터에게 밧줄은 강함이 아니라 집착으로 보인다. 그 집착을 활용한 피터는 아버지를 매달았던 밧줄로 필을 죽인다.
피터는 영화의 시작부터 목표의식이 뚜렷하다; 어머니를 지키는 것. 어머니의 재혼 이후로 그 꿈은 '필에게서 어머니를 지키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필은 다양한 방식으로 로즈를 옥죈다. 그만의 부츠 소리로, 피아노 연주를 방해하는 기타 소리로... 피아노는 로즈에게 꿈이자, 청산하고 싶던 과거이다. 시끄러운 식당 일을 하면서 피아노는 처분하고 싶던 물건 중 하나이다. 그러나 동시에 피아노 연주는 즐거움이고, 본인이 사랑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필은 '피아노'를 '피나노'라고 부를 정도로 무관심하고, 온갖 방법으로 연주를 방해한다. 로즈는 자신감을 상실하고, 결국 사회 진출을 위한 자리에서 피아노 연주는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이때 주지사는 조지의 칵테일을 거절하는데, 나중에 로즈는 알코올 중독에 빠진다. 상실감과 죄책감의 표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복수로 로즈는 필의 고집을 나타내는 가죽을 팔아버린다.
영화에서 피터의 물음에 필은 답한다.
"늑대한테 죽는 송아지가 많아요?"
"늘 몇 마리는 죽어. 늑대한테 물리거나 힘줄이 끊기거나 탄저병에 걸리지."
필은 늑대다. 송아지를 죽이고, 조직을 다스리는 최강자이다. 산맥에서 개의 모습을 바로 알아차린 피터는 늑대의 친척, 개다. 아니, 강아지일 수도 있다. 늑대와 개는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종이라고 한다. 그리고 개는 탄저병에 걸린 송아지로 늑대를 죽인다. 영화 제목 그대로,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가 실현된다.
영화 속 늑대,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빼놓을 수 없다. 미쳤다. 연기의 신이다. 필 버뱅크 그 자체를 연기하고, 등장할 때마다 로즈를 옥죄듯 관객을 쥐고 흔든다. 올해의 연기이고, 그의 커리어 하이가 될 것이다. 영화적 취향을 떠나, 이 배우의 연기만으로 <파워 오브 도그>는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