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개화(開化) 하지 못한 개안(開眼)의 결심

<올빼미>를 보고

by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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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 개화(開化) 하지 못한 개안(開眼)의 결심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했다. 세 사람만 우기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반대로, 세 사람만 우기면 있던 호랑이도 없던 게 된다. 호랑이를 본 사람이 아무리 외치고 주장한들, 양치기 소년이 될 뿐이다. 영화 속 궁궐은 그런 세상이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이 거대한 물줄기를 "보았습니다"라고 주장하는 소경이 거스르면서 영화는 비로소 시작된다.


독특한 설정만큼이나 제작에 애를 먹었을 것 같은데, 참 잘 풀어나간 영화다. 주맹증이라는 생소한 설정부터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오가는 배경까지 알뜰하게 다룬다. 어두운 곳에서의 시력이 달라지는 것 같은 이상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영화의 큰 틀에서는 생소한 개념을 관객에게 잘 납득시킨다. 공간이 어두워지면서 안 보이던 장면이 드러나는 순간 몰입도가 높아지는 시퀀스들이 있는데, 똑똑하면서 질리지 않는 방식이다.


배우들의 호연은 이 영화의 메인 요리다. 류준열 배우는 대놓고 잘한다. 알고 있었지만, 매력을 정말 잘 살리는 배우다. 유해진 배우는 캐릭터에 매몰되지 않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본인의 이미지를 배반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과거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 주연뿐 아니라, 박명훈, 최무성, 조성하 배우 등 조연급 인물들이 몰입력을 크게 자극한다.


다만, 뛰어나게 주목할 만한 요소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연기, 연출, 각본, 촬영 모두 모난 데 없이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큰 감명을 주지는 못한다. 능력치가 조금 떨어지는 육각형 캐릭터를 보는 것 같다.


보지 못하는 천경수는 세상을 바로잡고자 '보았다'고 외친다. 거대한 물줄기를 거스르지만, 물줄기의 방향을 바꾸는 데에는 실패한다. 여기까지는 억지스럽지 않은, 오히려 지나치게 현실적인 결말이다. 이후 궁궐에 복귀하고, 결국 인조의 생을 끊는 천경수의 모습은 너무 갔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천경수로 세상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그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들어간 장면인 듯하다.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들이 또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기 마련이다. 그런 모습이 비로소 개화의 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영화의 엔딩에서 개화하기도 전에 낙화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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