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저리 프론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4월 나의 정신은 건강할 리 만무했다. 각양각색의 부상 속에서 신음하는 '유리몸' 그 자체의 한 달이었으니...
메시의 부상 복귀를 열렬히 환호하는 바르셀로나의 팬들처럼, 나도 돌아왔다.
부상의 4월 이후 즐거운 상반기의 끝을 보내고 있는 지금. 힘들었던 4월을 돌아본다.
이런 게 유행이더랬지!
온갖 사진을 지브리풍이니 뭐니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게, 지브리풍뿐만 아니라 알토 사진을 사람으로 바꿔달라고까지 해봤다.
알토가 사람이라면... 최민수가 된다...
서울 모빌리티쇼 외근을 나갔다.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많은 차량도 보고 면접에 활용할 필살기도 준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좋은 시간이었다. 이번에도 수소 모빌리티부터 이동약자를 위한 모빌리티까지, 다양한 기술의 현장에서 많은 걸 보고 배웠다.
그런데 나는 더 이상 취준생이 아니지... 일해야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관의 프레스 발표를 모두 보고, 사장님 스탠딩 인터뷰도 잘 치러냈다. 가방돌이의 임무도 훌륭하게 해냈다. 나는야 에이스 가방돌이~
그리고 회사에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탄핵 선고를 지켜봤다. 환호성을 지르고 싶었는데 정치색을 감추느라 진땀을 뺐다. 어차피 내 성향을 다들 아시지만... 그래도 함께 사는 사회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 오후 반차를 쓰고 집에 가 부모님과 조니워커 블루를 깠더랬지.
그리고 현지의 생일이었다. 미슐랭 3 스타를 받았다는 강민구 셰프가 운영하던 '페스타 바이 민구'에 갔다.
'이런 곳 처음'이라며 좋아하던 현지를 보고 뿌듯하면서도 귀여움을 많이 느꼈다. 돈 많이 벌게...
하루 데이트 코스도 기획하고, 나름의 이벤트도 준비했는데 정작 초를 준비 못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아이패드로 거대한 초를 준비했다. 이게 4차 산업 혁명이고, 이게 AI 시대의 생존법이다.
그리고는 2025 문구 페어를 찾았다.
이런 세상도 있구나, 아무리 작아 보이는 분야일지라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겠구나를 배웠다. 다시 말하자면, 세상은 넓고 돈 벌 방법은 많다.
귀여운 엽서를 많이 샀다. 귀엽지 않은 금액을 썼다.
그리고 레전드 사건 발생.
홍보실 풋살을 하다가 왼쪽 발목을 다쳤다. 정신없이 공을 차다 보니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발 끝이 바닥에 걸려 발목이 반대로 꺾이는 느낌이었다. 다치자마자 '이건 틀렸지' 싶었다.
결국 택시를 타고 정형외과를 찾았고, 인대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았다. 이 글을 쓰는 6월 중순에도 발목이 영 불편하다.
부상 기간 동안은 줄어든 발목의 가동 범위만큼이나 삶의 영역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러닝은커녕 출퇴근도 힘들었다. 아픈 것의 설움이 컸지만, 그럼에도 이 기간 날 잘 보살펴 준 현지씨에게 무한 감사다.
대한민국 보행자 신호등이 이토록 짧은 지도 처음 알았고, 보행 약자에 대한 이동 방안이 필수적이라는 것도 배웠다.
다쳤어도 봄은 봄이다. 아픈 다리 이끌고 벚꽃이 피었다는 양재천도 갔다.
주말에는 깁스를 풀고 한번 더 가봤다. 비에 떨어지는 꽃잎을 잔뜩 구경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맛있는 밥도 해 먹고!
이건 귀여운 알토.
잠실 런던 베이글 뮤지엄도 가고, 꽃도 받았다. 다쳤음에도 즐거운 나날의 연속!
그리고 현대차그룹 사람들. 기아사관학교 에델만에서 넘어온 계인호 예비역 중위(31인가 32세), 언론홍보3팀의 97 화순 김지원이다. 난리다 난리.
그리고 대망의 콜드플레이 내한 콘서트를 갔다! 인생샷을 건져 주신 백현지 씨에게 무한 감사를...
상반기에 가장 기대를 많이 한 순간이었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최근 콜드플레이의 음악에 대한 호불호는 너무나 많지만, 그들의 무대 연출만큼은 절대 호불호가 없겠구나 느꼈다.
하트, 별, 나비 등등 온갖 모양의 꽃가루가 공연 내내 흔들리고 형형색색의 공들이 관객 위를 날아다니는데 이렇게 황홀할 수가 없다. 이 분위기 속에서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곡들마저 아름답게 들린다(트와이스랑 같이 부른 거 빼고). 연출의 힘이다.
이들이 왜 월드 투어로 돈을 가장 많이 버는지, 또 그토록 많은 이들이 이 공연에 오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던 밤이었다.
다음 날 현대모터스튜디오 데이트와 야구 직관까지, 완벽한 1박 2일 코스 끗-! (호랑이들아 잘 좀 하다)
오랜만에 집에 가서 바베큐도 했다! 역대급으로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이들과 광란의 밤을 보냈다. 서종완의 뉴욕 컵도 선물로 받고, 금보성에서 거나한 밤을 보냈다.
그리고 워킹그룹 회식도! 예약 안 하면 못 간다는 자인뭉티기를 갔다.
뭉티기는 맛있었다. 문제는 또 인저리 프론의 악몽이 이어졌다는 것. 장염 비슷한 게 걸린 거다. 문제는 뭉티기를 같이 먹은 8명인가 중에서 나만 아팠다는 거지... 유리몸이 따로 없다.
아프지만 박재혁 결혼식은 가야지.
간만에 공보정훈 동기들도 만나고, 즐거운 대화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나 같은 일을 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결이 맞는다.
현지와 올림픽 공원도 갔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뭘 해도 기분 좋은 그런 날이었다. 누워도 있고, 걸어 다니기도 하고, 따릉이도 타고!
이때부터는, 그러니까 유럽 축구 시즌 말미부터는 바르셀로나 경기를 보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고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14-15 시즌 트레블을 하던 때 이후로 이렇게 축구를 즐겁게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대참사 전문가이던 이들이 이렇게 변할 줄이야!
이번 시즌 직관을 했다는 것에, 라민 야말의 플레이를 직접 봤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다가오는 시즌은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설렘 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