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고
★★★★☆
아무리 작고 하찮을지라도, 가장 아름다운 우리 인생.
우리 인생처럼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도 수많은 선택의 기로가 존재한다. 무슨 구도로 촬영할지, 어떤 지점에서 편집할지. 선택의 기로에서 옳은 선택을 많이 할수록 좋은 영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내비게이션처럼 옳은 선택을 반복하며 나아가고, 끝내 지정해놓은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한다.
주인공 에블린은 그 기로마다 잘못된 선택을 했고, 목적지에 도착은커녕 길 한가운데서 구조를 기다리는 신세다. 그걸 설명하듯 "Part 1 : Everything" 자막이 등장하기 전까지 영화는 정신없이 진행된다. 영수증, 세탁소, 코쟁이, 파티 준비, 조이의 여자 친구, 웨이먼드의 이혼 서류까지. '이걸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나'라는 의구심이 들 때 즈음, '알파 점프'가 시작되듯 영화의 내비게이션이 작동한다. 멀티버스만큼이나 겹겹이 쌓여있던 이야기가 뚜렷해진다. 웨이먼드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양자경이 연기한 에블린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서부터는 롤러코스터처럼 질주한다. 난잡하게 펼쳐진 여러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질 때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변하는 화면비는 난잡한 이야기를 교통정리한다.
미니멀리스트의 삶보다는 맥시멀리스트의 삶이 쉽다고 생각한다. 소유물을 버리는 것보다는 새로운 걸 사는 게 쉽고, 정리보다는 내버려 두는 게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청난 양의 물건을 깔끔히 정리하는 맥시멀리스트의 삶은 다른 수준의 난이도다. 영화는 전혀 다른 수준의 난이도를 탁월하게 해낸다. 수많은 발단을 던지고, 수많은 방식으로 이를 전개한다. 이후에는 이들을 하나의 절정으로 연결하는 데 성공한다. 엄청나게 많은 가구와 장식품이 쌓여있는데도 지저분하지 않은 르네상스 집을 구경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수많은 오마주와 패러디도 장식품처럼 아름답다.
"멀티버스"란 확장의 개념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책임을 질 자신이 없을 때 이용하는 핑곗거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멀티버스를 축소의 개념으로 활용하다. 무분별한 확장의 끝은 결국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동안 집중이 필요하고, 결국에는 어지러운 결말을 맞이하는 멀티버스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어지러운데, 영화관을 나오는 머릿속은 말끔하다. 메시지 한 줄만 명확히 남는다. 결국, 지금 우리 인생이 제일 아름답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