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한 삶이 현실이 되기까지
25번째 인터뷰이는 현재 중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일하고 있는 기린 님입니다.
1. 인물소개
2. 오늘 여기의 나 : 상담교사가 되기까지
3. 상담교사란?
4. 삶에 대한 평가
5.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6. 기타질문
7. 자기PR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8. 마침
이름(별명) : 기린
나이 : 만 30세
성별 : 남성
학력 : 대졸 / 심리학과 (현재 대학원 재학 중)
경제력 : 혼자서는 괜찮지만 가정을 이루고 미래를 꿈꾸기에는 상당히 모자라다.
제 이름은 기린이고요. 남성이고, 만 30세입니다. 학력은 심리학 학사 졸업했고, 지금은 상담학과 석사 과정을 다니고 있어요.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중학교에서 전문 상담교사로 근무하고 있어요. 벌써 5~6년 정도 됐네요.
(중학교 전문상담 교사의 경제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제 급여는 인터넷에 다 투명하게 공개돼 있어요. 교사 급여대로, 호봉제대로 받고 있습니다. 혼자 살기엔 부족함 없는 돈이에요. 그런데 이제 결혼도 했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보면 확실히 더 필요하죠. 대학원을 다니는 이유도 결국 경제적 가능성을 넓히기 위한 준비입니다.
사실 순서가 조금 달라요. 저는 원래 어릴 때 꿈이 ‘선생님’이었어요. 학교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이 되고 싶었죠. 그러다 고등학교 때 상담이라는 걸 알게 됐고, ‘아, 이거다!’ 싶었어요.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으면서도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상담교사’라는 직업을 목표로 삼게 됐고, 그 목표를 위해 심리학과를 선택했죠. 그러니까 ‘심리학을 좋아해서 상담을 택했다’라기보단 ‘상담교사를 하기 위해 심리학과를 갔다’가 더 맞는 말이에요.
(정말 계획적으로 살았네요! 대부분은 대학 들어가서 ‘이제 뭘 하지…?’ 이러잖아요.)
네, 그게 사실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 없이 그냥 전공만 가지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고등학교 때 이미 진로가 정해졌기 때문에, 심리학과에 교직이수까지 같이 준비해서 대학을 간 거였죠.
제가 어릴 땐 학교 가는 게 정말 좋았어요. 시골에 살았기 때문에 학교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거든요. 초등학교는 집에서 3분 거리였고, 하교하면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놀다 들어가는 게 일상이었죠. 학교에 가면 선생님한테 칭찬받고, 인정받는 게 너무 좋았고, 자연스럽게 ‘나도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어요.
(그럼 원래는 교사 중에서도 다른 과목을 생각하셨던 건가요?)
네, 윤리를 잘했어서 사회 과목 교사를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진로 고민을 하다가 학교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던 중에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담이라는 게 사람 이야기를 듣고, 도와주는 일이잖아요.
사실 제가 중학교 시절 좀 힘들었어요. 친구 관계도 어렵고, 공부도 잘 못했고, 자존감도 낮았고요. 몸도 많이 뚱뚱해서 많이 위축돼 있었던 시기였거든요. 그때 누군가 도와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상담교사가 되면 제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또 저도 말하고 듣고 대화하는 걸 좋아하니까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중학교 때는 공부를 잘 못하셨다고 했는데, 그럼 꿈을 정한 뒤부터는 공부가 재미있어졌나요?)
아니요, 당연히 재미없었죠. [웃음] 그런데 대학교 가서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직접 선택해서 들을 수 있으니까 그건 좀 재밌었어요.
사실 이건 고등학교 때 변화가 컸어요. 성적도 안 좋았고 거의 꼴찌로 입학했는데, 진로를 정하고 목표가 생기니까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보니까 되네? 싶어서 점점 도전하게 되고, 성적도 오르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맛을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사실 이전엔 목표 없이 공부를 하니까 의미도 재미도 없었던 거네요. 목표가 생기니까 공부가 달라졌겠어요.)
네, 정말 그래요. 진로를 딱 정하고 나니까 그때부터 성적도 오르고, 내가 뭘 해야 할지도 분명 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심리학과 진학도 더 구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고요. 우리나라 심리학과 리스트 뽑아서 좋은 학교 순으로 목표를 정해가면서 계획대로 준비했어요.
(그렇게 대학에 입학한 뒤 임용고시를 보고 상담교사가 되신 거잖아요. 근데 임용고시가 굉장히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준비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요?)
네, 많이 힘들었죠.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매일매일 거대한 불안과 자기 비난과 맞서 싸워나가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생전 처음 불면증에 시달리고 아내도 제가 그 시기에는 얼굴이 흙빛이고 가장 못생겼던 시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운이 좋았어요. 제가 준비하던 시기에 정부에서 상담교사 확충 정책을 시행하고 있을 때여서 많이 뽑았거든요. 물론 준비도 열심히 했지만, 운이 따라준 것도 크다고 생각해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 기회였던 거네요.)
그렇죠. 대학교 때부터 임용고시를 늘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준비해 왔고, 그게 결국 도움이 많이 됐어요.
(계획이 있다고 해도 실현시키는 것이 절대 쉽지 않을 텐데, 하나하나 이루어내신 게 정말 멋있습니다.)
[※ 인터뷰 진행 시점은 학교 방학기간이었습니다.]
방학 때는 학교에서 오는 공문 처리나 필수 연수만 마치면 그 외 시간은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그래서 개인 공부도 하려고 계획은 세웠는데, 사실상 바쁜 아내를 돕는 방학 한정 전업주부로 지내고 있습니다. [웃음]
(아하, 방학 때는 아내를 위한 든든한 서포터시네요. 그럼 학기 중에는요?)
학기 중에는 학교에 출근해서 학생들 상담도 하고, 집단 프로그램도 운영하고요. 정해진 근무를 마치고 나면 저녁에는 대학원 수업을 들으러 가요. 하루가 진짜 훅훅 갑니다.
(퇴근 후에 학교까지 이동해 공부하는 게 힘들진 않으세요?)
힘든 면도 있죠.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시간 관리도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가 원해서 선택한 길이니까요. 보람도 많고,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학교에 상주하는 상담자인데요, 교사처럼 동일하게 근무하면서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상담하고, 필요하면 외부 기관과 연계해 심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교사와 동일하게 근무한다는 건 교육 공무원이라는 의미인가요?)
그렇죠. 학교에서는 비교과 교사라는 말로 분류되어 있는데요. 선생님들과 똑같이 근무하고, 임용고시도 똑같이 보고, 급여도 똑같고요. 다만 차이점은 수업이 없다는 겁니다.
(상담교사는 학교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기본적으로는 아이들 상담이죠. 특히 중학교다 보니까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학업 스트레스나 가족 문제도 자주 나와요. 요즘 제일 큰 키워드는 ‘불안’이에요. 불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이 얽혀 있죠.
일단 어려운 점은, 정서적으로나 정체성 측면에서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보니, 자신의 상태나 어려움을 말로 표현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학교에서는 상담에 대한 동기가 없는 상태에서, 조치의 일환으로 혹은 선생님의 염려로 비자발적으로 상담에 오게 되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상담사로서 제 역량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많은 고민이 됩니다.
사실 대학원에 진학한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고요. 또 학교 환경이 완전히 상담에 적합한 공간은 아니다 보니 한계도 있어요.
(일반적인 상담과 학교 환경에서의 상담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가장 큰 차이는 ‘이중관계’ 예요. 저는 상담을 마치고도 아이들을 복도에서 마주치고, 때로는 생활지도를 해야 하기도 하거든요. 내담자와 상담자 간의 분리가 되지 않는 거죠. 왜냐하면 저는 상담자이면서 동시에 교사이기 때문에 그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많아요.
(전문적인 고민이 많네요.)
네, 아이들이 힘든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 시기 자체가 힘드니까요. 문제는 상담 환경이에요. 학교는 아직 상담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지 않고, 이해도도 낮아요.
(학교 환경에서 상담에 대한 인식도 많이 부족한 편인가요?)
그렇죠. 상담이라는 말만 들어도 일단 저한테 공문이 날아오고, ‘정서’나 ‘심리’ 같은 단어가 보이면 저와 관련이 없고 저도 잘 알지 못하는 일인데도 전부 제 일처럼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상담에 대한 이해는 낮은데 기대는 커서 생기는 부담도 있어요. 예를 들어 상담을 받으면 금세 좋아지고 극적인 변화가 금방 나타나길 바라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땐 좀 부담스럽죠.
(상담이라는 개념 자체가 교육 시스템 내에서 아직 과도기적인 위치에 있는 느낌이네요.)
맞아요. 아직 자리 잡아가는 중이죠. 상담이라는 영역이 학교 환경에서 이제 구축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상담을 받는 학생이 성장을 이뤄내서 학교 생활에 잘 적응을 해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죠. 물론 모든 변화가 즉각적으로 오는 건 아니지만, 결국에는 달라진 아이를 보면 정말 보람을 많이 느껴요. 특히 아이들이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해 줄 때 아주 기쁩니다.
그리고 사실 학교 근무 환경 자체도 만족스러워요. 근무 시간도 규칙적이고,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거의 오후 5시면 퇴근하니까요. 그런 부분은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만족하면서 잘 살고 있어요. 물론 한계점도 있고 어려운 순간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얼마 전에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가 저한테 “넌 계획대로 다 됐잖아. 하고 싶은 대로 다 했잖아.”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좀 마음에 남았어요.
사람들은 제가 원하는 대학교 가고, 상담 임용 붙고, 군대 다녀오고, 결혼까지 일찍 했으니까, 흔히들 말하는 ‘잘 풀린 인생’이라고 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어려움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고, 정말 열심히 노력하면서 왔거든요. 사람들이 그런 과정을 보지 못하고 결과만 보는 게 조금 안타깝기도 해요.
물론 지금 만족스러운 이유는 명확해요. 제가 이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그 덕분에 원하는 길을 가고 있으니까요. 다만, 결혼을 하고 나니까 미래에 대한 걱정도 조금씩 들더라고요. 가정을 이루면 누구나 가지는 고민이겠지만, 집 문제나 경제적인 부분에서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게 제 삶을 불만족스럽게 만들진 않아요.
요약하자면 고민과 불안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저는 지금의 삶에 만족해요.
(누구나 가질만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막연한 두려움은 있지만, 삶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거군요.)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제 삶이 괴로운 건 아닌 거 같아요.
가끔 “넌 계획한 대로 다 이룬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어요. 계획한 것을 이뤄내는 과정은 절대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해 좋게 봐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한 거 같아요.
사실 어떻게 평가받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그게 저를 바꾸진 않으니까요. 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제 길을 꾸준히 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계획을 세웠고, 그걸 위해 열심히 달려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예요.
지금처럼만 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웃음] 하지만 더 성장하고 싶어요. 특히 상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대학원도 다니는 거고, 더 많은 전문성을 쌓아서 제 능력을 키우고 제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어요.
(상담교사로서 성공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꼭 교사로만 머무는 건 아니에요. 사설 상담 센터에서 일할 수도 있고, 연구나 강의 같은 방향도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지만, 교육공무원의 정년을 채우는 것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중간에라도 더 넓은 길이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상담이라는 커다란 방향성은 고정하되 그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커리어를 발전시켜보고 싶은 거군요.)
네, 일단 청소년 상담이라는 분야에서 내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요. 이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잘 도울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계속하면서 나아가고 싶어요.
(결혼도 하셨으니, 미래에 대한 또 다른 계획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나이가 들어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
부부가 함께 늙어서 손잡고 다니는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웃음] 나이를 먹어도 지금처럼 애정 표현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우리 연애 스타일이 막 뜨겁고 격정적인 그런 게 아니라, 약간 온돌바닥 같은 느낌이거든요. 따뜻하게, 오래오래 유지되는 그런 관계요.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후회할 게 하나도 없다고 해야 맞겠지만, 실제로 후회되는 건 어쩔 수 없죠. 후회라는 건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그중 하나가 중학교 시절이에요. 그때 가장 컸던 생각이 ‘난 이미 다 커버렸는데, 공부도 못하고 잘하는 것도 없다’는 거였어요.
(중학교 때 이미 다 커버렸다고 생각하셨다고요?)
사춘기 때는 다들 그러지 않나요? [웃음]
뭐랄까 흔히 재능 있는 애들은 어릴 때부터 뭔가를 해와서 지금 잘하고 있는데, 저는 아무것도 안 해왔으니까 이제 시작해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와서 뭘 해도 늦었다’는 생각에 갇혀서 아예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고 그냥 지냈어요.
물론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 도전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때 좀 더 다양한 걸 경험해 보고, 더 많이 해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아요. 기회도 분명 있었을 텐데,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걸 해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위축된 마음 때문에, 결국 소중한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거네요.)
뭐, 지금이라도 하면 되니까요. [웃음] 그냥 그때 좀 더 해볼 걸 싶을 뿐, 인생 전체를 통틀어 큰 후회라고 할 건 없어요.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아내가 옆에 앉아있는데 이런 질문을 하면, 마치 정답을 체크하라고 문제에 선택지를 하나 주는 거랑 똑같죠. [웃음]
(지금의 아내와 처음 만났던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처음 만났을 땐 몰랐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까 확실해졌어요. 이 사람과 결혼한 게 제일 잘한 일이에요.
(굉장히 최근의 일인데, 가장 잘한 일이 바로 지금이라면 엄청 행복하시겠네요?)
행복합니다. [함박웃음]
사실 결혼했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확 바뀐 건 없어요. 저희 연애 스타일 자체가 원래 그랬거든요. 20살 때 처음 만났을 때도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손잡는 게 거의 전부였어요. 불타오르는 그런 스타일보다는 안정적인 느낌이 강했죠. 그래서 제20대는 아내를 빼고 생각할 수가 없어요. 처음 해보는 일도, 추억도 다 같이 만들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결혼했다고 해서 뭔가 확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기보다는, 그냥 원래 해오던 걸 쭉 같이 이어가는 느낌이에요. 아, 법적 구속력이 생긴 것 정도? [웃음]
사실 20살 이후부터는 기숙사 생활하고, 고향 떠나서 자취하면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외롭고 심심할 때가 많았는데, 결혼하고 나니까 심심할 틈이 없어요. 진짜 심심할 시간이 없어요.
(아내 괴롭히느라 바쁘구나. [웃음])
[웃음] 맞아요. 아내가 누워 있으면 괜히 엉덩이 한 번 찔러주고 싶고, 설거지하고 있으면 옆에서 방귀 한 번 더 껴주고 싶고, 그런 장난치는 게 너무 좋아요. 결혼은 평생 옆에 두고 장난 쳐주고 싶은 사람이랑 하는 거거든요.
(기린 님은 그런 사람을 만나서 같이 살면서, 원래 느끼던 외로움 같은 게 다 해소된 거네요?)
외롭지도 않고, 같이 있는 게 훨씬 더 즐겁고 좋아요.
근데 이건 제 개인적인 성향 때문일 수도 있는데, 보통 유부남들이 “개인의 삶이 없다” 이런 농담하잖아요? 근데 저는 오히려 아내가 제 개인의 삶을 너무 존중해 줘서, 차라리 좀 억압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언제 들어오냐?” 하고 전화도 좀 해주고, 신경도 좀 써줬으면 좋겠는데, 아내가 너무 자유롭게 둬요! 언제 집에 들어오든 별 관심이 없어요! [웃음
아마 서로 선을 잘 지키면서 존중하다 보니까 구속감 없이 오히려 안정감이 더 큰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물론 애기가 생기면 달라지겠지만, 솔직히 지금 이 상태로 평생 살아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생길 책임감, 육아의 어려움, 경제적인 부담 같은 걸 생각하면 솔직히 무섭고 불안한 게 사실이에요. 요즘 아이 키우는 게 정말 쉽지 않잖아요. 그래도 저는 원래부터 아이를 갖고 싶었어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이 있어서 동생을 보살피면서 느낀 그 정과 즐거움이 컸거든요. 그게 내 아이에게도 이어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어요.
선배 유부남, 유부녀, 부장님들, 친구들한테 다 물어봐도 처음엔 힘들다, 죽겠다 하는데 꼭 마지막엔 "그래도 아이가 주는 기쁨이 더 크다"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아이가 주는 상처도 크겠지만요. 그래도 같이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여기서 한 명 더 추가돼서 셋이서 상호작용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벌써 기대돼요. 생각만 해도 너무 예쁜데요!
(돈이나 책임감 같은 현실적인 부분에서 불안한 점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희 부부가 워낙 소비가 적은 편이라 지금까지는 큰 문제없이 살았어요. 제 급여가 많진 않지만 둘이 먹고살고 하는 데 부족하진 않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낳으면 육아비, 교육비가 들어갈 거고, 또 육아를 위해서 지금 하고 있는 것들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죠. 제 아내도 박사 과정 중이고, 저도 일하면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둘 다 계속 일을 병행할 수 있을지 걱정돼요.
그리고 저는 청소년 상담을 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부모 바람대로 자라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걸 잘 알아요. 이게 제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게 정말 생각만큼 쉽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도 있어요. 그래도 그게 두려워서 포기할 거면, 결혼도 안 했겠죠. 두려운 건 있지만, 아이가 줄 행복을 생각하면 그걸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뉴스나 SNS 보면 애 키우면서 힘들어하는 장면들이 많이 보이잖아요. 그런데 제 주변에 실제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형, 누나, 친구들은 힘들어하면서도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런 모습들을 보니까, 저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둘이서 즐겁게 살다가 한 명이 더 추가되면, 그 관계에서 오는 재미가 또 있을 것 같아요. 어차피 아이는 자라서 독립할 테니까, 20~30년 후엔 다시 우리 둘만 남겠지만, 그전까지 셋이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즐겁지 않을까요?
어릴 때 엄마, 아빠랑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놀던 기억이 좋은 것처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도 그런 따뜻한 순간들로 남을 것 같아요. 물론 힘든 것도 그만큼 크겠지만, 저는 그만큼 기쁨도 더 커질 거라고 믿어요.
저는 사회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주변 친구들만 봐도, 연인이 있든 없든 결혼을 안 하는 이유가 경제적인 안정이 부족해서인 경우가 많거든요. 경제적 안정까지는 못 바라도 제대로 된 직장이 없는 경우도 많으니까 결혼도 뒤로 밀리는 거죠.
만약 우리가 20살 때부터 집에 몇 억씩 있고, 월급도 고정적으로 나온다면 다들 벌써 결혼했을 거예요. 결국 내가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다고 느껴져야, 겉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짜 내가 누군가와 함께할 준비가 됐다고 느껴져야 결혼할 마음이 드는 건데, 그런 게 안 되니까 어렵고 힘든 거죠.
그래서 취업을 일찍 하거나 직장이 안정적인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결혼을 빨리 하더라고요. 특히 공무원 같은 경우 합격하고 나서 바로 결혼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러니까 마음이 없어서라기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더 크다고 봐요. 꼭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어야 결혼도 고려할 수 있는 거죠.
저는 성공에 대한 욕심이 커요. 나중에 유명해지면 “이 사람의 초기 인터뷰를 봤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웃음]
사실 인터뷰어와 인터뷰를 읽고 있는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인터뷰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도 느껴졌어요. 섭외하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대단하더라고요. 우리는 보통 결과만 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인터뷰를 보든 보지 않든 저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노력과 열정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삶의 단편을 들여다보고 배우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요즘 사회가 너무 각박한데,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이죠. 그리고 인터뷰를 읽고 있는 여러분도 지금 충분히 멋지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늘 “앞만 보고 가면 결국에는 좋은 결과가 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요. 운이 따라왔을 때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듯이,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들 힘내서, 각자의 길을 멋지게 걸어가 봅시다!
솔직히 상담 일을 하면서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아볼 기회가 많긴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 내 이야기를 직접 들어준다고 생각하니까 좀 부끄럽기도 했어요. 그래도 막상 이야기하다 보니 오랜만에 내 삶을 다시 점검해 보는 느낌이 들어서 의미 있었고, 그냥 즐겁게 대화 나눈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