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피>를 보고
★☆
핸들이 고장 난 경차가 이런 모습일까.
어느 순간부터인가 과하다. 전형적이고, 과하면서, 결국 그 어느 것도 챙기지 못한다.
사실은 시작부터 지나치게 전형적이다. 범인을 알 수 없는 범죄와, 그걸 좇는 불안정한 경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한국 누아르의 정석적인 스토리이다. 그런데 이 정석적인 스토리의 연출이 너무나도 뻔해서 전혀 집중이 되지 않는다; 가령 긴 셔터스피드의 화면이라던가, 비 오는 날씨라던가, 거기에다가 잘 들리지 않는 대사까지...
시작부터 쓸데없는 장면과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상황과 인물에 대한 설명은 뭐라는지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고, 누가 누구와 어떤 관계인지 머릿속에서 전혀 정리가 되지 않는다. 말은 많은데 재미가 없는 친구를 보는 듯하다. '선한 목적을 위한 그른 수단은 정의로울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듯하더니, 목적이 뭐고 수단은 뭐였는지조차 불분명할 정도로 스토리가 흔들린다. 스토리의 템포가 자기 멋대로 빨라졌다, 느려졌다를 반복한다. 마치 변속기가 고장 난 자동차 같다. 그러나 자동차의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영상과 스토리만이 문제는 아니다. 사운드 믹싱을 누가 했는지 의문이다. 대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전문 프로덕션이 아닌 대학생의 작품을 보는 건가 싶을 정도로 믹싱이 불안정하다. 게다가 음악은 뻔하고, 안 어울린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나마 건진 것은 조진웅 배우의 연기가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꽤나 인상 깊던 최우식 배우의 연기는 조진웅 배우에게 철저히 파묻히고, 상대적 발연기가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