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업로드를 향한 추격전 같은 회고 쓰기
각설이가 죽지 않고 또 왔다.
8개월이나 밀렸던 회고를 4개월 밀릴 때까지 추격해 내고야 말았다.
서론을 이야기할 시간 따위는 없다.
각설하고 3분기를 돌아봐야겠다.
과연 야구 없이 내 2024년을 논할 수 있을까.
"야구 같은 건 왜 보는 거야?"를 수없이 주창하던 내가 소위 '야빠'가 됐다는 게 어처구니없을 뿐이다.
아무튼, 회사에서 야구 보여준다길래 봤다. 일 년에 약 한두 번뿐이지만, 내게는 최고의 사내복지다. 특히 야구 예매가 미친 듯 어려운 요즘에는 이만한 복지가 없다.
경기는 이겼지만, 엄청 재미있는 경기는 솔직히 아니었다.
근데 뭐 어때. 이겼잖아!
청년부 수련회도 다녀왔다.
사실 얼마 만에 제대로 교회 수련회를 갔던 것인지조차 세기 어려울 정도로 오랜만이다.
한동안 신앙이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미약한 불꽃이 붙은 느낌이다.
그거면 됐지. 앞으로 더 불을 붙이면 되는 거겠지.
은비와 강규 셋이서 1-2주 안에 2번이나 만났다.
진짜 재밌었다. 한 번은 강남역-신논현역 부근에서 끝내주는 타코(근데 프랜차이즈인)와 맥주(무려 빅웨이브)를 먹었고, 한 번은 강규 연습실을 찾았다. 강규의 연습실은 대학 시절 새드 앤 가우지 스튜디오보다 훨씬 근사했고, 뭔가 해낼 것 같은 음악인의 향기가 그윽했다. 은비의 젤다 실력은 처참했고, 그 덕에 우리의 재미는 더 커졌다. 어쩌다 보니 (신수동일번지 멤버는 아니었지만) 이제 신수동 친구라고 부르는 친구들, 잘되자!
R&R이 애매한 행사 참석을 위해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찾았다.
썩 내키는 행사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영어도 쓰고 HMS 고양의 전시 프로그램도 구경했다. 난생처음 보는 9900kg의 하중을 견디는 오버스펙 엘리베이터는 참으로 신기했다.
끝내주는 강화도 여행을 다녀왔다.
종완, 정훈과 함께 엽떡이(정훈의 스파크 차량)를 타고 떠난 강화도는 꽉 찬 여행 그 자체였다.
좋은 카페를 알게 됐고(덕에 나중에 써먹었지), 즐거운 바비큐와 루지까지! 게다가 이튿날 돌아오는 길에 들린 고척돔에서의 야구경기도 너무나 재미있었다(진 경기임에도).
이들은 또 여행을 떠나고, 끝내 파국을 경험하게 되는데...
엄마가 다쳤다. 그것도 많이.
분갈이를 하다 거대 화분에 종아리를 긁혀 살이 완전히 찢어진 것. 구급차를 부르고 병원을 다니며 의료 대란을 실감할 수 있었다(눈치껏 하야해라...). 지금 괜찮아졌으니 망정이니, 당시에 어찌나 당황스럽고 걱정이 가득했던지. 다들 건강하라. 건강이 최고다.
그리고 입사 후 가장 빡센 하루를 꼽자면 후보에 오를 날을 보냈다.
행사를 치르고 난 뒤 복귀해 당직근무까지 선 것.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남는 건 사진뿐이니, 이 날의 기억을 남겨준 김정훈에게 약간의 감사를.
자동차 회사를 다니며 겪으리라 생각해 본 적 없는 재미.
어쩌다 보니 경쟁사(라기에는 조금 많이 엄청난) 벤틀리 차량을 탈 기회가 생겼다. 물론 길에서 차들이 잘 비켜주고 하차감도 끝내줬지만, 뭔가 맞지 않는 옷의 느낌. 현기가 최고다.
2박 3일의 신규입사자 교육을 다녀왔다. 입사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는데, 여전히 세 단계의 신규 입사자 교육이 남아있다.
원래는 회사를 떠나 편한 마음으로 교육을 듣는 게 좋다 생각했는데, 이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업무 흐름도 끊기고, 무엇보다 휴가를 쓰기에 애매해지는 느낌. 배부른 소리인가.
그래도 공기 좋은 비전스퀘어에서의 시간은 늘 좋다.
올해 최고의 직관이었다.
김정훈과 잠실에서의 대對LG 전을 봤고, 짜릿한 역전승을 목격했다. 주장 나성범 선수의 8회 역전 투런은 짜릿 그 자체. 역대 최강의 기아뽕을 맞고는 돌아왔다.
이 경기가 기아의 시즌에서 변곡점이었으니, 이 경기 예매한 나 칭찬해.
131 동기들과 가평 여행을 떠났다.
어딜 가는지 별 관심은 없었는데, "이은해가 남편 죽인 계곡"이라는 말이 강력히 기억에 남았다. 물론 좋은 설명법은 아닐지 모르지만... 아무튼, 재미있게 놀았다.
다만 급한 다이빙에 중이염 비스무리한게 찾아왔는지 밤새 골골댔고, 술도 한 모금조차 하지 못했다. 고막이 찢어진 거 아닌가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별문제 없이 건강을 회복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건강이 최고다.
그냥 귀여워서 올리는 우리 집 막내 알토 사진들.
이 캡처는 꽤나 중요한 의미다.
앞으로의 회고 글들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시게 될 분을 처음 만난 날의 대화에서 캡처한 이미지들이거든. 누군가의 취향을 알게 되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그 취향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거나 퍼즐처럼 딱 들어맞는다거나 하면 감동까지도 느껴진다.라는 걸 이때 깨달았지.
그리고 드디어 김다인의 청첩장을 받았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내일모레가 그녀의 결혼식. 홍보실 동기 중 혼인의 문을 여는 그녀에게 평생 행복을 기원해 본다. 행복해라 다인~!
옆 팀 재철 책임님, 종완과 함께 무려 광주를 다녀왔다. 지금 보니 미친 듯이 보러 다녔네.
경기 결과는 기아의 압승. 경기보다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은 건 대투수 양현종을 직접 보았다는 사실과 지나치게 좋은 좌석 뷰였다. 또 경기 전 찾은 INC 커피에서 김도영 선수와 박찬호 선수를 눈앞에서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최강 기아!!
그러고는 업무. 역대급으로 나의 모든 체력을 도로 위에 쏟았던 날로 기억한다.
인천 인스파이어 호텔에서 열리는 세계지식포럼에 행사 당일과 전날 이틀 동안이나 방문했다. 이틀 동안 도한 여덟 시간 가까이를 운전했고, 발에 불이 나게 뛰어다녔다(막내가 뛰어야지 어떡해).
대통령이 온다고 하길래 어떻게 좀 해볼까... 했지만 입을 틀어막히고 끌려 나갈까 봐 참았다(진짜 눈치껏 내려와라...).
그나저나 인스파이어 호텔의 미디어 아트는, 찐또배기였다. 경이로운 수준.
아 그리고 다시 이 분 등장. 이제 제대로 등장.
안 만나고는 못 배기겠어서 만나기로 했다. 덧붙일 말은 생략.
그리고 집이 비어 친구들이 찾아왔다. 언제나 머릿속을 꽃밭으로 만드는 친구들.
이제는 각자 자리에서 무언가를 시작하는 이들과 끝내주게 놀았다.
다음 날인가에는 교회 청년부 찬양단 교제 시간도 개최했다.
키노트의 다이내믹 템플릿의 우월함을 깨달아 앞으로도 쓸모 있겠구나 싶었고, 송편 만드는 게 정말 어려운 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다음 날인가...에는 김정훈 김서현이 집에 찾아왔다.
토치와 함께하는 소크라테스 응원가부터, 집안 양주 털기와 다음날 제네시스 수지 투어까지 즐거운 연휴 보내기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집에서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봤다. 마침 기자 분의 연락이 오는 바람에 우승콜을 놓쳐버린 것이 천추의 한이다.
다음 날에는 서점에서 재즈의 계절을 찾았고, 고민 없이 샀다. 어찌 보면 저걸 사려고 서점을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중에 유럽 가는 비행기에서까지 음악을 들으며 읽기에 참 편안한 책이었다.
그리고는 장은수 임강규를 만났다. 장은수의 급발진으로 즐거웠던 날로 기억한다.
그리고 현지와 강화도를 갔다.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무엇보다 노을!
즐거운 액티비티와 맛있는 음식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들이지만, 하늘은 결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그 모든 게 아름답다는 건, 내가 기획한 필연과 상황의 우연이 교차된다는 거겠지. 차에서 저 노을만 보는데도 마음이 평안해지던 날로 추억되겠다, 싶다.
아무것도 없이 걷고, 수다 떨며 보냈던 나날들.
'강남'과 '산책'이라는 대비되는 개념이 공존하는 그런. 'Opposites United'라는 말도 안 되는 디자인 용어를 끌어와야만 설명이 될 정도로 의아한 그런 나날들이었다.
안 가보던 잠실을 자주 가게 되고, 너무 좋아 절망스럽기까지 했던 순간까지.
왜 이리 좋지!
그런 나날들 사이에서 군 시절 모시던 대대장님부터 나의 전임자와 가장 멋진 선배 중 한 분이었던 형님까지, 존경하는 분들을 만났다. 한 분은 이제 대령으로, 한 분은 직장인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시점에서 만나 만취, 만ㅊ,,, 맟,,,의 저녁을 보냈다. 이들과 이렇게까지 달릴 줄이야, 상상도 못했기에 더 즐거운 밤이었다.
그리고 찬양팀 막내 도형이가 군대를 갔다.
동생이지만 의젓하게 커가는 모습에 절로 뿌듯해지는 친구였는데... 그런 친구이니만큼 어디서도 잘하겠지, 싶어 오히려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의 무사 전역을 기도한다.
또 잠실. 근데 한강 공원이다.
한강공원 하면 으레 망원, 뚝섬, 여의나루에 좀 양보해서 이촌 정도를 껴주는 정도로 생각했다. 잠실은 전혀 옵션에 없었는데, 이게 킥이었다.
덜 알려져서인지 널찍해서인지 공간적 여유가 충분해서 좋았고 날씨도 너무나 좋았다. 와인과 함께 노을을 보며 수다를 떨고 있으니, 함께 보기로 한 흑백 요리사는 20분도 채 안 봤다.
이리 좋을 수가 있나!
그리고 수년만에 이태원 올댓재즈를 찾았다.
달라진 분위기는 뭐랄까, 지나치게 팬시한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거고... 오히려 멋진 위스키 수납장에 눈을 뺏긴 순간도 잦았다.
음악은 뭐랄 것 없이 좋았고, 특히 피아니스트 분의 곧은 자세에 부러움을 느꼈다. 스타성 충만한 드러머를 보며 눈에서 하트가 나오는 현지에 질투가 나기도 했지만.
뭐든 밀리면 일이 된다.
어릴 적에 매주 수요일이면 집에 오는 구몬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고자 화요일에 일주일치 구몬을 끝내던 나는 미루기 유망주였던 것 같다. 그 유망주가 이제는 월드클래스 미루기 선수가 된 듯하다.
결핍이 있어야 충만함이 있고, 밀림이 있어야 제때 하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는 법,
이제 한 달 차이까지 따라잡았으니, 올해의 마지막을 실시간으로 회고할 일만 남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